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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2 터키, 셀축
  2. 2012.06.20 아프리카 어느 마을?

2012. 6. 22. 19:22 여행기

터키, 셀축

어제의 비행의 환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셀축에서의 비행은 예전에 터키에 왔을 때 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라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인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출발하기 전의 떨림은 얼마뒤 착륙할때의 짜릿함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원래 셀축은 유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근데 패러글라이딩이 다른 곳에 비해 워낙 싸다 보니 관광객들이 유적지는 들르지도 않고 바로 날러가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중 하나고..


배낭여행을 할때 유적지는 사실 가지말아야 할 곳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각 나라 당 한번씩은 가볼만 한데 유적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자연을 보고 문화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11개월만에 느끼다니.나도 참 바보다..지금까지는 유적지위주로 찾아가서 입장표값으로만 벌서 한 돈백은 썼을꺼다. 어이구 못살아. 그거면 그때 네팔에서 그렇게 고생안했어도 되는건데...눈물이 앞을 가린다.


신발하나를 사야겠다. 운동화가 밑창이 다 닳아서 슬리퍼만 벌써 며칠째 신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발바닥이 쉽게 아프다. 양말을 안빨아서 좋은건 있지만 말야. :) 신발값이 쌀 때 사야지 이제 슬슬 비싼 나라 진입할려고 하는데 거기서 뭔가 살려고 하면 허리가 휜다. 신발값으로만 부탄에서의 1주일치 생활비가 빠질지도 몰라..그렇게 생각하니 ㅎㄷㄷ하다.


여기는 참 한국애들이 많다. 아무리 안하고 안할려고 참아봐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한국말 때문에 들키고 만다. 얼굴이 하도 쌔까매서 가끔씩은 동남쪽으로 헤깔려들 하지만 놀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엄마!"때문에 들키고 만다. 굳이 피할껀 없지만 왠지 한국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 심뽀도 참 이상하지..셀축은 많은 걸 알고 왔기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비행 싸게 한번 해볼라면 여기밖에 없어 ㅠ.ㅠ


하늘 위에서 본 땅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그랬는데 얼마나 뛰던지 심장소리때문에 귀가 시끄러울 정도였다. 난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나서 밑엘 내려다 볼 수 없었지만 어느새 소리를 지르며 사진찍을 수 있나를 알아볼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정말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비행경험이었다.정말 신기하다.

비행만 하고 이집트로 떠나기 위해 시리아 쪽으로 가는 저녁 버스를 예약해 놔서 얼른 짐을 챙겨서 떠났다. 어제에 감흥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시리아와 요르단의 루트를 빨리 알아보고 말도 좀 연습해 놔야 한다. 영어가 안통하면 큰일이니까. 터번도 빨아야 하는데..얼른 좀 써야지 모자가 없어서 완전 검둥이 됐다. 썬크림은 잊은지 오래다. 저번에 버린것 같기도 하고..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누가 지켜주지 않는다. 지켜라. 그러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도 딱딱한 빵을 우적거리고 있다. 살기위해 먹는다와 먹기위해 산다 중 고상한 것이 전자라지만 난 그리 고상하지 않게 전자를 택했다. 돈을 벌어야 먹기 위해 사는 거지..아 정말 난 살기위해 먹는거다. 숨쉴수 있을 만큼의 열량을 내기 위한.내 피를 심장으로부터 발끝까지 보내서 산소를 골고루 보내기 위해 심장을 펌프질할 수 있을 만큼의 열랑..그 열량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난 빵에 땅콩버터를 바른다.

먹기위해..그리고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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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아침 5시 30분.

바닥이 눅눅한 움집같은 집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이 끈적거리고 간지러운게 꼭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머리너머로 손을 뻗어 배낭이 잘 있는지 살핀다. 잘있구나.

이 나라는 물이 귀해 양치할 물도 제대로 구할 수 없다. 겨우 구한 물 한컵에 3분의 1로 양치를 하고 나머지 3분의 1로 얼굴을 닦고 나머지 3분의 1로 목을 축였다. 아 씨..왜 이렇게 더운거야..

움집을 기어서 나왔더니 벌써부터 햇살이 따가운게 한 낮이다. 어제도 이렇게 땡볕을 걸어 걸어 이 마을까지 찾아왔는데 지도를 보니 앞으로 두 마을을 더 걸어야 버스 타는 곳이 나올 것 같다. 바닥을 보니 조그만 짱돌 하나가 있어서 손을 뻗어 주웠다. 아 뜨거...젠장..

언제부터 해가 뜬거야..

뒤에서 이상한 낌새가 있어서 쳐다보니 나무 뒤에 숨어서 이 동네 꼬마아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웃고있다. 그 중 한 꼬마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발걸음이 씩씩한 것이 이 녀석이 분명 이 무리의 대장이렸다.

"니나 마야꿀라마스파하~"

뭔소리야 임마 -_-;

"니나 마야꿀라마스파하~!"

이녀석이 도통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난 그냥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이 녀석도 나를 보며 따라 웃는 것 아닌가. 하얀 이가 햇볕에 비쳐 더 하얗게 보였다.

나에세 손을 내밀었다.

"마흐시라"

오호. 이녀석 이름이 마흐시라인가? 대충 생각했다. 벌써 1년이 넘게 여행을 해 온 나에게 이정도 눈치는 예삿일이라..

"제이디"

나도 손을 내밀어 내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내 손을 탁 치고 웃으며 도망갔다. 이 놈... ㅡㅡ

새로운 마을에 오면 으레 어린이들은 외지인을 보고 신기함 다음은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드나보다. 페루에서는 내 작은 가방을 갖고 도망가는 바람에 소매치기로 오해를 하기도 했었다. 실은 친구처럼 장난친 거지만.

어쨋든 나도 그녀석을 웃으며 쫓아가는 척을 했다. 아침부터 피곤해 죽겠는데 말야..-_- 30분 정도 놀다보면 으레 녀석들의 엄마들이 찾으러 나와 밥을 먹으라 한다. 그러면 거기서 약간 뻘쭘한 표정을 지으면 되고 그럼 녀석들은 엄마한테 달려가서 모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럼 엄마는 아이를 한번 보고 나를 한번 보고 난 다음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이윽고 같이 밥을 먹자는 말을 한다. 젠장..이런 방식으로 6개월을 살았다. 똑같은 패턴. 하지만 다른 분위기. 매번 이럴 때 마다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친다. 3달 전 나미비아에서는 자기들 먹을 것도 부족하다고 안줘서 비상시 먹을라고 쟁여둔 초코바로 떼웠었다. 다시는 그럴 일이 없으리라.. 난 최대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거절했다. 당연히 한번은 거절해 줘야 한다. 한번에 가면 내가 밥만 축내는 녀석으로 보일꺼 아냐;;

마지 못해 밥을 같이 먹는다. 밀가루 반죽을 구워 만든 빵 같은 거에 풀을 싸서 먹고 있다.-_- 이게 모지..라고 생각한 순간 나에게는 특별한 손님이라고 빨간 열매 으깬거를 넣어줬다. 먹었다. 불났다. 이 죽일 놈의 빨간 열매..고추보다 훨씬 매운 어떤거다. 내가 먹고서 얼굴이 빨개져서 켁켁 거리자 같이 밥먹던 사람들이 죄다 킥킥 거리며 웃고 있다. 자기들은 그 빨간 열매를 연신 빵에 바르고 아무렇게 않게 먹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듯 내가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빵을 풀을 싸서 먹는다.

어쨋든 아침을 떼웠다. 여기 이 마을도 당연히 화장실이란 개념이 없다. 이 마을을 알게 된건 나흘 전, 볼리비아에서 만난 독일 친구가 준 책에 써 있는 글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왠만하면 안가는게 좋을 거라고 나에게 신신당부했었다. 자기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 마을은 위험하지는 않지만 위생적이지 않아서 여행객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난 위생적이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모 어떻게 되기야 하겠어? 라는 생각을 갖고 왔는데 밤에 도착해서 위험했다. 숲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다섯시밖에 안됐는데 창으로 찌를려고 하지 않나. 손을 올리고 배낭 다 검사받고 초코바 두개를 뺏기고 나서야 마을에 구석에 있는 움집에 재워줬다. 저녁밥은 먹지도 못했다. 한참 걸었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도 재워준게 어디야라는 생각을 했다.

아침도 먹었겠다. 적당히 이 마을은 어떤가라고 둘러보려고 하는데 아까 그녀석들이 또 와서 장난을 건다. 나 밥먹었으니까 니네랑 그만 놀꺼야 -_- 무시해버렸다. 그랬더니 계속 쫓아온다. 아 이녀석들 정말... 이 마을은 참 특이한 마을이다. 아직도 이런 곳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곳 같다. 마을에 전자제품이라고는 자동차 한대. 그것도 족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것인데 한 1950년대 정도의 차인것 같다. 겨우겨우 움직이기만 하는 차 같다. 문짝도 없고 지붕도 없고..가나 모르겠다..에효..

신기하게 여자들은 또 위에를 다 입고 있다. 하도 봐서 질리긴 하지만 그래도 입은걸 보니 좀 서운하기는 했다. 곧 다른 마을을 가니까... 나도 모르게 이상한 걸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_-;;

하루만 여행하고 이 마을을 떠나기에는 좀 아쉬움이 많은 것 같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뒤에서도 건장한 사내들이 눈 밑에 하얀거를 칠하고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어서 안갈 수가 없겠다. 버스가 있는 마을까지는 걸어서 3일정도 걸릴 거 같다. 족장이 좀 태워다 주면 좋으련만..괜한 부탁을 했다가 이 곳이 내 마지막 여행지가 될 것 같아 참았다. 부디 몸 조심해서 꼭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벌써 여행을 떠난지 14개월째이다. 참 많은 나라를 돌았다. 또 내겐 내가 꼭 돌아야 할 많은 나라들이 남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생각을 하니까 좋기도 한데 한 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고 2년동안 무슨 새로운 소식이 많을지..무섭고 궁금하다.

그래도 오늘은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데 내일부터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 모기가 많아서 예방주사라도 맞아야 할텐데 이건 모 마을이 없으니..

암튼 잘 지내고 있어라. 곧 간다.

배낭을 메고 나는 또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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