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어줍잖게 위로를 한다.
예를 들어서 음식을 먹다가 그릇을 떨어뜨려 깼다고 하자.
이럴 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고~ 너 맨날 덤벙 대다가 그럴 줄 알았다"
이건 뭐 장난으로 한거고 위로를 할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아이고~ 조심 좀 하지~"
이런 식으로 위로를 하는 사람이 있다. 놀라운 건 이런 말을 진짜로 위로로 아는 것이다.
이게 무슨 위로가 되나. 그런 말을 한다고
"아 그러게. 조심 좀 할걸. 내가 덤벙대다 그랬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려나..
그냥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들어주고 그 감정에 공감해주면 될텐데 꼭 위로랍시고
"조심 좀 하지"
얼마 전 지하철에서 시비를 당했다.
등산복입은 술취한 아저씨가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등산 가방 옆에 놓인 등산픽에 내 얼굴을 찔렸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죄송한데 앉으시다가 제가 얼굴을 찔려서요. 픽 좀 내려주세요."
이랬는데 그 놈이 내게 내가 무슨 옆으로 앉았다는 둥, 어깨가 넓어서 그랬다는 둥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암튼 그렇게 말 안하고 가다가 갑자기 가방에서 뾰족한 뭔가를 꺼내더니 그걸 손으로 꽉 쥐는 것이다. 마치 그 자리에서 날 찌를 것 처럼. 그래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놈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어디까지 가냐고. 그러면서 나보고 앞으론 그런 말 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으면 나보고 조심하라는 거다. 내가 픽에 찔렸으니 내가 피해자인데. 암튼 그렇게 다행히 그 아저씨가 잘 참아서 별 일 없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는 것이다.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내가 조심한다고 그런 사람이 피해지나?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이 날 찔렀으면 난 그냥 그자리에서 죽었거나 최소한 눈이 실명됐을텐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잘못한건가?
내가 위로받아야하는 상황에 왜 내가 잘못한 느낌을 받아야 하나.
그럴 때는 그냥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면 된다. 왜 그 상황에서도 타인을 가르치려고 하나. 내가 혼날려고 말한 것도 아니고. 이런 어줍잖은 위로가 사람의 기분을 잡치게 한다.
그냥 그럴 때는 무서웠겠다. 힘들었겠다. 이러면 끝이다.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기대하는 대답이 있고 그냥 그것을 해주면 된다. 그러면 쉽다.
어줍잖은 계몽의식이 자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짜증을 나게 한다.
똑똑하고 생각있다고, 객관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게 안해도 아니까 제발 위로는 위로답게 해라.
무식하다고 무시하지 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