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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2.06.22 브라질, 벤피카
  9. 2012.06.22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10. 2012.06.22 뉴질랜드, 웰링턴

2012. 6. 22. 19:56 여행기

체코, 프라하

비오는 날의 프라하는 정말 매력적이다.

안개가 자욱할 때의 도시 전경은 마치 구름위에 있는 도시라고나 할까.



구름위에 불쑥 불쑥 솟은 붉은 지붕은 언제봐도 프라하에 온걸 후회하지 않게 해줄 만큼 매혹적이다.

여기 도착한지 2주째이다. 3일 계획으로 와서 프랑코씨네 머문 이후 떠나지 않고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때마침 한국에서 친구 하나도 드레스덴으로 학술회를 온다고 해서 겸사겸사 머물게 되었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고 국경을 넘어야 하지만 오랜만에 기차도 타는 거고 게다가 한국에서의 친구도 2년정도만에 보는거라 상당히 설렌다. 그리 친한 녀석은 아니었어도 타국에서 보는 그 느낌은 한국에서와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제레미와 함께 보슬비를 맞으며 시내로 향했다. 랄프는 오늘은 안나가고 방 안에서 책을 읽겠다고 했다. 하긴 어제 늦게 와서 피곤할 만도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랄프 방은 2층인데 지붕이 낮고 창문이 밖으로 열리는 구조라 이런 보슬비에 창가에 앉아 책을 읽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저번주 금요일에 랄프방에서 드레스덴에서 사온 잡지 하나를 본 적이 있는데 창가에 놔둔 커피가 식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잡지에 빠졌었다. 그만큼 그 장소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구조인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내 다락방을 그렇게 꾸미고 싶다. 낮은 지붕에 테이블로 쓸수 있는 창가. 경치 좋은 곳의 2층집. 모든 것이 꿈만 같은데 프라하에서는 그런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제레미는 밖에만 나왔다 하면 카메라를 가져간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방수천을 둘둘 감고 그걸 굳이 가져가겠단다. 필요없을 거라고 말렸지만 뭐 프라하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해서 나중에 정말 예쁠때 못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가져가는데 동의 했다. 하지만 나에게 삼각대를 들게 하는건 무슨 의미인 것인가..이것때문에 싫다. 체코까지 와서 삼각대 셔틀을 시키다니. 이녀석..


일단 비가 와서 반바지에 반팔. 그 위에 우비를 입었다. 장화를 신으면 좋겠지만 팔자 좋은 얘기다. 여기 사람들은 부츠 같은 걸 많이 신고 하는데 베를린에서 산 장화(거금 78유로ㅠㅠ)를 역에서 놓고 오는 바람에 그냥 슬리퍼를 신었다. 사실 비가 폭우처럼 내리면 그냥 젖을 생각으로 막 다니면 좋은데 이런 날씨는 슬며시 젖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근데 막상 나와보니..음..생각했던 것 보단 확실히 비가 더 오는 것 같다.


구름 낀 오전에 바쁘게 걸어다니는 프라하 사람들 사이로 어떤 가게에 길게 줄이 서 있는 걸 보았다. 사실 그 쪽을 지날때 마다 저 집앞에는 줄이 서 있는데 뭘 파는 지 궁금하기도 했다. 맛집이 많다는 프라하고 물가도 아주 좋지만 아직 맛있는 걸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한 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쁘기만 한 프라하에, 여유롭기만 한 프라하에 저렇게 줄 서서 뭘 기다린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가서 보니 별 것 없었다. 그냥 핫도그. 콜라랑 같이 주는데 70코루나 였다. 뭐 그정도면 핫도그+콜라가 4000원이면 그리 싼 가격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였으나 어차피 아침 때 늦게 일어나서 먹지 못했기 때문에 브런치 개념으로 먹고 점심을 제끼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세트 하나만 샀다. 제레미가 카메라만 챙기고 돈을 안챙겨서 (이새끼가..ㅠ) 제레미것도 사줬다. 나중에 족발로 받아야지 ㅋㅋ 프라하 족발은 정말 맛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해가 들었다. 날씨 참 요상하다. 런던 이후로 이런 그지같은 날씨는 오래간만인다. 근데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고 해야하나? 우중충한 색의 옷이 대부분이었던 프라하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우산을 접고 겉옷을 벗으니 화사하게 바뀌었다. 바쁘게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 동양에서 온 내가 신기한 건지 계속 쳐다 보았다.

 "뭐야 이건.."


제레미도 날 쳐다 보면서 한마디 했다.

"제이디. 너 입 주변에 소스.."

어제 저녁에 늦게 들어가서 배가 고팠던 탓일까. 큰 소시지를 제대로씹지도 않고 넘겼더면 소스가 입에 잔뜩.. 일단 핫도그 껍데기로 대충 닦았는데 더 번졌다. 결국 손으로 쓰윽 닦고 바지로 ㄱㄱ. 다행히 청반바지라 그리 티는 안났지만 제레미가 보고 웃는다. 이자식이 사진도 찍었다. 이 놈 정말..

원래 프라하 대 성당으로 가려고 했으나 그리 땡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관광지는 가 봤자 다 똑같다. 사진 스팟은 정해져 있고 그냥 제대로 도시를 즐기려면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낮이고, 프라하고 하니 치안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치한 보다 지도가 오래된 거라 길이 좀 바뀌고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길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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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보면 끝이 있을 것 같았다.


광활한 대지는 나에게 끝을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30분째 똑같은 색깔의 배경이 나를 미치게 한다. 똑같은 도로. 끝없이 펼쳐져있는 2차선 도로. 사막 한가운데의 나. 미쳐버리기 직전이다.

가져온 물은 겨우 10리터 남짓. 그것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이제 몇방울의 물도 아껴 써야 할때다. 언제 다음 건물이 나올지 모른다. 저쪽 멀리서 캥거루 뼈로 추정되는 하얀 물체가 보이는데.. 그건 아니겠지..

호주를 달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 땅은 매우 넓다. 매우매우매우 넓다. 지금 달려온 거리가 한 600Km는 되는 것 같은데.. 물론 심리적 거리다. 혼자 있어서 그런지 그 감이 없다 지금은. 시계나 있었으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방향감각도 없다. 나에겐 오직 이 곧게 뻗은 사막 한가운데의 2차선 도로 뿐.

트렁크를 위로 제끼고 그늘을 만들어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오픈카는 이래서 쓸모가 없다. 에어컨에 없다보니 차를 산 의미도 없고. 비오면 또 낭패고. 퍼스에 도착하면 반드시 다른 차를 알아볼 것이다. 제이미의 사탕발림에 속아 애초부터 싼 차를 선택한 내 잘못이 크지. 물을 한 모금 들이켰는데 물이 뜨겁다. 젠장. 이게 뭐하는 짓인가 진짜. 목이 타서 물을 마셨는데 목을 삶을 뻔했다.

10분 정도 쉬었나? 저쪽에서 차한대가 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뭘까. 저 차는. 누군가 알고 싶다. 과연 누굴까? 잠깐이라도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는 지금 외롭다. 몹시. 일주일동안 사람과 단 두마디 해보았다. 트렁크에는 먹을 것이 가득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사람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차가 다가올 수록 내 심장도 그 차의 속도처럼 속도감을 높혀 뛰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침을 삼켰다

꿀꺽 꿀꺽.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해 침도 잘 안나오고 침샘에서는 마른 침만 약간 나온다. 100미터 전방으로 차가 보이는데 웨건식인 걸로 봐서는 남자인 것 같다. 여자들은 혼자 웨건을 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걸로 봐서 남자가 운전에 여자 하나 정도 타 있을 것 같다. 물을 달라는 식으로 물통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차도로 나와 차를 세우기로 했다.

차가 서서히 속도를 낮추면 다가온다. 설 모양이다. 다행이다. 안서면 어쩌나 고민도 했었고.. 약간이지만 치고가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다. 물론 이들이 아직 호의적인지는 모른다. 아직 차만 세웠을 뿐.

인사를 했다.

Hi~

남자가 운전석에서 머리만 빼꼼 내 놓으면서 답했다.

Hi~

이마에 썬글라스를 끼고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마치 짜증이 나는 듯 했다. 내린 창문 너머로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게 이녀석 차는 에어컨을 만빵으로 틀고 다니는 것 같다. 부러운 놈. 피부색을 보니 동양인 같은데 여기에 오래 있었는지 조금은 검게 그을린 피부다. 면도도 안했는지 얼굴이 전체적으로 꾀죄죄해 보였지만 옷을 입은 스타일이나 그런 걸로 봤을 때는 꽤나 있는 집 자식처럼 보였다. 왼팔을 밖으로 내놓았는데 시계도 으리으리하고.. 일본 사람같다.

Japanese?

No. Korean.

한국사람이란다.. 전혀 한국사람같지 않게 생겼고 한국사람일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 옆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자세히 보니 한국여자인 것 같다. 아마도??

아 저도 한국사람입니다. 반갑게 이야기했다. 드넓은 호주벌판에서 그것도 20분만에 마주친 차. 그것도 세운 차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니. 정말 뜻밖의 수확이다. 뭐..아직 수확한 건 딱히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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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2. 19:54 여행기

그리스, 미코노스2

지중해 빛은 정말 파랗다. 이렇게 파란 물결을 그대로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데..포토샵에서 처럼 스포이드로 폭~떠다가 뿌리고 싶다. 이게 바로 지중해의 바다빛이라고..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넘실대는 파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비치로 가고 있었다. 탄지 15분 까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다. 프랑스인 여자애는 벌써 저 쪽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있다. 저 남자놈은 관심도 없는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모리는 아주 아무렇지 않게 프랑스남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아주 친절히 지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정신 나간놈. 말 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넉살 좋은 애는 진짜 처음이다. 난 정말 여행하면서 그나마 말 조금 한거지 여행 오기전에는 모르는 사람과는 말도 안 섞었는데.. 아테네에서 미코노스 오는 배도 저 녀석 아니었으면 엄청 헤메다 구했을 거다. 저런 놈 하나 조수로 부리고 있으면 수족이 고생을 안한다. 대신 머리가 고생을 하고 있지만. 뭐..저녀석은 나름 나를 자기 조수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나한테 오더니 사진 하나 같이 찍잔다. 귓속말로 프랑스인 녀석 이름이 파비앙이라고 말해줬다. 잘 부탁해요 파비앙~ 이렇게 말하자 그녀석이 씨익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꽤 쿨하고 재미있는 녀석인 것 같다. 나이는 좀 들어보이지만. 암튼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배가 한번 울렁 거려서 엄청 웃긴 각도로 찍히고 말았다. ㅋㅋ 이런것도 추억이겠지. 이놈의 영감..뷰리풀 보트는 얼어죽을..그냥 통통배구만.. 아침에 하늘만 맑았어도 주인집 진짜 뷰리풀 보트를 타는 건데 말야. 아 미친다 진짜. 일이 꼬이니까 별.. 암튼 이것도 뭐 나쁘지는 않은 일정인 것 같다. 덕분에 뭐. 힘 안들이고 비치에 도착하게 되니까. 그리고 이런 곳에서 울렁거리는 배를 타 본 한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위안을 삼고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리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

<Fish!>

가보니 깨끗한 바다에 물고기가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으아..수경이랑 호스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쿨링을 하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쿨링용 수경을 오늘 쓸 일이 없을 줄 알고 챙겨 오질 않았는데..이건 뭐 그거 프랑스에서 사고 한번도 못쓴다. 그 전에는 맨날 빌리다 큰 맘먹고 샀더만..정말 후회가 된다. 이제 일정에 바다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중간 중간에 큰 물고기도 있는데 아는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죄다 모르는 어종이고 그냥 열대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만 가득했다. 그래도 참 신기했다. 갑자기 배주인 할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We have sharks>

일단 말이 그냥 꽂히지 않아 웃었다. 샤크가 있다고? ㅋㅋㅋ 근데 모리랑 파비앙의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았다. 샤크? 상어? 이런.. 잠깐이나마 쿨링을 생각한 내가 미친 놈이지..그런데 어떻게 저 영감은 샤크가 있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지? 정말 이상한 지역이다 여기는..ㄷㄷㄷ 상어라면 그 이빨이 날카로운 물고기를 말하는게 아니던가 ㄷㄷㄷ 저쪽에서는 프랑스여자가 다리를 모으고 쭈그려 있는데 파비앙은 가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ㅋㅋㅋ 저러다 이제 헤어지고 난리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뭐 한국이나 프랑스나 남자놈들 다 똑같구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거 보면 한국여자들 진짜 반성해야 한다. 다 똑같은데 항상 뭐 멋진 프랑스인, 매너있는 영국신사..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만 하고..뭐..확실히 외모는 훨씬 낫지만..역시 남자건 여자건 외모로 판단하는 이 더러운 세상 ㅠㅠ


자책하고 있는데 모리가 소리를 질렀다.

<JD, There is the beach!>

어느새 비치에 다 왔다. 이제서야 고개를 드는 여자. 파비앙을 째려보는데 그러던지 말 던지 이녀석은 바다에서 본 비치를 연신 찍어대고만 있다. 속으로 넌 이제 내려서 죽었다. ㅋㅋㅋ 이러며 웃으며 그 녀석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뭐가 좋은지 날 보며 같이 사진을 찍잔다. ㅋㅋ 얼씨구.

뭍으로 내리는 건 참 쉬웠다. 멀리서 내려준 줄 알고 엄청 쫄면서 수영으로 가기는 빡세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모리가 다이빙으로 폴짝 뛰는 걸 보니 엄청 얕은 것 같다. 이렇게 해수면이 낮은 해수욕장이 있다니.. 참 놀랍다. 마치 망상이나 옥계해수욕장 같은 분위기이다. 암튼 내려보니 허리에서 가슴 사이에서 물이 왔다갔다했다. 큰 파도가 불어도 얼굴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썬크림을 준비 안해왔는데..하는 생각도 잠시. 어차피 까맣게 된 얼굴 뭐 어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보니 이제서야 파비앙이 자기 부인을 내려주고 있다.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다. 손을 잡고 내려선 자기 혼자 뭍으로 막 향한다. 어리둥절하는 파비앙. 저 바보 같은 놈. ㅋㅋ 어리버리하다 정말.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이게 무슨 ㅋㅋ 암튼 우리한테 잘 놀라는 말을 하고 얼른 그녀를 쫓아가는 모습이 참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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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2. 19:53 여행기

그리스, 미코노스1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그냥 여행일 중 하루를 날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내일 당장 사모스로 떠나는 배를 예약한 터라 오늘 하루 이렇게 숙소에서 보내다간 나중에 아까워서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밖이 덥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젖어도 되는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보아하니 아침에만 좀 비가 오다가 점심 때쯤 갤 것 같기도 하고..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아 신발을 어떤 걸 신고 갈까 한 일분동안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냥 슬리퍼를 신기로 했다. 경사 가파른 곳은 안가면 되지 뭐. 쿨한 결정이었다.

옆방에 잠 들어 있는 모리를 깨웠다. 오늘 아침에 같이 나와서 집주인 아저씨의 보트를 타기로 했었는데 날씨가 이래서 많이 속상한 것 같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그럴만도 하지.. 오늘 아침도 안먹었는데 배는 고프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I'm ready to go!>

다행이었다. 혼자보다 둘이. 둘 보다 셋이 좋은 나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센치해지기 때문에 이 녀석이 없었더라면 많이 외로웠을지 모른다. 그건 정말 싫은 것 중 하나이다. 비오는 날 혼자 걷는 거리라..

밖에 나와서 휴대폰을 보고 미리 적어둔 오늘 갈 곳을 보고 있는데 모리가 아무것도 안가지고 나왔다. 이 놈은 도대체가 정신이 있는건지..카메라도 안가져오고 뭐하냐고 말했다.

<I dont need it. cause I have my big brain>

자기 머리를 가르키며 해맑게 웃는 이녀석은 정말로 꼴통이다. 으이구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믿고 카메라 안가져온 나의 얍삽함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그래 까짓것. 돈은 챙겨왔겠지 뭐. 나도 점심때 먹을 샌드위치밖에 없는데...

일단 무작정 파라다이스 비치쪽으로 향했다. 밤새 바람도 많이 불어서인지 바닥엔 나뭇가지들과 나뭇잎이 가득이다. 저거 쓸려면 정말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별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은 뭐하러 하는지.. 젖은 낙엽. 어쩌면 그건 내 인생 같다싶기도 하고. 뭔가 애절한 동질감을 느낀다..오...

길을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완전 비옷을 차려입은 왠 프랑스인 커플이 우리를 부른다. 여자가 이뻐서 냅다 달려가 보니 자기네들이 지금 어딘지 모르겠다고 지도를 보여 달란다. 흠. 나도 지도가 없는데..하고 살짝 당황해하자 아무것도 안가져온 줄 알았던 모리가 바지 속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지도를 꺼내 보여주었다. 처음엔 약간 섬칫하게 놀라던 그 남자도 급했는지 뭔지 그 지도를 말없이 받아들었다. 여자는 지도를 만지지는 않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 비가 와서인지..그 지도가 따듯해서인지. 종이에서 살살 증기가 올라온다. 그 장면이 어찌나 웃기던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꼬깃꼬깃한 지도에서 나오는 김..ㅋ 옆에서 진짜 미치게 웃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프랑스인 커플도 우리처럼 비치에 가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험한꼴 안당해도 되는데 왜 하필..그런 험한 꼴을..이라는 생각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시원하게 오케이를 외쳤으나 남자가 약간 생각을 하더니 불어로 여자친구한테 뭐라고 했다. 그냥 느낌에 저 남자애들을 왜 따라가냐 뭐 이런 뜻인 듯. 내가 보기에도 나나 모리나 행색이 너무도 초라했기 때문에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나같아도 안따라갔을 듯 하다. 하지만 나나 모리나 그냥 씨익~ 웃고 있어서 그리 미친놈(?)같지는 않았는지 마지못해 여자친구의 말을 따르기로 했나보다. 졸지에 이상한놈으로 몰린 우리는 앞장서 가기로 했다. 기분이 나빠도 뭐..동양인들을 저렇게 보는 저 놈이 잘못된거지 뭐..하는 생각과 함께.

큰 펠리칸을 지나 한 열발자국 정도 걸었나? 그리스인 할아버지 한 분이 아~주 유창한 영국식 악센트의 영어로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프랑스인 녀석들과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어제 저 할배 집에서 밥을 먹었나보다. 그것도 좀 비싸게. 이 여행이 그들의 허니문이라고 했다. 셋이 몇마디 하더만 우리 쪽을 향해 여자가 말을 걸었다.

<He has a beautiful boat. Do you want to join us?>

비가 오고 파도가 거센 이 날씨에 왠 개소리인가 하고 무시하고 몇 발자국 더 가려는데 눈 앞에 보이는 바다는 전혀 움직임이 없이 고요했다. 마치 폭풍전 그것처럼. 아니 이놈의 동네는 이렇게 조용하게 비가 오는건가??

깔끔하게 비가 그치지도, 하늘이 맑지도 않지만 바다만큼은 정말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원래대로라면 주인집 배를 타고 섬 일주를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비온다는 핑계로 캔슬시키고 밖으로 놀러간 이 영감은 도대체 파도를 보긴 했는지 원.. 어처구니가 없다.

모리를 쳐다보니 날 보고 어깨를 으쓱한다. 맘대로 하란 뜻인지.. 나도 배는 타고 싶고 비치도 가고 싶은데..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We can give you a ride to the beach>

바로 오케이. 어차피 바닥이 미끄러워 언덕 오르기도 빡셌는데 잘됐다 싶었다. 모리는 이미 윗옷을 바지안으로 접어넣으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얍삽한 놈..저놈은 나를 얍삽하다고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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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2012. 6. 22. 19:51 여행기

일본, 유후인2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친절하게 방까지 와서 모든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저녁도 준단다. 또 차도 끓여먹을 수 있도록 해놨고 떡도 있었다. 정말 고급스럽게 보였다. 일단 저녁을 먹기전에 탕에 함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것도 안입고 겉에 가운만 걸치니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모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신발도 줬는데 일본식 나막신을 줬다. 발가락에 끼우고 성큼 걸어서 욕탕까지 갔다. 일본에는 여탕과 남탕이 하루하루 바뀐다고 하던데 내가 있는 동안 내가 있는 탕이 여탕으로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남탕에 도착해서 일단 몸 한번 씻고 탕에 들어갈려고 했는데..와우..


료칸 자체가 산 중턱에 있어서인지 유후인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았다. 문닫은 곳이 많기도 했지만 가로등, 자동차로 인해 약간의 불빛이 보이는 시골마을. 게다가 다른 료칸에서 올라오는 듯한 수증기연기. 굉장히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탕에 앉아서 이렇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니. 이렇게 자연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려살아가는 삶. 그냥 그 속에 섞여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삶. 그런 삶을 원하던 나였는데. 여기 오니 그 기분을 좀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된다고 해서 나왔다. 나와서 좀 걸으니 차를 주는 센스. 아리가토고자이마시타.

밥을 먹으러 올라갔더니 저녁메뉴가 화려하다. 그냥 대충 일식 몇개 있을 줄알았는데 고기구이에 초밥, 튀김 등 여러가지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왔고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도 하나하나 주인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설명해주었다. 약간의 한국말과 영어,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어로 설명해주었는데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설명이 너무나도 쉬웠고 그래서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음식은 좀 싱거운 편이었지만 다 맛있었다. 게다가 음식 모양, 색의 어울림 자체가 고급이었다. 평생 먹어본 음식 중 가장 고급처럼 보이는 음식이었다. 먹고 방에 들어가서 티비를 봤다. 뭔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데 웃겼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웃겼다. 왜 웃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웃겼다. 들어와서 과자도 먹고 떡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리고 12시가 되어 또 탕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가족탕인데 혼자 들어가려니 여간 이상한게 아니었다. 가족탕답게 일단 약간의 칸으로 막아놓았는데 뭐..괜찮았다. 물은 아까 거기보다 훨씬 뜨거운것도 같고..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온천같이 뜨거운 물에 사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던데..혹시 그 놈도 있는지 살펴봤는데 다행이지 뭔지 그런거는 없었다. 탕에 들어갔다 나오니 세상에..몸이 새빨개졌다. 목부터 아래로. 얼마나 지지고 있었던 거야..오늘 잠은 진짜로 잘오겠구만 싶었다. 오늘은 여행중 정말 많이 걷지 않은 날이라 그렇게 피로는 없었지만 벌써 오래 여행을 한 터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 어디에서나 잘 자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자는 나는 오늘도 정말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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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2. 19:50 여행기

일본, 유후인1

후쿠오카에 내려보니까 날이 흐리다. 분명히 날씨를 보고왔고 흐리지 않다고 했는데 날씨가 이런걸 보면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예보가 그렇게 잘 맞지는 않는가보다.한편으로는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맨날 틀리는 게 아니구나.

국내선타는 곳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 어딘지 잘 몰랐는데 그냥 한국사람들이 많은 곳에 서 있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 중에 한명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혹시 유후인 가세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나에게 작업이라니..여행지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약간은 떨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럼 줄 이렇게 서세요. 여기는 줄을 ㄱ자로 서거든요."

"아 네 -_- ; "


젠장..쪽팔려 죽는 줄 알았네. 티는 안냈지만(얼굴에 났을지도)약간 창피함에 줄을 바꿨다. 젠장...나만 몰랐던 거야?그런거야?

버스를 타고 한시간. 다행히 버스에서는 히터를 틀어놔서 따뜻했다. 역시나 눈이 왔다. 젠장. 왜 나쁜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지..


유후인에 도착해서 보니 역과 터미널이 거의 붙어있다.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아주 작은 마을 같은데 막상 도착을 하고 보니 뭘 할지 몰랐다. 괜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역을 배경으로 셀카 한방을 찍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 둘이 온 한국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겼는지 찍어줬다. 고마웠다 정말 ㅠ

그리고 나서 길을 가려고 하는데 외길이라 그냥 가고 있는데 방금 사진을 찍어줬던 여자애들이 내가 따라오는줄 알았나보다. 젠장..난 어딜 가든 치한으로 오해를 받는다. 추워서 빨리 걸었더니 도망가는 꼴 하고는..빙판 밟고 자빠져라~


가다보니 마을에 작은 골목길 같은데 예쁜 상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일본은 참 포장을 잘 하는 나라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사고싶게끔하는 매력이 있다. 정말 예쁘게 잘 포장한 이쑤시개(--;), 정말 깜찍한 귀후비개;; 이런 것들이 다 일본 상품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 같다. 쭉 걷다보니 캐릭터 상품도 많고 별게 많았다. 가다보니 마을 끝쪽으로 호수가 하나있었는데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은 호수였다. 왠 지나가는 일본 가족이 나보고 사진을 찍어달란다. 난 어딜가나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유럽쪽에서도 그랬고..


호수를 대충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프다. 일본 물가가 비싼 편이라 라면을 먹기로 했다. 이따가 저녁은 료칸에 가서 먹을 거라 간단하게 먹을라고 라면가게를 갔는데...일단 미소라멘...우리나라돈으로 한 40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날이 추워서 눈오는 날 눈 날리는 걸 보면서 라면을 먹으니 참 감회가 새롭다. 좋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런 경험 쉽지 않을테니까. 고기가 둥둥떠있는데 자세히 보니 기름이 한바가지이다. 난 원래 느끼한 걸 잘 몰라서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그 집에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볼 수 없는게 안타까웠다. 그렇게 한국사람들이 많았는데 왜 여긴 하나도 없을까? 여기가 혹시 별로 맛이 없는 곳인가?싶었다.난 맛을 너무 못느껴서 탈이야. 뭐 괜찮아.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열량을 만들어내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섭취했으니 당분간 내 몸 전체에 피를 골고루 전파할 수 있도록 심장은 뛸꺼고 폐도 정상으로 움직이겠지. 그정도면 충분해. 내가 할일은 다 한거야.

공중전화를 찾았다. 일본어로 전화를 해야하는데 다시 한번 망설여졌다. 그냥 약도보고 걸어갈까? 아냐 여기에 차로 가면 10분이라는데 걸어가면 죽을지도 몰라..그냥 전화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전화하는게 여행하면서는 가장 노역이다.


가만있어보자..모시모시. 와타시와 캉코쿠징, 홍상데스. 키레와 유후인에키마데데스. 맞나? 다시 한번 더듬더듬 읽고나서 전화를 했다. "헬로~" -_-;; 모야 이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젠장..엄청 연습했는데..암튼 나는 여기가 역이라고 하고 곧 나오겠다는 그 사람을 기다렸다.


조금있다가 작은 차 한대가 와서 내 앞에 섰다. 아주 환한 미소로 곤니치와를 외치는 작은 젊은이가 그렇게 멋있고 당차보일 수가 없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는게 정말 절도있고 멋있어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이 없어졌다. 내 짐을 받아 얼른 차에 싣는데 내가 괜찮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나보고 얼른 차를 타라고 했는데 내가 차 방향이 익숙하지 않아 좀 착각을 했다. 아..어리버리하게 보이면 안되는데..가는 길이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일본어 몇마디를 나눠봤다. "료칸와 치까이데스까?" 그러자 그 사람은 아주 환하게 웃으며 "니혼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미소와 다른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치까이, 치까이데스~"그 후로도 많은 얘기들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웃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답답했지만 그 사람은 얼마나 답답했으랴..나같은 놈들 얼마나 많겠어..ㅋㅋ


료칸에 도착했는데 료칸이 산 중턱에 있었다. 아따 얼마나 춥던지..그런데 역시 료칸은 료칸인지 집 주변에 수증기연기가 얼마나 올라오던지..역시 짱이었다. 너무 설레였다.

들어가니 체크인을 하란다. 그러면서 떡이랑 차를 줬다. 떡 진짜 쫄깃하고 맛있었다. 차? 향이 예술이다.료칸 좀 비싸게 줘서 약간은 후회도 했는데..이거 서비스 꽤 괜찮은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탕 들어가는 시간을 정하라고 했다. 난 가장 늦은 시간에 간다고 했다. 괜히 챙피해서 그랬는데 그럴 이유 하나도 없었다. 왜냐면 시간을 고르는 것은 가족탕이나 그러기 때문이다. 혼자 들어가는 건데 뭐가 챙피해 ㅋㅋ 그냥 탕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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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마테우스와 같은 색으로 옷을 맞춰입어서 왠지 커플룩처럼 보인다. 게다가 내가 키가 작고 이 놈이 커서 더 그렇게 보이나보다. 그래서 일부러 떨어져 걸었다. 브라질에는 그런 애들이 많다는데..나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앨은 집에서 아이들을 보고 저녁을 근사하게 차리겠다며 둘만 다녀오라고 했다. 난 그들에게 너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대단히 미안했다. 그렇게 넉넉하게 사는 것도 아닌 이 집에 내가 며칠 신세 지는 것이 굉장히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전자제품 하나 사서 보내줘야겠다. 여긴 진짜 전자제품이 너무 비싸다. 정말 정말..

차는 1987년식이다. BMW지만 너무 오래되어놔서 후덜덜하다. 그래도 관리를 잘해서인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20년이 넘은 차로는 보이지 않고 한 10년? 그쯤 되어 보인다.

마테우스는 나보고 어디가 제일 가고 싶냐고 했다. 내가 여길 몰 알아? 그냥 아무데나? 아님 좋은데? 이러니까 마테우스가 해변은 어때?라고 물었다. 브라질의 해변이라..왠지 기대가 정말 많이 된다. 흐흐흐..남미에 오자마자 느낀거지만 정말 여기는 너무 벗어제낀다. 나야 모 손해볼 것 없지만 말이다.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코파카바나를 갔는데 이건 뭐..사람이 끝도 없다. 그나마 지금은 없는거란다. 2월에는 카니발때문에 전세계에서 몇천만명은 그냥 온다고 한다.




여기에 유명한게 이 인도인데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만들어 놔서 사람들이 죄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신기하다. 참..

마테우스가 해변에 놀러간다고 해서 자기 여동생도 불렀다. 중간에 가는길에 전화해서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만났는데 부모님도 같이 나오셔서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시면서 자기집 에어컨에 LG라고 말씀하셨다. LG는 참 남미진출을 잘해서 여기서 인기가 좋다.

마테우스의 동생 이름이 소피아였다. 소피아 마테우스.. 여기 사람들은 죄다 이름이 a로 끝난다. 여자는 a로 끝나고 남자는 다 o로 끝난다. 그렇게 지어야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애들이름도 그렇구나. 암튼 소피아는 이제 22살인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애들은 애들이라 그런지 사진 찍는 것을 무지 좋아한다. 안타깝지만 약혼을 했단다. 여기 애들은 참 빨리도 하지..




암튼 셋이 돌아다니는데 이것들이 지들끼리 지네말로 뭐라 해서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소피아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시도도 안했는데 나랑은 그냥 눈치 and 코치로만 통했다. 리오도 정말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장난도 많이치고. 어릴때 기억이 난다.

암튼 이 동네는 참 좋다. 햇살이 아주 좋을 만큼 따듯하고 좋아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좋지~하더니 지 친구들도 부른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까 브라질 사람이란다. 그렇게는 안보였는데 말이다. 근데 말을 좀 오래해보니까 조금 억양이 있었다. 얘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다 조금씩 해서 피부색만으로 판단하기 참 어렵다.

나도 몸이나 좀 태울까 했는데 이미 많이 타서 선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몸에 물만 적시고 그늘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냥 모든게 꿈만 같았다. 한여름의 꿈..

시간이 멈췄으면..지금 내가 가진 모든 고민이 사라졌으면..하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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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2012. 6. 22. 19:47 여행기

브라질, 벤피카

벤피카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역은 ~입니다. 라고 방송이 나오는데 그게 잘 안들려서 그렇지. 영어로 나오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특히 역이름이 잘 안들린다. 젠장.

그래도 겨우겨우 알아듣고 벤피카에서 내렸다.벤피카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이상하게 쳐다봤다. 서양인과 히스패닉은 많지만 동양인은 그리 많지가 않아서 그런가보다. 돌아다니면서 동양인 많이 본 것 같은데. 혹시 옷이나 머리, 가방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런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 마테우스한테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했다. 나왔다고 했는데 아직 여기까지 안 온걸로 봐서는 버스를 타고 있거나 걷고 있나보다. 시간이 한 9시쯤 되었고 새벽에 도착해서 좀 걷고 그래서인지 배가 고팠다. 이 녀석이 만나면 밥은 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끈이 너무 헤져서 신발끈을 바꿔야 하나?생각을 하면서 다시 고쳐메고 있는데 드디어 친구가 도착했다.


"제이디~"


정확히 15년만이다. 이렇게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리오는 너무나 반갑게 악수를 청하곤 포옹을 했다. 큰 개 한마리를 끌고 나왔는데 그녀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놀라운 건 결혼도 했고 애도 있다고 한다. 둘씩이나.

이녀석은 그대로 였다. 15년 전에도 너무 늙어보여서 동갑이라곤 생각도 안했었는데 역시나 똑같이 나이먹어보였다. 굵은 곱슬머리파마에 수염. 게다가 흰색반팔나시에 카키색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나왔는데 영락없이 도인같았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배가 고픈 걸 깨달았다.


"밥줘"


내가 진지하게 꺼낸 첫 마디였다. 그녀석은 흔쾌히 내 짐을 들어서 자기 등에 메고 개를 끌었다. 집에다 짐을 놓고 밥을 먹고 나와서 리우를 돌자고 했다. 버스나 그런걸 타고 왔는줄 알았는데 자동차를 끌고 왔다. 이녀석 -_-;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면서 마테우스는 지금껏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조경일을 한다고 했다. 같이 조경을 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했는데 이름이 알렉산드라란다. 그런데 그냥 짧게 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여자나이는 이제 겨우 23살인데 애가 둘이라니. 이 도둑놈.암튼 오래간만에 군대동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리오의 집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집은 월세 1500헤알이라고 한다.우리나라돈으로 한 80만원 정도? 암튼 내가 묵을 방은 없었고 거실에서 자라고 한다. 썩을..하지만 뭐 거실도 아늑하니 전혀 나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브라질은 식료품값은 무지 싼데 전자제품값은 무지하게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도 컴퓨터 마련하는데 엄청 힘들었다고..초고속인터넷 얘기를 해주니까 무진장 부러워한다. 짜식. 아직 한국 따라오려면 멀었구만~

앨과 인사를 했다. 23살인데 생각처럼 어려보이지는 않았고 그냥 한 27살 처럼 보였다. 애를 둘이나 낳아서 그런지 좀 늙어보였다. 다른 나라사람들은 나이를 판단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아이들과도 인사를 했다. 큰애는 피노, 남자애고 둘째는 여자앤데 이름이 밀레나였다. 3살, 한살. 진짜 어린 애기들이다. 3살짜리는 엄마옆에 꼭 붙어서 지 손가락 빨면서 엄마뒤에서 날 쳐다보고 웃고 그랬다.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었으나 아직 환전한게 없었다. 달러라도 줄껄.


아침은 간단한게 샐러드같은걸 먹었다. 먹는데 애기가 하도 울어대서 앨은 제대로 밥을 먹지도 못했다. 오늘이 휴일이라 앨과 리오 둘다 집에 있어서 다행이지 평일이었으면 난 혼자 모할 뻔했냐;

아침먹고 나가려는데 마테우스가 나보고 총이랑 물만 챙기란다. 난 처음에 총(gun)을 껌(gum)으로 듣고 이자식이 내 껌은 또 언제 본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총이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 자체가 치안이 너무 안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자기랑 있으면 없어도 상관없지만 혼자 다닐때에는 좀 위험하다고 한다. 특히 동양인들이 표적이 많이 된다니 조심하란다. 젠장...지하철에서 느낌이 이상하더라니..암튼 무서운 게 많다.난 차 얻어타고 다니니까 그렇게 무서운 일은 없겠지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었다. 여름이라 더운데 어제 밤에 버스를 타고 오느라 모기때문에 긴바지를 입었는데 아직도 갈아입지를 못했다. 바지도 갈아입고 젖은 옷들을 봉지에서 꺼내서 말릴 데를 찾고 있는데 앨이 와서 손수 널어준다고 했다. 난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자기가 벌써 다 널고 있다. 참 착한 아가씨다. 암튼 녀석. 운도 좋네~그래서 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마테우스와 같이 나시티에 카키색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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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남미의 끝 리우 데 자네이루. 여기선 길고 간 이름대신 짧게 "리우"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생각이 났다. 아니 바다가 있는 걸로 봐서는 서울보다 부산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암튼 정말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도시다.


새벽 4시에 도착해서 몸이 지칠대로 지쳤다. 리우에서는 숙소를 잡은 것이 아니라 친구 집에서 묵기로 해서 일단 그녀석을 찾는게 제일 급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녀석한테 지금 4시밖에 안됐는데 전화하는 것도 그렇고(이녀석은 전화하라고 했지만) 해서 일단 항구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리우브랑크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지도가 아예 없어서 하나 사기로 했다. 근데 아직 문연 책방도 없고 해서 일단은 표지판 대로 걷기로 했다. 짐이 무거워 터미널에 맡길까 하다가 좀 있으면 친구집에 갈껀데 돈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메고 다니기로 했다. 우루과이에서 넘어올때 빨래를 널어놨는데 비가와서 젖은 빨래를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넣어놨는데 걱정이 많이 됐다. 쉰냄새도 나는것 같고. 이거 오늘 다시 빨아서 말려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걷는 내내 들었다.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금방 항구에 도착했다. 말이 금방이지 한시간은 걸은 것 같다. 그나마 해가 빨리 떠서, 또 새벽이라 그리 덥지 않아서 그렇지 한낮에 걸었으면 정말 무더울 날씨다. 오늘 날씨는 41도까지 올라간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썬크림도 하나 또 사야겠다. 이제는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항구에 도착하니까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이야~"라고 하자 브라질리안이 날 보고 "이게 바로 리오야~!"라는 뜻의 미소를 보냈다. 이녀석은 5시밖에 안됐는데 여긴 왜 온건지? 암튼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치 부산처럼 그냥 항구가 아니라 도시와 자연이 아주 적절하게 조화된 항구라고 할까? 바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발전을 거듭한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무튼 바다를 보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도시의 롤모델로 삼아도 될 만큼 아름다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침임에도 브라질리안들은 분주하다. 관광도시이기 때문에(사실 관광도시 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항구 주변)은 모두 관광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나오기 전에 미리 나와서 장사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니 6시 반정도에 여는 조그만 가게에서 리우 지도를 하나 샀다. 싼 값은 아니었지만 관광지니까..에이..우루과이 터미널에서 살껄.하는 후회가 들었다.

상당히 큰 도시였다.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으니 당연히 그럴만도 하고 북반구의 겨울인 지금이 리우를 찾는 관광객이 제일 많을 시기라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았다. 원래 브라질 자체에도 백인, 흑인, 황인에 히스패닉이 많아서 차별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바람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뿐이지만 여기는 관광객이 많아서 영어를 많이 알아듣는다.


8시쯤에 마테우스한테 전화를 했다. 이 놈이 두번이나 전화를 안받더니 세번째에 받았다. 그것도 상당히 졸린 말투로.


"알로~"


"얌마 나 왔어!"


상당히 좋아하는 목소리이긴 한데 졸린 목소리도 섞여있어서 그런지 완전 반가워하지는 않은 듯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번 전화도 했었고 한국에서 이메일도 했던 터라 내가 올 줄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설마 진짜 왔나?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녀석을 만나는 것은 벌써 15년 전이다. 중학교때 미국에서 두달 같이 산 녀석인데 야한 것만 밝혀서인지 가슴팍에 털이 무지 많이 난 녀석이었는데. 축구는 무지 잘했지만 미국에서는 못해서 아쉽다고 말한 그녀석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어쨋든 그녀석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너 지금 어딨어?"

"여기 항구인데 어딘지 잘 몰라. 보타포고인가?"

"아 그렇구나 여기 벤피카인데 올 수 있어?"

"지하철 있지? 지하철 있으면 갈 수 있어"

"버스타는게 편할텐데.. 지하철타고 오면 내려서 또 버스타야하거든"

"아 그러냐? 지랄말고 지하철 역에 나와있어."

"-_-;; OK"

"롸져~"


그녀석은 쿨하게 온다고 했다. 역시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한테는 욕이 최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오 마테우스. 축구 선수인 마테우스와 성이 같아서 축구 잘하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녀석.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이름도 리오 란다. 미국에서는 나와 함께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그동안은 이메일로 1년에 한두번 연락하다 이번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15년 전에 같이 영화도 보러다니고 같이 학교도 다니고 했던 녀석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 지 상상이 안간다. 보나마나 얼굴과 가슴에 털이 잔뜩나서 괴물처럼 변했겠지.

일단 사진을 몇방 박았는데 잘 나올지 모르겠다. 태양이 막 뜨기 시작해서 사진이 어둡다.




이제 지하철을 타러 가야하는데 이게 좀 복잡하다. 일단은 지하철부터 타고 벤피카 쪽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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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2012. 6. 22. 19:45 여행기

뉴질랜드, 웰링턴

왕가누이에서 웰링턴까지 가는 교통편은 생각보다 많았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이라 너무 더운데 그나마 해안가라서 물에 가까워 그런지 다른 곳보다는 시원해서 자전거로 가면 보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걸 알았더라면 오클랜드에서 올때도 해안도로로 올껄 괜히 고집부려서 이렇게 얼굴이 시커멓케 타고 말았다. 지금은 허벅지가 완전히 탔다. 썬크림을 진짜 들이붓는데도 이정도니 정말 너무 한다. 남국의 태양은 참..


사흘전에 개집에 부딛힌것 때문에 체인이 계속 빠지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좀 수리를 받기위해 자전거포에 갔다. 생각보다 뉴질랜드도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전거포가 주변에 많이 있다. 오클랜드에서는 정말 많았는데 왕가누이에서는 그저 그런 정도? 하지만 시내에 나가면 많았다. 체인 수리도 좀 받고 기름칠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밤에 계속 끼익 대는 소리때문에 가끔 혼자 가다가도 무서울 때가 있다. 잠이 깰때도 있지만 그건 잠시고.. 자전거를 타면 좋은 점은 역시 짐 문제이다. 기냥 실으면 되니까 어깨에 부담이 없다. 결국 허리에 부담가는건 비슷하겠지만 걷는것보다 피곤함은 덜 한것 같다. 3일동안인데도 자전거 안탔더니 힘이 남아 돈다. 다리가 너무 돌처럼 굳어서 힘들었는데 이제 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자전거포에 들러서 오일도 바르고 체인도 수리했다. 체인사이에 풀이 조금 끼어있었는데 이것때문에 계속 빠지는 것 같다고 아저씨가 이야기했다. 조금 시내를 둘러보니 중국인 몇명이 있었다. 날 보고 되게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내 앞으로 다가오는데 그 중 한명이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있어서 그냥 보지도 않고 페달을 밟았다. 여기나 저기나 주머니속에 한손을 넣고 다가오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특히 생각보다 흑인보다 동양인이 더 무섭다는 것을 호주에서 부터 느꼈다. 요즘에는 그렇게 잘 못느끼겠는데 호주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아랍인이나 흑인보다 동양인이 더 무섭더라. 아직까지는 돈 뜯긴 적이 없지만 조심해야지. 모 뜯길 돈도 안 갖고 나갔지만 말이다.

오늘은 원래 쉬기만 하려고 했는데 왕가누이 해변에 나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수심이 깊은 곳이 있어서 항구로도 유명한 왕가누이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그렇게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전통적인 색채를 그래도 많이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라서 원주민들도 꽤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들과 말은 다 영어로 해서 그렇게 원주민처럼 느껴지진 않지만.


해변가를 달리는 기분은 꽤 낭만적이다. 여름이지만 7시쯤에 해변가를 시원하게 달리면 땀도 안나고 시정말 상쾌하다. 저녁노을이 질때쯤 왕가누이항구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와 파티를 하는데 괜히 거기 어울리다가는 내일 웰링턴으로 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참았다. 같은 방에서 바로 내 밑에 있는 침대를 쓰고 있는 아로이는 오늘 그 파티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왜 나보고 젊은 사람이 파티를 싫어하냐면서 의아해 한다. 이봐. 그것보다 난 그냥 밤에 자는게 좋을 뿐이라고. 하면서 아로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린 놈이 뭘 알겠니. 난 내일도 자전거를 타고 가야한단 말이다. 그것도 적어도 일주일이나.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어제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데 웃긴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그저께 폭포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폭포에서 나무토막하나가 떨어지면서 딱 찍힌 사진인가보다. 내 머리 바로 위에 뿔이 나듯이 나무토막이 찍혀있다. 마치 내 머리에 나무를 맞은것 같아.. ㅋㅋ 암튼 사진 하나하나마다 이런 스토리있는 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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