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비행의 환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셀축에서의 비행은 예전에 터키에 왔을 때 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라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인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출발하기 전의 떨림은 얼마뒤 착륙할때의 짜릿함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원래 셀축은 유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근데 패러글라이딩이 다른 곳에 비해 워낙 싸다 보니 관광객들이 유적지는 들르지도 않고 바로 날러가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중 하나고..
배낭여행을 할때 유적지는 사실 가지말아야 할 곳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각 나라 당 한번씩은 가볼만 한데 유적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자연을 보고 문화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11개월만에 느끼다니.나도 참 바보다..지금까지는 유적지위주로 찾아가서 입장표값으로만 벌서 한 돈백은 썼을꺼다. 어이구 못살아. 그거면 그때 네팔에서 그렇게 고생안했어도 되는건데...눈물이 앞을 가린다.
신발하나를 사야겠다. 운동화가 밑창이 다 닳아서 슬리퍼만 벌써 며칠째 신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발바닥이 쉽게 아프다. 양말을 안빨아서 좋은건 있지만 말야. :) 신발값이 쌀 때 사야지 이제 슬슬 비싼 나라 진입할려고 하는데 거기서 뭔가 살려고 하면 허리가 휜다. 신발값으로만 부탄에서의 1주일치 생활비가 빠질지도 몰라..그렇게 생각하니 ㅎㄷㄷ하다.
여기는 참 한국애들이 많다. 아무리 안하고 안할려고 참아봐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한국말 때문에 들키고 만다. 얼굴이 하도 쌔까매서 가끔씩은 동남쪽으로 헤깔려들 하지만 놀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엄마!"때문에 들키고 만다. 굳이 피할껀 없지만 왠지 한국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 심뽀도 참 이상하지..셀축은 많은 걸 알고 왔기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비행 싸게 한번 해볼라면 여기밖에 없어 ㅠ.ㅠ
하늘 위에서 본 땅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그랬는데 얼마나 뛰던지 심장소리때문에 귀가 시끄러울 정도였다. 난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나서 밑엘 내려다 볼 수 없었지만 어느새 소리를 지르며 사진찍을 수 있나를 알아볼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정말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비행경험이었다.정말 신기하다.
비행만 하고 이집트로 떠나기 위해 시리아 쪽으로 가는 저녁 버스를 예약해 놔서 얼른 짐을 챙겨서 떠났다. 어제에 감흥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시리아와 요르단의 루트를 빨리 알아보고 말도 좀 연습해 놔야 한다. 영어가 안통하면 큰일이니까. 터번도 빨아야 하는데..얼른 좀 써야지 모자가 없어서 완전 검둥이 됐다. 썬크림은 잊은지 오래다. 저번에 버린것 같기도 하고..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누가 지켜주지 않는다. 지켜라. 그러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도 딱딱한 빵을 우적거리고 있다. 살기위해 먹는다와 먹기위해 산다 중 고상한 것이 전자라지만 난 그리 고상하지 않게 전자를 택했다. 돈을 벌어야 먹기 위해 사는 거지..아 정말 난 살기위해 먹는거다. 숨쉴수 있을 만큼의 열량을 내기 위한.내 피를 심장으로부터 발끝까지 보내서 산소를 골고루 보내기 위해 심장을 펌프질할 수 있을 만큼의 열랑..그 열량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난 빵에 땅콩버터를 바른다.
먹기위해..그리고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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