어떤 일이건,

그 일을 하다 실패를 하건 성공을 하건
실수를 하건 뭐건간에

일을 했으면 그 만큼의 보상은 줘라.
그것을 업으로 하는거라면 그에 상응하는 돈으로 줘라. 경험이니, 이게 인생이니 하면서 눙치지말고.

물론 댓가없이 하는 일도 있다더만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하물며 그것도 그 사람을 능력을 썼으면 일정부분 보상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거늘..

보면 진짜 사람 막 굴리고 대충 경험이니 추억이니 인생이니 사랑이니 하면서 개소리로 눙치는 놈들이 남들이 자기 노동력 쫌만 쓸려고 하면 거품물고 달려들더라.

그러지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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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12. 20:39 잡담

화장대 식탁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자취를 했는데 요새처럼 옵션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가스렌지부터 티비, 세탁기 모든 것을 다 새로 샀어야만 했다. 돈도 없는데 그런 걸 다 새로 사야하니 너무 힘들었다. 그 때부터 난 사람들이 버린 물건들을 찾아보고 다녔다. 혹시나 게 중에 쓸만한 게 있는 지.

그러던 어느 비오던 날. 학교로 가는 길 중간 언덕배기에 어떤 아줌마가 화장대를 내놓는 것을 보았다. 가운데 커다랗고 타원형의 거울이 있고 서랍이 가로로 3개가 달린 체리목 화장대. 거울의 양옆은 보석함 같은 것이 달려있었고 거기에는 놋쇠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손잡이가 있었다.

난 남자기 때문에 그 화장대가 필요없었다. 근데 학교로 가는 내 머릿속에는 계속 저걸 갖다 어따 쓰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빨래를 널까? 아니면 책상으로 쓸까? 그런 생각을 하다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듣는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아까 그 화장대 생각뿐이었다.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스티커가 붙어 있었나? 비가 오는데... 아까 그거 나무인데 썩으면 어쩌나. 코팅은 되어 있었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너무 가슴이 두근거려서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수업도중에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뛰어가는 길이 왜 그렇게 멀던지. 비오는 날인데 난 우산없이 다녀서 빠르게 뛰어갈 수 있었다. 이게 우산없이 다니는 것의 장점이다. 암튼 얼른 뛰어서 도착했는데...

그걸 어떤 할머니가 진짜 다 찢어진 우산을 쓰고 이리저리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른 가서.
"할머니. 이거 제건데 제가 버린 거에요. 근데 누가 달라고 해서요."
라고 말하고 할머니를 쫓고 내가 차지할 수 있었다.

비오는 날,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힘들게 낑낑대면서 집으로 옮겼다. 두개로 분리되는 거였으면 좋았을 걸 그것도 아니어서 어쩔수 없이 아주 짧은 거리를 옮기고 쉬고 옮기고 쉬고 했는데 그렇게 한 20분 넘게 걸려서 집에 가져올 수 있었다.

집에 형광등이 아니고 백열전구(오스람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노란 백열전구..)여서 조명이 밝지 않아 그런가 훨씬 더 꾀죄죄해보였다. 거기다 비도 오래 맞아서 그런가 물을 먹어 가구 자체가 어두워보였다. 빨리 가구를 닦아야했다.

마른 수건으로 살살 닦는데 꽤 쓸만해보였다. 거울도 깨지지 않고 서랍도 열렸다. 집에 거울도 없었는데 잘됐다싶었다. 왜 버렸을까 이렇게 쓸만한 물건을. 하여간 사람들이 물건을 너무 막 버린다.

그날은 덜 말라서 그것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음 날, 날이 쨍쨍해서 또 그걸 밖에 빼놓고 말려서 그날 저녁부터 사용할 수 있었다.

어따가 쓸까 하다가 내 화장품을 올려놨는데 딱 한개 뿐이라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악세사리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책상으로 써야하나 했는데 위에 탁자공간이 너무 좁아서 팔 올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정한 화장대의 용도. 바로 식탁이었다.

난 식탁이 없었다. 그래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거나 엎드려서 밥을 먹었다. 그릇도 하나씩 밖에 없어서 보통은 식기에 안먹고 조리기구째로 먹는 날이 많았다. 설겆이거리도 없고 좋았다.

식탁이 생긴 날. 저녁에 볶음밥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 볶음밥을 접시에 놓고 먹었다. 곱게 잘 담아서 김치도 함께 담아서 화장대에 놓고 의자에 앉아 먹었는데 참 기분이 오묘했다. 왜냐면 거울을 보면서 밥을 먹기 때문이었다. 이게 웃긴게 혼자 밥을 먹는데 마치 누군가랑 같이 먹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평소 내 얼굴을 잘 보지 않아서 그런가 어색하기도 했고 내가 숟가락을 들면 같이 들고 먹으면 같이 먹고 그래서 되게 웃겼다. 진짜 며칠간은 굉장히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 편해졌다. 얼굴보면서 웃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며칠동안 그렇게 밥을 먹다가 갑자기 화장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결국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집에 온지 며칠 되진 않았지만 정이 들어서 그런지 버릴 수가 없었다. 진짜진짜 힘들게 버릴 수 있었다.

원래 그런거 버릴라면 돈내고 신고를 하고 버려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화장대 다리에 테이프감아서 버렸는데 학교 갔다 와보니 누가 가져갔다 ㅋㅋㅋ

사실 있어도 쓸모없는 건데도 난 그런 걸 잘 버리지 못한다. 지금 집에 있는 것도 10분의 9는 버릴 것이다. 근데 버리지 못한다. 뭔가 잊는다는 것, 버린다는 것. 그런 것들이 난 무섭다.

쓰레기를 주워모으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뭘 사도. 다 써도 꼭 이걸 어딘가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놔두는 편이다.

지금도 집에 버릴 게 산더미인데.. 싹 버리고 싶은데 버리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미련도 버리기 힘들고. 다 버리기가 힘든 것 같다.

힘들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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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11. 23:56 잡담

인간 식민지

현재의 유럽이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는 데에는 식민지의 피를 빨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식민지로 엄청 빨아먹어서 이렇게됐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왜 이모양인지...) 식민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없었던 독일은 전 유럽을 빨아대다 망했지만 홀로코스트로 국내 유대인을 빨아먹었고 미국은 신이 내린 토지에서 원주민을 빨아먹고도 모자라 1971년 금본위제를 지멋대로 폐기함으로써 전 세계를 빨아먹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를 쏙 빨아먹고 지금 이 상황이 되었고. 이런 모든 상황이 비단 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회사에서도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식민지와 똑같다. 남들 피를 빨고 사는 사람들은 승승장구하고 잘산다. 열심히 일해도 피를 빨리는 사람들은 결국 아무것도 되지못한다. 맨날 돈벌어다 바치는 일만 할 뿐이지.

이럼에도 불구하고 ㅂㅅ같이
"니들을 영원히 빨아먹을게"라고 하는 놈들을 찍어주는 놈들이 있지. 무식한 놈들. 그러면서도 지 나름대로 자위를 한다.

난 돈이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아. 그렇기 때문에 난 걔넬 뽑아도 돼.

결과적으로 이기적이기도 한놈이지만 미친놈이기도 하고 무식한 놈이기도 하고 하여간 개병신이지.

사람에게 지 혼자 행복한 세상이란 있을 수 없다.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삶? 다 같이 잘살면 좋잖아. 한 1000억있는 것도 아니고 10억도없으면서 무식하고 천박하게 걜 찍고 싶나? 그 꼴랑 하나 있는 아파트 값 지켜줄까봐? 그게 니꺼냐? 니네 부모꺼지. 결과적으로 말하면 걔넨 그거 지켜주지도 않아. 아니. 못해 ㅋㅋ

행복하고 싶으면 공부 좀 해라. 뽑을 사람 없다고? 지랄하고 있네. 정치 관심없다고? 그럼 니 삶이 팍팍해도 불평하지 마라. 맨날 투덜대면서도 정치는 더러운거라고 생각하고.. 빨갱이라고 지랄하고, 전라도라고 지랄하고. 남들 못산다고 지랄하면서 부모없는 자기 자신은 노답인 놈들이..답답하다 진짜.

국회에서 사람들이 싸우면 왜 싸우는지를 생각해봐. 뭘 갖고 싸우는지. 그냥 싸운다고 관심 끄지말고. 사람들이 거리를 막고 촛불을 들면, 몇년동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에 관심이 생기지 않냐? 그냥 지겹냐? 세월호 유족들이 지긋지긋하냐? 그 분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보긴 했냐? 나중에 니가 그렇게 됐을 때 아무도 관심 안가지면 참 좋겠다?

언제까지 혼자 행복하겠냐. 다른 사람 불행하게 하면서 행복하고 싶냐? 니 혼자 행복하게 살고 싶냐? 그런 세상이 좋나?

니들이 원하는 그 놈이 됐었으면 넌 또 식민지처럼 빨리겠지. 그러면서도 좋다고 웃고 넌 또 다른 놈을 빨고.

식민지 가진 나라 욕하면서 자기 스스로 돌아봐라. 넌 누굴 빨아먹고 사는지.

니가 가진 그 행복. 니가 가진 빨대로 누군가의 노력을 빨아먹는지를 생각해봐라. 그리고 니가 빨아먹었다면, 빨아먹고 있다면. 고마워는 해라. 최소한 그런 감정은 갖고 부려먹고 그런 생각은 하고 살아라.

부려먹었으면 그만큼 보상을 해. 돈이건 뭐건 간에. 쓸데없는 칭찬이나 의미없는 조언은 노땡큐다. 그건 노동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 스스로 한 노동도 결국 시킨거나 마찬가지지.

보상을 꼭 받고 살아라. ㅂㅅ같이 맨날 빨리고 살지말고. 빨고 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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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11. 00:18 잡담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없다해도
다 시간이 있다.

쪼개고 쪼개면
여러가지 할 수도 있고
누굴 만날 수도 있고
어딜 갈 수도 있다.

근데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살면서 무슨일을 하면
사람들이 그런다.

"시간 많은 가봐?"

이 사람들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 난 단지 그 시간을 그것을 하기 위해 아낀거라고.

그만큼 그것을 하는 시간이 내겐 소중하니까.
할일없어서 그걸 하는게 아니라 다른 많은 할일 중에 너를, 그리고 그것을 하는 것을 선택한 거라고.

열심히 살아도 듣는게 비아냥 뿐이라면 그것은 좋은 삶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삶을 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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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컨설팅이란 일을 한다.

고객들을 만나 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

"예술을 하지 말고 사업을 해야해요"


흔히 예술과 사업을 이렇게 구분하곤 한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면 사업,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예술.


운 좋게 내가 원하는 것을 남들이 좋아하면 대박이 나는 것이고

아니면 마이너한 감성을 가진,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던가.

아니면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말해왔었다.


난 솔직하게 일 적으로는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클라이언트도 만족했고 나도 보람차기도 했고

나름 그렇게 기업들을 키워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 부모가 된 느낌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일하는 것 처럼 세상을 살았다면 굉장히 잘 살았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었다.


옷입는 것부터 생각해보면

난 내가 입고싶은 대로 입으면서 누가 날 봐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예술을 하면서 사람들이 알아봐주길 바란거지.

맨날 후드티, 색깔 알록달록한 티, 뽐뿌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공동구매한 옷 등을 입었었다. 가격도 티는 만원 이내, 바지는 2만원 이내. 다른 사람 시선이 어떻든 난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다녔으며 심지어 맨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 적이 있다. 난 프리랜서로 일했었고 차를 끌고 다녔으며 고객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도 그냥 편한 자리였으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강연을 하는 자리이거나 할 땐 잘 차려입을 때도 있었지만.


그러다 작년부터 사업을 했던 것 같다. 남들이 좋아하는 옷을 사게 되었고, 남들이 무엇을 입는지를 보게되었고, 가격이 있다고 해도 나에게 어울리는 이쁜 옷 등을 사게되었다. 시계도 사고, 신발도 사고, 썬글라스도 사고. 이발도 자주하게 되었다. 1년에 두번 깎았었는데 이제 늦어도 3주에 한번은 머리를 깎게 되었으니. 


왜 난 내 삶을 사업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살아가는 모든 면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날 알아봐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참내. 답답하다 정말.


암튼 그렇게 작년을 기점으로 난 바뀌었고 그 이후로는 남들 시선도 약간은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가꾸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되었다. 정말 올해 한 10일 빼고 운동도 항상 나가고 머리도 단정히, 옷도 단정히 입고 살고.


암튼 그러니까 나름 기분이 좋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뭔가 빠진 것 같아서 휑한 마음은 계속 든다.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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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현실에 안주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럼 좀 부정적인 늬앙스고 타협한다는게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감정없이 표현하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어휘인 것 같다.

어렸을 땐 나도 꽤 강성이었다. 우기는 것도 많았고 토론을 좋아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이기고 싶어했다. 국민학교 때는 진짜 엄청나게 많이 싸웠다. 중학교올라가서도 3월2일, 3일 이틀동안 주먹질을 해댔으니 진짜 쓰레기였지. 하지만 그 날 이후 여태까지 누구를 때린 적은 없다. 아. 중3때 동생 한 번 때린 적이 있었다. 진짜 난 나쁜 형이었다.

정치에 관심갖지 않는 사람들이 싫었다. 거지같은 특정 당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ㅂㅅ들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바보들을 더 싫어했다. 군대에서도 불의를 요구하는 선임들의 말을 듣지 않고 버티다 맞기도 했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직장상사에게 대들다 잘릴 뻔 한적도 있다. 누구처럼 대학 때 학생운동의 전면에 나서서 주도한 적은 없어도 거리 시위도 자주 나갔고 명박산성 때 물대포를 맞기도 했었다. 그 때는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요새 드는 생각은 <그냥 적당히 타협하자>이다. 이러지 않았는데. 목표가 생기면 다른 거 안보고 그냥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 일에 올인하던 나였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라면 그걸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요샌 몸을 사리게 된다. 사실 올인을 하건 지랄을 하건 안되는 건 안되는 거더라고. 몇번의 사업을 망하고 나서 부턴 하기도 전에 겁부터 나더라. 그래서 남들 하는거 보면 그 생각 때문에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도와주고 싶고. 내가 그만큼 어려웠으니까. 난 진짜 맹세코 그 때 나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성공했을 거다. 지금에야 네트워크도 많이 생기고 투자니 해외진출이니 다 알지만 그땐 진짜 마케팅도 하나도 몰랐으니..

암튼 올해 들어 뭔가 더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도전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뭘 관두지도 못하겠고.

나이가 들면서 계속 타협하게 된다는 건 뭔가 지킬 게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이제 꼰대가 된 거지. 먹여살릴 강아지, 고양이도 있고 몸에 딱 맞는 회사도 있고. 날 믿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내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 물론 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이런 것들이 사실 부담이 될 때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제 옛날처럼 훅 버리고 떠나고 그럴 순 없을 것 같다. 진짜 예전엔 거의 2년마다 번호를 바꿨었는데 이젠 쉽게 번호를 바꿀 수도 없다. 너무 퍼져버렸다.

암튼 이렇게 지키고 싶은 것이 늘어나면서 옛날처럼 막 내 멋대로 관두고, 떠나고, 잠수타고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려 안타깝다. 멋대로 제주에 한 달을 살고, 내일 싼 비행기가 나와서 훌쩍 미국에 가고 그럴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꿈을 꾸지만 당장 그럴 순 없을 것 같다.

작년만 해도 내년엔 결혼을 할 줄 알았다.그리고 다음 해엔 애아빠가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지금은 그럴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좋긴한데 너무도 평온히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행복을 느끼고 싶기도 하고. 몇 년만에 느끼는 달콤한 안정감이 포근하기도 하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돈은 지금보다 많이 벌었다고 해도 뭔가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때 맛보지 못한 안정감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그 불안감 때문에 정말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살았던 하루가 안정감을 찾자 너무 쉽게도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싫기도 하다. 요샌 그 때 처럼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목표를 세우고 나를 단련해야하는데 난 이미 세상과 타협을 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배에 몸을 실은 듯 평온히 배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게 좀 싫다. 이럴까봐 이 길을 선택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ㅎㅎ


일은 일이고 삶을 삶이다. 이제 일은 지금처럼 하되 취미면에서 좀 도전을 하고 싶다. 일단 하던 시나리오 작업부터, 그리고 나서 올해 반드시 책을 낼 것이다. 반드시.

나이를 먹으면서 일은 이제 어느정도 타협을 한 것 같다. 이제 삶에서 도전하자. 즐겁게 행복하게.

행복하게 삽시다. 꼭. 행복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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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어줍잖게 위로를 한다.

예를 들어서 음식을 먹다가 그릇을 떨어뜨려 깼다고 하자.

이럴 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고~ 너 맨날 덤벙 대다가 그럴 줄 알았다"

이건 뭐 장난으로 한거고 위로를 할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아이고~ 조심 좀 하지~"

이런 식으로 위로를 하는 사람이 있다. 놀라운 건 이런 말을 진짜로 위로로 아는 것이다.

이게 무슨 위로가 되나. 그런 말을 한다고

"아 그러게. 조심 좀 할걸. 내가 덤벙대다 그랬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려나..

그냥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들어주고 그 감정에 공감해주면 될텐데 꼭 위로랍시고

"조심 좀 하지"


얼마 전 지하철에서 시비를 당했다.

등산복입은 술취한 아저씨가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등산 가방 옆에 놓인 등산픽에 내 얼굴을 찔렸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죄송한데 앉으시다가 제가 얼굴을 찔려서요. 픽 좀 내려주세요."

이랬는데 그 놈이 내게 내가 무슨 옆으로 앉았다는 둥, 어깨가 넓어서 그랬다는 둥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암튼 그렇게 말 안하고 가다가 갑자기 가방에서 뾰족한 뭔가를 꺼내더니 그걸 손으로 꽉 쥐는 것이다. 마치 그 자리에서 날 찌를 것 처럼. 그래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놈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어디까지 가냐고. 그러면서 나보고 앞으론 그런 말 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으면 나보고 조심하라는 거다. 내가 픽에 찔렸으니 내가 피해자인데. 암튼 그렇게 다행히 그 아저씨가 잘 참아서 별 일 없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는 것이다.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내가 조심한다고 그런 사람이 피해지나?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이 날 찔렀으면 난 그냥 그자리에서 죽었거나 최소한 눈이 실명됐을텐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잘못한건가?

내가 위로받아야하는 상황에 왜 내가 잘못한 느낌을 받아야 하나.

그럴 때는 그냥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면 된다. 왜 그 상황에서도 타인을 가르치려고 하나. 내가 혼날려고 말한 것도 아니고. 이런 어줍잖은 위로가 사람의 기분을 잡치게 한다.

그냥 그럴 때는 무서웠겠다. 힘들었겠다. 이러면 끝이다.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기대하는 대답이 있고 그냥 그것을 해주면 된다. 그러면 쉽다.

어줍잖은 계몽의식이 자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짜증을 나게 한다.

똑똑하고 생각있다고, 객관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게 안해도 아니까 제발 위로는 위로답게 해라.

무식하다고 무시하지 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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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좋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과는 다르지.
행복은 불행 속에는 있을 수 없지만 
좋다는 것은 불행 속에도 있으니까. 
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이응준, 『국가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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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6. 23:22 잡담

아빠의 하루

요새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보다 더 잘 먹고 잘 있을 애들이지만 그래도 애들이 잘 있는 지 걱정된다.

밤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살짝 애들 데리고 집에 들어가서 한 30분씩 놀아주고, 만져주고 그러는데 그것만 해주엔 미안한 게 많다.

첫째는 항상 신나있다. 항상 웃고 매달리고 안아달라고 한다. 맨날 안고 자야하고 애교가 많다. 지 밥은 안먹으면서 내가 뭐만 먹을라고 하면 달라고 한다. 매달려서 칭얼대고. 애가 크질않는다. 아직도 3키로.

둘째는 새침해서 아닌척해도 되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츤데레처럼 슥슥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항상 어디엔가 올라가서 날 지켜보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에 욕심은 없는데 지 밥은 엄청 좋아한다. 입이 너무 작아서 진짜 작게 뭘 잘라주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고 첫째한테 뺏긴다. 첫째는 그러다 뚜드려맞는다. 둘째는5키로가 넘는다. 첫째를 우습게 본다.

주말이라도 좀 산책도 하고 놀아줘야지. 근데 주말에도 일이 있어서 큰일. 바쁜게 쫌만 끝나면 올해도 제주도를 가자꾸나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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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태양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 빛나고 싶었고 그렇게 남을 비춰주고 싶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즐기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놀았다고 해야할까..


어느 순간 나는 달이 되고 있었다.

태양이 없으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그렇기 때문에 태양이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별. 실망할 것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으니까.


시골에 살았던 나는 달빛이 밤에 얼마나 밝은 지 알고 있다. 어둑한 숲길을 지날 때에도, 개구리소리가 가득한 논길을 지날 때에도 달의 빛에 의지해 충분히 집에 갈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집으로, 혹은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할 수 있는 달이 되었다.


컨설팅이란 일이 결코 창업자보다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많은 창업 끝에 이런 길을 찾았다.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었던 나는 그런 여러가지 일을 하다 실패를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러가지 일을 하고 싶다. 그렇기에 컨설팅이라는 직업은 나에겐 딱 맞는 일이었다. 아직도 창업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언젠가는 할 것이라는 꿈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작년만 해도 스스로 빛나는 태양이었다고 생각했다. 혼자 다니면서 이 일 저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었고 또 그러다보니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었다. 꿈도 못 꿀 것을 얻기도 하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불안정한 대박보다 안정적인 소박이 더 좋은 것 같다.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은 자유로이 꿈을 꾸는 가망성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돈은 훨씬 더 벌게 되었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근데 나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돈도 덜 벌게 되고 소중한 것도 잃게 되었다. 자유.


태양인 줄 알았던 나는 이제 회사라는 태양이 비춰주는 빛을 받아야만 빛낼 수 있는 달이 되었다. 어느새 혼자 움직이기는 힘든 존재가 되었고 소속감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으며 회사가 주는 안락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길들여지고 말았다. 야생에 있을 때 나는 자유로이 시간을 쓰면서 지금의 두배를 벌었었는데. 그 땐 불안했어도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꿈이 좀 줄어든 것 같긴 하다. 이건 내가 아닌데. 내일이면 일거리가 없어질 것 같던 불안함도 있었지만 그런 불안함이 날 계속 노력하게 만들었는데 이젠 그런 불안함이 없으니 스스로 좀 나태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고.


하지만 괜찮다. 달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 눈부셔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밝은 태양은 이제 부담스럽다. 난 이제 달이 좋다. 이게 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약간 멀리서. 점점 더 환하게. 그래. 이왕 달이라면 그래도 보름달이 낫지.


괜찮다. 난 이제 보름달이다.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누군가의 앞길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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