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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2 오스트레일리아, 내륙
  2. 2012.06.22 오스트레일리아, 울룰루

달리다 보면 끝이 있을 것 같았다.


광활한 대지는 나에게 끝을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30분째 똑같은 색깔의 배경이 나를 미치게 한다. 똑같은 도로. 끝없이 펼쳐져있는 2차선 도로. 사막 한가운데의 나. 미쳐버리기 직전이다.

가져온 물은 겨우 10리터 남짓. 그것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이제 몇방울의 물도 아껴 써야 할때다. 언제 다음 건물이 나올지 모른다. 저쪽 멀리서 캥거루 뼈로 추정되는 하얀 물체가 보이는데.. 그건 아니겠지..

호주를 달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 땅은 매우 넓다. 매우매우매우 넓다. 지금 달려온 거리가 한 600Km는 되는 것 같은데.. 물론 심리적 거리다. 혼자 있어서 그런지 그 감이 없다 지금은. 시계나 있었으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방향감각도 없다. 나에겐 오직 이 곧게 뻗은 사막 한가운데의 2차선 도로 뿐.

트렁크를 위로 제끼고 그늘을 만들어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오픈카는 이래서 쓸모가 없다. 에어컨에 없다보니 차를 산 의미도 없고. 비오면 또 낭패고. 퍼스에 도착하면 반드시 다른 차를 알아볼 것이다. 제이미의 사탕발림에 속아 애초부터 싼 차를 선택한 내 잘못이 크지. 물을 한 모금 들이켰는데 물이 뜨겁다. 젠장. 이게 뭐하는 짓인가 진짜. 목이 타서 물을 마셨는데 목을 삶을 뻔했다.

10분 정도 쉬었나? 저쪽에서 차한대가 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뭘까. 저 차는. 누군가 알고 싶다. 과연 누굴까? 잠깐이라도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는 지금 외롭다. 몹시. 일주일동안 사람과 단 두마디 해보았다. 트렁크에는 먹을 것이 가득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사람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차가 다가올 수록 내 심장도 그 차의 속도처럼 속도감을 높혀 뛰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침을 삼켰다

꿀꺽 꿀꺽.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해 침도 잘 안나오고 침샘에서는 마른 침만 약간 나온다. 100미터 전방으로 차가 보이는데 웨건식인 걸로 봐서는 남자인 것 같다. 여자들은 혼자 웨건을 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걸로 봐서 남자가 운전에 여자 하나 정도 타 있을 것 같다. 물을 달라는 식으로 물통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차도로 나와 차를 세우기로 했다.

차가 서서히 속도를 낮추면 다가온다. 설 모양이다. 다행이다. 안서면 어쩌나 고민도 했었고.. 약간이지만 치고가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다. 물론 이들이 아직 호의적인지는 모른다. 아직 차만 세웠을 뿐.

인사를 했다.

Hi~

남자가 운전석에서 머리만 빼꼼 내 놓으면서 답했다.

Hi~

이마에 썬글라스를 끼고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마치 짜증이 나는 듯 했다. 내린 창문 너머로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게 이녀석 차는 에어컨을 만빵으로 틀고 다니는 것 같다. 부러운 놈. 피부색을 보니 동양인 같은데 여기에 오래 있었는지 조금은 검게 그을린 피부다. 면도도 안했는지 얼굴이 전체적으로 꾀죄죄해 보였지만 옷을 입은 스타일이나 그런 걸로 봤을 때는 꽤나 있는 집 자식처럼 보였다. 왼팔을 밖으로 내놓았는데 시계도 으리으리하고.. 일본 사람같다.

Japanese?

No. Korean.

한국사람이란다.. 전혀 한국사람같지 않게 생겼고 한국사람일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 옆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자세히 보니 한국여자인 것 같다. 아마도??

아 저도 한국사람입니다. 반갑게 이야기했다. 드넓은 호주벌판에서 그것도 20분만에 마주친 차. 그것도 세운 차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니. 정말 뜻밖의 수확이다. 뭐..아직 수확한 건 딱히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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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세계를 사람으로 본다면 울루루는 배꼽이다.




멀리서 저것이 에어즈 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건가 했다. 왜냐면 그냥 산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니 사진에서 본 것 처럼 웅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에 가서 만져보니 정말 돌덩이인것을 알겠더라. 그러니까 굉장히 느낌이 이상했다. 돌맹이 주제에 이렇게 크다니 말야. 우리는 노을이 질때쯤 도착해서 덥진 않았는데 울루루에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들은 땡볕에 가서인지 연신 덥다고 손으로 부채를 부쳤다. 난 그럴 줄 알고 모자에 썬글라스까지 다 준비했지롱~


내가 끌고 간 1989년형 무스탕은 정말 수명이 다했나 보다. 덜덜덜덜 거리면서 언제 퍼질지 모르는 상태로 벌써 2주째 운행중인데 여기는 차가 별로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항상 걱정중이다.흠.




암튼 우리 네명은 울루루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등반을 시작했다. 돌맹이 주제에 등반이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표현은 등반이라고 해야겠다. 주제에 높이가 867m니까. 올라가면 저녁이 되고 바람이 많이 불면 추울 수도 있어서 긴팔 겉옷을 하나 준비했는데 짐만 되고 올라갈때 손으로 땅을 짚다가 돌에 긁혀서 옷만 버렸다. 비싼 건 아니지만 괜히 열이 받는다. 에이..c.

꼭대기에 올라가니 어느새 많이 어두워졌다. 저녁 노을이 빨갛게 지는데 이 놈의 돌맹이 색도 따라 변하는 것 같다. 표지판에는 햇볕에 따라 하루 7번 색이 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써있어서 실성한 소린가 했더만 진짜 그렇네..쩝. 올라오니 별거 없더라~ 넓게 펼쳐진 버려진 땅만 보일 뿐. 여기는 이런 황무지가 정말 많다. 우리나라였으면 다 개발했을텐데.


한시간 정도 사진찍고 앉아서 멍때리고 있다보니 내려갈 시간이 됐다고 난리났다. 알았다.내려갈께. 모 별것도 아닌 것 갖고 이러기냐.. 내려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파라서 좀 무섭지만 하나도 안 다치고 잘 내려온다. 균형감각 하나는 정말 좋다~


밤하늘에 뜬 별을 보고 한국에서도 똑같은 별이 보이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여긴 남반구라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보이는 별이 다를려나? 북두칠성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요즘은 왜 이렇게 정신이 멍한지 모르겠다. 약에 취한 느낌? 멍때리기 일쑤고..

슬슬 몸에 한계가 온건가 싶기도 하다. 한 1주일 정도 골든 코스트에서 푹~쉬다 떠나야겠다. 라는 말도 안되는 여유있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걸로 위로 삼고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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