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いにゆきます, 2004)



 

이마, 아이니유키마스.

 


 

이 대사로 유명한 영화. 천사같은 시절의 다케우치 유코가 주연. 남자새끼 하나도 주연. 이 영화를 계기로 둘이 속도위반 결혼을 하는데 결혼 후 1년 만에 이혼. 이유는 주연 배우인 남자새끼의 외도. 그것도 다케우치가 임신 8개월일 때. 뭐 별 추잡한 스캔들로 다케우치만 피해를 본 케이스. 이후에 작품이 또 잘 안되기도 하고, 결국 재기를 하긴 했지만 예전 같은 포스를 내지는 못한다. 그나마 전남편이 엄청난 가부키 가문이라 위자료를 많이 받았다는 게 위안임. 정말 유명한 가부키 배우인데 연기를 정말 더럽게 못하는게 함정.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 중에 이 영화를 탑3안에 꼽는다. 이유는 색감, 배우, 음악, 그리고 비. 비라는 소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유독 비라는 소재가 좋다. 비 오면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기도 하고, 노래도 듣고 싶고. 마음을 착 가라앉히는 특징이 있다.

 

1. 타임슬립이 소재. 보통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이 많다면 이 영화는 특이하게 미래로 가는 것이 특징. 요 며칠 웹소설 연재 때문에 계속 타임슬립물만 보고 있는데 이 영화처럼 어설프면서도 이쁘게 잘 만든 타임슬립물도 참 드문 것 같다.

 

2. 남자는 손이 시리다는 미오(다케우치 유코)의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어준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주머니에 넣어 그 손을 잡는다. 따뜻했다. 좋은 남자의 손은 따뜻한 법이다.

 

3. 남자는 병을 앓고 있다. 운동을 하다 발견하게 되는데 몸에 무리를 하면 쓰러지는 병이다. 원작자도 이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 같다. 병을 앓고 있기에 그는 미오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 둘은 1번의 데이트와 47번의 편지를 주고 받은 사이. 이런 느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였어도 내가 아픈 걸 안다면, 죽지 않을 것 같아도 부담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깨끗하게 헤어지자고 했겠지.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해서. 정말 정말 너무 너무 힘들지만 연락을 못할 것 같다. 엄청나게 참겠지. 연락하고 싶어서. 남자주인공도 그랬다. 하지만 어쩐 일 때문인지 한참 지나 미오에게 전화가 온다. 만나자고. 그리고 나서 뜬금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운도 좋은 놈.

 

4. 미오는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서는 자신이 28살에 죽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6주 간의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끝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끝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면 의미없던 하루하루가 소중해 진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도 찾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게 되고. 하지만 시한부로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상처가 될 까봐 소중한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이다. 연락도 못할 것이고. 그저 그 사람의 흔적만 찾으면서 그리워하겠지. 그리워하지 않는 척 하면서. 아프지만 괜찮은 척 하면서. 그렇게 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게 생활하겠지.

 

 

5. 명대사가 너무나 많다. 다케우치 유코의 목소리로 들으면 더 가슴에 와닿는다.

고마워 네 곁에 있어서 마음이 따뜻했어

-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남자가 미오의 노트에 써 준 말.

 

당신 곁에 있어서 늘 마음이 따뜻했어요

- 29살의 남자를 떠나기 전 미오가 남자에게 하는 말.

 

난 행복했어요. 항상 행복했어요. 당신을 좋아하게 된 날부터 평생동안. 나의 행복은 말예요. 당신이에요. 당신 곁에 있는 것이 내겐 가장 큰 행복이었어요.”

- 29살의 남자를 떠나기 전 미오가 남자에게 하는 말.

 

그런 만남을 갖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만나면 반드시 사랑에 빠지는 사이.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당신들은 만났던 겁니다. 단 한명의 상대로서

남자의 의사가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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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La La Land, 2016)

눈물 흘린 양으로 인생최고의 영화는 <노트북>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 영원히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바로 <라라랜드>이다. 영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내가 좋아하는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 사실 요새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는 것도 이 영화 때문이다. 고슬링이 3개월간 배워서 쳤다는 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들어서 일단 시도해 보는거다. 3개월간 하루 4시간을 빠지지 않고 최고의 선생이 붙어서 쳤다는데 지금 실력이 느는 속도로 보아 3년간 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재미있게 치고는 있다. 

1. <라라랜드>는 아카데미에서 역사상 최고로 많은 분야에 노미네이트되었다.(14개, 타이타닉과 동률) 2016년에 아카데미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없어서 ‘빈집털이’였다는 비난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6개 부문에서 수상함으로서 2016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 작품상에서 상을 탔다가 번복까지 되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진짜 황당한 일이다. 그 사고에 관련된 담당자 2명은 끝내 해고되었다. 

2. 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85년 생이다. 위플래쉬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위플래쉬 주연이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을 해고한 재즈바 주인)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감독 대열에 올랐다. 라라랜드를 보면 느끼겠지만 카메라 촬영기법, 색감, 표현력이 진짜 예술이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맨 처음에 나오는 노래와 떼창은 원테이크로 보일만큼(원테이크같지만 사실 원테이크가 아님)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노래가 끝나고, 영화 중에 연신 몸을 흔들어대고 영화가 끝나면 콧노래로 OST를 따라부를만큼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감독.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3. 세바스찬은 용기있었다. 세바스찬의 재즈에 대한 열정은 엄청났다. 동네에 재즈바를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재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까지도 재즈의 매력을 설명하며 엄청나게 사랑했다. 미아(엠마 스톤)에게 처음으로 정색을 했던 것도 미아가 사실 재즈를 싫어한다는 말을 하고 나서이다. 재즈는 세바스찬에게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이 무시받는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세바스찬에게 재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아였다. 미아의 남자친구로서 꾸준하게 돈버는 직업을 갖지 못한 세바스찬은 껄끄럽던 관계였던 키이스(존 레전드)에게 다가가 밴드의 일원으로의 초대를 받아드린다. 자신이 사랑하던 전통적인 재즈를 키이스는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변형시킨 음악을 하는데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미아를 위해서 키이스의 제안을 받아드린 것이다. 

4. 미아도 꿈이 있는 배우지망생이다. 수없이 오디션에 탈락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옆에 자신과 함께 꿈을 키우던 세바스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아는 세바스찬이 성공하기도 바랐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바랐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기가 어려웠던 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안정적인 길로 나아가자 그를 비난한다. 자신은 아직도 홀로 연극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배우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데 세바스찬은 쉬운 길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둘 사이는 벌어져간다.

5. 사실 둘은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는 관계였다. 세바스찬은 재즈의 부활을 꿈꿨다. LA에서 재즈바를 하면서 사랑하는 재즈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꿈이 있었다. 미아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무대를 많이 사람들이 봐주길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일했던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서 나가는 꿈도 꿨을지 모른다. 이 둘은 서로의 꿈을 지지하면서 사랑을 해 나갔다. 하지만 서로의 사랑이 커질수록 서로의 꿈은 달라져갔다. 미아는 여전히 배우가 되는 것을 꿈꾸지만 세바스찬은 어느새 재즈보다는 미아의 행복을, 미아와의 행복을 자신의 꿈으로 설정하게 된다.

6. 세바스찬은 재즈보다 미아라는 더 큰 꿈을 꾸었다. 그것을 위해 바쁜 투어 시기(세바스찬이 지 말로 계속 투어-앨범제작-투어 이런 식으로 활동한다고 말함)에 시간을 내서 미아가 오디션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계속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오디션에 참여하기 싫다는 그녀를 계속 설득한다. 애초에 세바스찬이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간 이유도 미아 때문이었다. 미아를 사랑하니까. 그녀와 있고 싶어서. 그래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을 택함으로써 미아에게 비난을 받는다. 결국 그렇게 미아에게 응원을 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힘을 나게 해준 건 누구인가. 자신이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고 힘들 때 위로해준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누구였던가. 꼭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해줬던 기억은 잊는다. 미아가 힘들 때 영감을 주고, 함께 고생하면서, 행복하게 데이트하고, 같이 꿈을 이뤄나갈 때 옆에 있어줬던 세바스찬의 노력은 현재의 행복한 미아에게 그냥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이다.

7. 유명한 배우가 된 뒤 미아는 남편과 함께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바를 찾게 된다. 원래 다른 이름으로 재즈바를 내려했던 세바스찬은 미아가 지어준 이름과 디자인해준 로고를 그대로 쓰게 된다. 그녀를 아직 잊지 못한 듯. 세바스찬은 무대 위에서 미아를 본 후 당황하지만 관객들에게 하는 말처럼 이렇게 말한다. 

“Welcome to Seb’s” 

그리고 미아에게 처음 들려줬던 바로 그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연주하는 동안 둘은 과거로 돌아가고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가 만약 계속 사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무지갯빛 미래를 상상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남남인 관계. 미아는 남편과 바를 떠나게 되고 떠나기 직전 뒤를 돌아보면서 세바스찬과 눈을 마주한다. 잠시간의 정적. 이윽고 세바스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미아도 함께 미소를 짓는다.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한다는 표정. 아마 세바스찬은 그 때까지 미아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8. 세바스찬은 용기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의미로 미아가 용기가 없었다거나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최고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바스찬이 조금만 더 미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었더라면, 미아가 조금만 더 세바스찬의 입장을 헤아려줬다면 둘은 계속 사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끝나버린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둘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9. 둘은 죽을 때까지 아마 그 재즈바에서의 만남을 잊지 못할 것이다. 후회와 그리움 두 감정 모두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나도 <라라랜드>를 보았던 그 날, 그 날 밤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채 평생을 살아가겠지. 내게 <라라랜드>는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었던 그런, 그런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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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6. 01:36 취미/영화

남과 여(2016)



[남과 여](2016)

이윤기 감독 작품. 이 감독은 찍는 영화마다 족족 망하는데 또 영화를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대표작으로는 <여자, 정혜>(이 영화는 극장에서 봤는데 농담 아니고 서울 극장에서 나 혼자 봄. 전국 총 관객 4만명),<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임수정이랑 현빈 데리고 6만...),<멋진 하루>(최고 흥행작 39만, 하정우, 전도연 주연) 그리고 <남과 여>(20만) 이런 커리어를 갖고 있다. 총 9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총 관객이 100만 명이 안 되는 대단한 감독. 하지만 영화 자체를 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호감인 감독.

얼마 전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봐서 그런지 이런 장르가 보고 싶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것도 불륜영화이다. <남과 여>를 극장에서 조조로 봤는데 참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일어서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운이 굉장히 강하게 남는 영화.

1. 핀란드의 헬싱키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핀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깨끗하고 너무 너무 아름다워서 이 영화를 보고 핀란드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을 생각했을 정도로 좋았다. 예전에 일 때문에 핀란드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낮이 길어서 좋았었다.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별도 많이 보이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청나게 길고 평탄해 보이는 길가도 아름다웠었다. 이런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영화 속에서 기홍(공유)과 상민(전도연)도 각각 자신의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서 왔다가 서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아이들이 머무는 캠핑장을 따라가기 위해 3시간을 운전해서 간다. 그렇게 몇 시간을 같이 한 공간에 있다 보면 없던 감정도 생기기 마련. 둘은 어느새 스파크가 튀고 사랑을 나눈다.

2. 공유는 공유다. 그냥 반코트에 청바지, 그리고 어그부츠 같은 걸 신었는데 드럽게 멋있었다. 2012년인가. 겨울에 베어 무슨 브랜드에서 어그부츠 사이즈 큰 거를 만원에 팔길래 사서 신고 다녔는데 그 때 같이 교육받던 어떤 여자애가 나보고 영의정 룩이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지금 뭐하는 지 모르겠네...

3. 공유는 뭔가 확실한 성격이 아니다. 굉장히 애매한 성격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건지 저건지 불분명하다. 굉장히 우유부단하고 애매한 성격이라 사실 영화 중간부터 둘이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그래도 난 주장이 강한 편이긴 하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부분 맞춰주자는 주장. 그러다보니 싸울 일이 없다. 사실 무엇을 하건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이 나도 좋으니까 말이다. 애매하면 이렇게라도 하면 좋을 텐데 공유는 그런 것도 아니다.

4. 하지만 공유는 공유다. 그래도 여자들이 좋아한다. 애매하게 말하고 수염을 깎지도 않고 막 나타나고. 스토커 짓도 하고. 거기다 하는 말은 항상 진지하고 목소리 톤도 낮아서 재미가 없다. 근데도 다들 좋아한다. 나 같은 놈은 진짜 쉴 새 없이 웃겨야하는데 말이다.

5. 가정이 있는 두 사람 다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원래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한다. 사실 자신이 선택한 사랑 앞에서 불륜이든 뭐든 간에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든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6. 기홍은 상민을 졸졸 쫓아다닌다. 일을 하는 건지 뭔지 맨날 상민을 쫓아다니며 상민 주변에서 맴돈다. 그러면서도 일은 또 잘 처리한다. 이게 프로지. 그러면서 사랑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러는 거다. 상민은 부산까지 따라오는 기홍에게 “도대체 일은 언제해요?”라고 묻는다. 그런 상민을 바라보는 기홍. 아무리 맨날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아도 다 자기 일은 하고 따라다니는 겁니다. 그게 어른이지요. 심지어 어떤 행사가 끝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기홍. 이윽고 그녀가 나타나고 기홍을 만나려 내려가는데 갑자기 남편과 아들을 만난다. 예고 없이 나타난 것. 그렇게 상민은 남편과 아들과 행사장을 빠져나가게 되고 기홍은 혼자 남아 몰래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나마 빈손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라떼라도 두 잔 사들고 기다렸으면 더 마음아팠을 것이다. 가면서 라떼 두잔 먹고 그날 밤에 잠도 못 잤을 테니까.

7. 사실 기홍은 지친 상태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울증이 있는 아내, 그리고 엄마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있는 딸. 그 둘을 책임지면서 사는 기홍은 이런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민에게 어느 정도 의지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민도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과 함께 살며 고생하고 있다. (사실 그 둘은 그랬기에 핀란드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핀란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국내보다 덜 차별받으면서 자랄 수 있으니까. 그 이유 때문에 두 가족은 핀란드를 갔던 것이다.) 애초에 번지수가 틀린 만남이었다. 기홍의 생각과는 달리 상민은 기홍을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상민 또한 기홍에게서 그런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받아 줄 여력이 없었다. 포기하면 할 수 있다. 기홍이 아내와 딸을 포기하면, 상민이 남편과 아들을 포기하면. 그렇게 둘은 만날 수 있었지만 이미 가진 것들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용기를 냈던 상민은 그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기홍을 택했지만 우유부단했던 기홍은 끝내 자신의 아내를 선택한다. 자신에게 기대려 하는 새로운 여인보다 이미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여자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한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기홍이 잘했다. 옳았다. 사실 이런 선택은 올인을 한 사람이 항상 더 많은 상처를 입고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한 용기도 당연히 높게 사야한다.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올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니까.

8. 이 영화를 불륜영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어른들이 가져야 할 용기와 책임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보고 싶다. 결혼은 서로 간의 약속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다른 이성을 만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지키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걸 다 알면서도 실제로는 판타지를 꿈꾸게 된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하지만 갑자기 생긴 책임감에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들긴 할 것이다. 그런 판타지를 실제 예를 통해 한번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너, 결혼하고 바람피면 실제로는 이렇게 돼.”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영화. 적어도 이 영화는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그것을 미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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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소 고지](Hacksaw Ridge, 2016)

전쟁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멜 깁슨이 감독이라고 해서 봤다. 스코틀랜드 친구가 멜 깁슨을 그렇게 싫어하던데 <브레이브 하트>에서 스코틀랜드를 거지같이 그려놔서 그랬다고 한다. 그 쪽 역사를 잘 모르는 나는 그것도 재밌게 봤는데. 암튼 호불호가 있는 감독이기는 하다. 배우로서는 굉장히 훌륭하지만.

전형적인 전쟁영화, 특히나 미국 전쟁 영웅을 만들어내는 영화다. 이번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2017년 2월 26일)에서 편집상과 음향효과 상을 탔다. 항상 이런 전쟁영화들은 아카데미에서 좋은 결과를 얻곤 한다.

일단 재밌다. 미국인들은 정말 영웅 만들기를 잘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제 사건보다 과장되지 않게 실제 수치를 줄였는데도 엄청난 영웅을 만들어냈다.

1.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종교적인 이유로 집총훈련을 거부한다. 원래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일부러 전쟁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위생병으로서 전쟁에 도움을 주고자 했기 때문. 하지만 군대에서 그런 것이 잘 허용될 리가 만무하다. 부대원들과 상관에게 엄청난 따돌림과 고통을 당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일본군과의 전쟁을 위해 오키나와에 위생병으로 참전하게 된다.

2.오키나와의 헥소 고지는 실제로 엄청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오키나와 전투를 배경으로 했으며 실제로 이 전투에서 도스의 전우들은 도스가 거의 100명에 가까운 인원을 구조했다고 했다. 도스는 자신이 50명 정도 구조했다고 했다. 도스가 실제 전쟁 전체에서 구해낸 인원은 300명 정도라고 한다. 영화에선 75명이라고 묘사되었다. 

3.영화에서는 도스가 떨어진 수류탄을 발로 차다가 다리가 부상당하는 걸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수류탄을 밟아서 파편에 다리를 부상당했다. 그래서 의무병에 의해 옮겨지다가 자신을 옮기던 의무병이 다치게 되자 들것에서 내려와 그 의무병을 치료하고 그 의무병 먼저 후송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자신은 다른 동료의 부축을 받아 후퇴하다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팔이 부러졌는데 소총을 부목삼아 팔을 감고 300야드를 기어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멜깁슨도 이 이야기를 알았지만 영화에 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4.실제로 도스는 제7안식일교 때문에 집총을 거부한 게 아니다. 영화에선 표면적인 이유를 그렇게 댔지만 실제로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 국내에서 그 종교를 가진 사람도 군대를 잘 간다. 국내에서 군대를 거부하는 종교는 다른 종교이다.

5.영화를 보면서 예전 군대에서의 생각이 많이 났다. 실제로 군 생활을 하다보면 없던 전우애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전장에서는 오죽 하겠는가. 아무리 군을 전역하고 나면 다들 나사가 풀리고 바보가 된다고 해도 전쟁이 나면 정말 목숨 걸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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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四月物語, April Story, 1998)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조용한 멜로 영화의 대가. 좋은 감독이지만 최근에 괜찮은 작품이 안나와 약간 아쉬운 감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의 특징을 꼽자면 여주가 좀 귀여운 편이다. 우리나라보다 언어에 높낮이가 좀 현란해서 그런 것도 있고 톤이 반음 정도 높다보니 좀 발랄해보이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다. 또한 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말투나 과장된 행동이 극을 좀 가볍게 보이게 할 만큼 개성 있어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4월 이야기>는 짧은 영화로 굉장히 유명하다. 런닝 타임이 67분인데 실제 영화 내용은 딱 60분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잠깐 영화가 보고 싶을 때 가끔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동생이 이 영화를 김포극장에서 보고 왔는데 나보고 이런 말을 한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형 4월 이야기 보지마. 진짜 짧아. 영화 이제 시작했다 하더만 끝났어. 근데 영화비는 똑같은 거야?”

진짜 짧긴 짧다. 한 시간 짜리 영화라니. 게다가 중간에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는 사무라이 영화(이와이 슌지가 직접 연출)까지 들어있어 더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영화 중간 중간에 여운을 주는 요소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러브레터보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난 아직 러브레터가 훨씬 좋은 것 같다.

4월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벚꽃이 무지하게 떨어진다. 눈오는 것 보다 많이 떨어지는 벚꽃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주인공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홋카이도에서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으로 온 대학교 신입생이다. 엄청 이쁘게 나온다. 특히나 비가 왔을 때 빨간 우산을 쓴 영화 포스터의 모습은 정말 싱그럽게 예쁘다.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터에 낚여 영화를 보았지. 무작정 짝사랑을 동경하여 무사시노 대학에 진학했고 아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학기 초를 보낸다. 그녀는 아주 평범한 학기 초를 보낸다. 주변 친구들에 이끌려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고(친구한테 진짜 낚임) 혼자 공원에서 책을 보면서 지낸다. 자기 앞집의 여자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영화가 뭔가 제대로 마무리 되는 것 없이 심심하게 그려진다. 우즈키의 낚시 동아리는 어떻게 되는지, 낚시 동아리로 꼬신 그 친구와는 어떻게 되는지, 앞집 여자와는 진짜 친해지는 지, 영화는 왜 보았는지, 영화관에서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짝사랑하던 선배와는 잘 되는지.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영화가 허무하게 끝난다. 

처음에 봤을 땐 이게 너무 황당하고 이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런 것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주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나도 대학 초에 사람들이랑 엄청 어색하게 지냈으며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했었다.(순전히 내 실수지만). 무언가를 딱 결정해주는 것이 과거에는 되게 좋았는데 이것을 공백으로 남겨두니 영화가 끝난 후 여운이 되게 강하게 남았다. 그와는 어떻게 됐을까? 낚시 동아리는 탈퇴했을까? 앞집 여자와는 어떻게 될까? 등 이것 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줬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정답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가끔은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한 것 같다. 완전 허무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바로 이 <4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를 거라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 짝사랑하는 선배와 조우한 후 우즈키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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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오늘은 주말이라 총 4개(시네마 천국, 마이 펫의 이중생활, 냉정과 열정 사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영화를 봤는데 아마 중간에 일리가 비닐만 먹지 않았다면 5개를 봤을 지도 모르겠다. <시네마 천국>은 아침에 봐서 졸면서 봐서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고 <마이 펫의 이중생활>은 글을 쓰게 되면 극보다 영화를 봤을 때의 상황이 생각날 것 같아 못 쓸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92년에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95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과 감독, 그리고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나이가 65세 정도 되었고 메릴 스트립이 46세 정도 되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를 보면 아버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많이 닮아서. 연기는 잘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메릴 스트립이다. 메릴 스트립의 섬세한 연기, 특히나 영화 후반부에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차 손잡이를 잡고 고민하는 장면에선 정말 전율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는 배우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의미가 많이 없을 것 같다.

1. 맞다. 불륜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도 보수적인 미국 내에서 많이 비판받았고 심지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중 하나(그 동네에 그렇게 생긴 다리가 여러 개 있어서)도 미친놈이 불태워버렸고 또 메릴 스트립이 살았던 그 집도 불태워졌다. 하여간 세상에 미친놈들이 참 많다. 불륜이 물론 사회적으로 좋게 여겨지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랑이 아닌 것은 또 아니다.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흘러가는 걸 어떻게 하나...

2. 영화는 액자구조로 만들어져있다.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고향을 방문한 아들과 딸은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어머니가 화장을 해서 다리에서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과 일기장을 보고 어머니의 의중을 깨닫는다는 내용.

3. 배경은 1965년. 사진 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이오와의 시골에 유명한 다리를 사진 찍으러 온다. 그러다 우연히 프란체스카의 집에 들러 다리의 위치를 물어보게 된다. 마침 남편과 두 아이가 자리를 비운 프란체스카는 그에게 다리의 위치를 알려주게 되고 그러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4. 당시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일이 뭔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요새도 그렇고. 무엇을 앵글에 담는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일이다. 뭔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또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평범하게 시골에서 주부로 지내고 있던 프란체스카의 일상에 로버트는 갑자기 찾아온 fancy한 나비와 같았다. 거기다 로버트는 쓸데없이 끼를 부린다. 꽃을 꺾어서 프란체스카에게 준 것. 암튼 이런 호의가 꼭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일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 프란체스카를 집에 데려다 줬는데 이젠 프란체스카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만다.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했던 것처럼. “아이스티 한잔 하실래요?”

5. 프란체스카는 그렇게 로버트를 집으로 들이고 아이스티를 마신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고 2층에 올라가서 귀걸이를 하고 내려온다. 사실 여기서 모든 것은 결정됐다고 본다. 아이스티까지는 호의였을지 몰라도 저녁...게다가 그 상황에 귀걸이는 특정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여기서 벌써 넘어 간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한 로버트는 이야기꾼이다. 평범한 주부에게 그런 경험담은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다. 아주 평범한 자신과는 달리 특별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 프란체스카. 역시 불량식품이 더 달콤한 법이다. 로버트는 확실히 여자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여자를 끊임없이 칭찬하며 요리든 무엇이든 도우려고 한다. 게다가 프란체스카의 꿈을 묻는다. 꿈이 있었어도 이미 포기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꿈을 물어봐주고 용기를 준다. 프란체스카를 아내 혹은 엄마로 봐 주던 일상에서 벗어나 그녀를 다시 한 번 여자로 봐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여자는 계속 여자로 남고 싶지 누군가의 아내 혹은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엄마로 남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먹어도 여자니까.

6.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사실상 밝히기 어렵다. 불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골인 아이오와에서 그들의 관계가 밝혀지면 바로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집에서, 혹은 아주 멀리서 데이트를 하며 사람들의 눈을 피한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숨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슬픈 사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하지만 정말 여러 번 고민하던 프란체스카는 결국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 사랑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이 일궈왔던 많은 것을 포기하기 힘든 것이다. 갖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포기하기 힘들다. 프란체스카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면 처음에는 행복하겠지만 그 후 닥쳐올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는 현명하고도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게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의 가슴 속에 커다란 불씨를 남겨놓게 되고 그 불씨는 평생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까맣게 태운다.

7. 가족들이 돌아오고 비오는 날의 평범한 일상에 남편과 장을 봐오는 프란체스카는 비 오는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로버트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아마 1분의 시간, 아니 10초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고 달려갔을지 모른다. 그 때 프란체스카의 감정을 메릴 스트립이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오고 몇 십년이 흘러 남편을 하늘로 보낸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찾지만 그를 찾을 순 없었다.

8.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소포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바로 로버트의 유언과 유품. 그는 끝까지 그녀를 사랑한 것이다. 물론 그녀도 그를 만난 후 단 하루도 그의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불륜이 비난받지만 그래도 자꾸 이렇게 아름다운 소재로 작품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러한 금기를 깨면서까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금기를 깨는 사랑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까지 사랑을 하는 것은 정말 절실하게 서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진정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애절하고 좀 더 진실되곤 하다. 혹자는 결혼보다 더 진실한 사랑을 불륜이라고도 하더라.

9.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유언장에 화장을 해서 다리에서 뿌려달라고 한다. 그것은 로버트의 유언과 같았다. 그녀는 삶을 가족과 함께 했으니 죽은 이후부터는 로버트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남편이 묻힌 묘지가 아닌 다리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아들과 딸은 처음에 완강히 거부했던 어머니의 유언을 들어주게 된다.

10. 이 영화는 워낙 명대사가 많아서..

“내 인생을 내 가족에게 바쳤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사람에게 주고 싶구나”
-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하루도 그의 생각을 안하고 살아간 적이 없었다. 우리가 둘이 아니라는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어.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우린 하나였던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난 농장에 남을 수 없었을 거야”

- 어머니의 편지 中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In a universe of ambiguity, this kind of certainty comes only once, and never again, no matter how many lifetimes you live.”

- 프란체스카와의 마지막 밤, 로버트의 고백.

정말 단 한번 오는 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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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2001)

2001년에 이정일은 금요일 날 마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당시에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가 나 밖에 없어서 우리 집에서 자고 토요일에 같이 김포에 내려가곤 했다. 이정일은 있어 보일려고 지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간혹 빌려오곤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책을 우리 집에 놓고 김포를 갔다. 비오는 주말에 할 일 없이 집에 있던 나는 이정일이 놔두고 간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빠져 들었다.

당시 정일이가 놓고 간 책은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였다. 의도했는지 몰라도 냉정과 열정사이는 Rosso부터 읽는 게 좋다. Blu보다 Rosso에서 무엇인가 완성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본 최고의 작가 두 명이 2년 여간 정말 연애하듯 편지로 주고받으며 완성한 소설이다. 원래는 월간지에 한 작가가 한 회씩 격월로 연재하던 작품이었는데 연재가 끝나고 장편 소설로 낸 작품이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남녀를 섞어서 조금씩 봐야하는데 그러기가 힘들다 또 그러면 좀 복잡하다. 무라카미 류 소설 중에 <쿄코>라는 소설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여러 명의 시선으로 전개해 나가는 데 책 자체는 되게 재미있는 책인데 초반에 정신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Rosso부터 읽고 Blu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1. 보통 이런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 소설의 팬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 책으로 자신이 상상하던 이미지와 다른 영상이 펼쳐지면 느껴지는 괴리감 때문에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지키려고 영화를 무지하게 깐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이 엄청난 인기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오이의 캐스팅 때문에 욕을 좀 먹었고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까이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환상적인 ost와 피렌체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뭔가 완성된 듯한 결말도 그렇고.

2.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은 항상 무미건조하고 존재감 없는 일상을 보낸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의 쇼코도 그렇고 Rosso에서의 아오이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혼자 다니는 아오이에게 쥰세이는 빠져들게 된다. 아오이는 소설과 영화에 성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아오이(파랑-냉정을 상징). 쥰세이의 성은 아가타. 둘은 19살에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사실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아오이는 이름대로 힘든 일을 끝까지 버티며 냉정하고 담담하게 살아가지만 가슴 속엔 쥰세이라는 열정을 항상 담고 있다.

3. 쥰세이(참고로 쥰세이는 순정이라는 뜻)는 고 미술품 복원사. 대학 때 사귀던 아오이와 헤어지고 다니던 전공(국문과)과 전혀 맞지 않는 고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피렌체에 간다. 소설의 설정으로 초미녀(영화에서는 아님)인 메미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마음 속는 늘 아오이를 품고 있다. 언제나 열정적인 캐릭터이지만 하필 아오이와의 이별을 결정하는 냉정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아픈 캐릭터. 하지만 결국 10년 만에 아오이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낸다.

4. 아오이는 타인에겐 냉정하지만 쥰세이에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하면서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쥰세이의 아버지는 그녀를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여자로 오해해서 헤어짐을 종용한다. 거기다 다른 상처도 또 갖게 된 아오이. 결국 그 모든 상처를 밝히지 않고 쥰세이와 이별을 한다. 사랑만 갖고 살아가긴 참 힘든 세상인가 보다. 나라면 진짜 다 말했을 지도 모른다. 냉정은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할 수는 있지만 열정은 이별 자체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나라면 후자를 택할 것 같다. 현실에서는 모르겠지만. 쥰세이는 자신의 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대놓고 아오이를 그리워한다. 메미는 그런 쥰세이가 싫지만 사랑하고 있다. 암튼 여자들은 좀 이상하다. 다들 나쁜 남자에게 끌리나 보다.

5. 아오이도 남자친구가 있다. 마빈이라는 외국인. 요새의 이런 멜로물에서 신기한 것은 라이벌이 나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읽다보면 남자는 대부분 쥰세이에 공감하기 때문에 아오이의 현 남친이 미워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빈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500일의 썸머>에 썸머의 남편도 나쁜 사람이 아니며 <노트북>에서의 론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실제로는 각각의 남자 주인공보다 더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더 이상 <이수일과 심순애>에 나오는 김중배 같은 나쁜 캐릭터는 없다(사실 김중배도 나쁜 캐릭터가 아니다. 이수일이 나쁜 놈이지. 순애 뺨때리고 발길질 하고..). 마빈은 아오이와 함께 살며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항상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고 그 공허함을 매번 섹스로 메우려한다. 그녀가 떠나갈 까봐 아오이와 더 열정적으로 섹스를 하는데 그녀가 적극적일수록 상처를 입는다. 몸을 갖는다고 해도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니까. 마빈이 진정 갖고 싶은 것은 아오이의 몸이 아닌 마음이니까. 정말 힘든 사랑이다. 그녀와 긴 시간을 보내도, 끊임없이 섹스를 해도 마빈은 결국 그녀를 얻지 못한다.

6. 결국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게 된다. 10년전 약속한 그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이 소설 이후 피렌체의 두오모에 올라가는 계단과 꼭대기는 한글과 일본어의 낙서가 가득했다고 한다. 올라가는 계단이 생각보다 꽤 높은데 낙서의 90%가 일어와 한글이다. 영화에도 한글 낙서가 나온다(한국의 사나이, 李창호..라고..어떤 ㅅㄲ냐..진짜...) 암튼 두오모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는 피렌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생각보다 되게 좁은데 그래도 꼭 한번 올라가 볼 만한 곳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소설만 읽고 갔을 때의 벅차오름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 좋았었다. 아오이와 쥰세이도 그 꼭대기에서 만나 둘의 사랑을 확인하고 내려와 사흘간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눈다.

7.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이다. 사실 소설에서의 결말은 뭔가 찜찜하다. 그래서 다시 만나는 거야 마는거야 인데 반해 영화에서는 확실히 만난다. 난 뭔가 이렇게 열린 결말보다 확실히 매조지 되어야 좀 안정된다. 상상하는 것은 때론 즐겁지만 뭔가 확실하지 않을 때의 상상력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8. 영화에서 OST가 피렌체의 배경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특히나 마음을 울리는 현악기의 소리는 그 중에서도 탑이다. 요시마타 료 감독의 <The Whole Nine Yards>, <1997 Spring> 등이 영화 중간중간에 쥰세이, 아오이와 함께 등장할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귀에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이번 주 일요일(3월 5일)에 요시마타 료가 3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하는데 정말 매우 매우 가고 싶은데 못 가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

9.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저만의 아오이와 쥰세이를 만날 것이다. 서로 사랑을 하고 그들 간의 약속을 하고 연애를 하면서 지켜야 할 룰도 만들고 한다. 그렇게 연인이 된다. 그게 서로에게 100%의 연인은 아닐 지라도. 하지만 그 사람을 정말 쥰세이와 아오이, 100%의 연인으로 만드는 것은 용기와 배려이다. 용기를 내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배려를 갖지 못하면 연인을 지치게 한다. <500일의 썸머>에서 탐은 결국 용기를 내었다. 냉정함 속에 열정, 열정 속의 냉정함을 잃지 말고, 그 상황이 오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살아가야지.

10. “나에게는 잊을수 없는 사람이 있다” - 쥰세이
“아오이,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말거라. 자신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가슴 속 밖에 없어.” - 아오이
“완벽한 사람과 사는 게 꼭 행복하다곤 할 수 없어” - 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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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부스](2002)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 <폰부스> 2002년에 나온 영화로 당시 1300만불(140억원)의 제작비로 9800만불의 흥행을 거두며 주인공 콜린 패럴을 연기파 배우로 만들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패럴은 당시 25살의 나이임에도 완전 원맨쇼의 영화를 홀로 이끌어가며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거의 대부분 목소리로만 출연한 키퍼 서덜랜드는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는 호흡이 좋은 목소리 연기로 퍼렐을 압도한다. 서덜랜드는 미드 <24>에서 잭 바우어란 역으로 열연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목소리만으로 극을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조연으로 케이티 홈즈와 포레스트 휘태커도 나온다.

1.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이뤄진다. 잘 나가는 미디어 에이전트 스튜 셰퍼드(콜린 퍼렐)은 자신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로 향한다. 항상 그 자리에서 애인에게 전화를 거는 스튜. 휴대폰이 있음에도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그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할 땐 반지도 빼놓는다. 그렇게 그녀와 통화를 끊고 나가려는 찰나 그 공중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스튜. 그렇게 그는 함정에 걸려든다.

2. 공중전화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어느 목소리는 스튜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것을 종용하고 그러지 않을 시 그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스튜는 무시하려 하지만 그에게 어디선가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목소리에게 굴복하여 그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사건은 커져서 경찰이 오게 되고 이어서 아내와 애인이 와서 스튜를 보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스튜는 자신의 불륜과 어떤 사람인지를 터놓게 된다.

3. 목소리는 처음부터 스튜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치밀하게 공중전화에 함정을 세팅하였고 스튜가 걸려든 것이다. 목소리는 스튜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었고 협박을 통해 그의 가면을 벗겨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목소리는 선한 사람인 척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의로운 척 행동하지만 결국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면서 그냥 미친 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4. 나라면 어디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엄청난 가면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가면을 쓰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협박을 받는다면 난 어디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은 끝까지 이야기 할 수 없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만약 공중전화박스에 있는 사람이 스튜가 아니고 나라면. 과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5.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긴장감을 영화 끝까지 가져간다. 보는 내내 내가 마음이 졸여서 미칠 만큼 어려운 미션들이 스튜에게 떨어진다. 그때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콜린 퍼렐의 연기가 진짜 압권이다. 분명 스튜가 나쁜 짓을 해서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계속 나 자신을 스튜에 대입하면서 그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1시간 20분짜리 짧은 영화지만 그 기간동안 계속 긴장감을 끝까지 쥐고 가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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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영화 단 1개를 고르라면 난 아무 망설임 없이 <노트북>을 고를 것이다. 두 번째는 <라라랜드>. 공교롭게도 두 작품 다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날 울린 영화가 여명 주연의 <불초자 열혈남아>인데 가장 많이 울린 영화라고 한다면 바로 이 <노트북>이다. 볼 때마다 눈물이 줄줄 나오는 영화인데 오늘은 꼭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울어버렸다.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는 실화가 가진 힘이 있다. 그렇기에 진부한 사랑얘기라고 해도 더 풍부한 감동을 준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감동은 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처음 이 영화제목을 보았을 때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제목을 텍스트로 읽었을 때 <노트북>에서 난 해커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보고나서 제목을 왜 이따구로 지어서라는 원망이 컸다. 차라리 국내에는 <다이어리>라든지 이런 이름으로 나왔다면 더 흥행했을 텐데. 하지만 명작은 역시 재개봉 하는 법. 작년 10월에 재개봉해서 작년 재개봉작 관객 1위를 차지했다. 그 만큼 이 영화가 매니아 층이 많다는 것이다.

1. 시골마을에 사는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도시에서 시골로 잠깐 머물러 온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에 놀이동산에서 한 눈에 반한다. 하지만 앨리는 데이트 상대가 있던 상태.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노아는 앨리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아낸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 호감이 있으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는 인간에게 엄청난 행복을 준다. 이 도파민은 사람이 흥분을 할 때 발생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때도 발생된다. 그렇기에 첫 데이트는 심장이 뛸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곳이나 놀이동산 이런 곳에서 흥분되게 놀아야 성공한다고 연애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봤다. 그렇게 하면 흥분돼서 나오는 도파민을 오해해서 상대방 때문에 나오는 줄 몸이 착각하기 때문에 데이트가 성공한다고 한다. 놀이동산에서 서로를 만난 노아와 앨리는 진짜 자기들이 좋아하는 지 착각을 했을 수 있다. 이런 전략을 써야하는데 한 번도 그러질 못한 것 같다. 그렇게 며칠 밀당을 하다 친구들의 푸쉬로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한다.

2. 사실 노아와 앨리는 당시 시대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업타운 걸 앨리는 시골에서 목공일을 하고 있는 노아와 잘 되기가 힘들었다. 사실 앨리에게 노아는 불량식품이었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아. 변변찮은 직업에 시골에 사는 노아는 앨리에게 조건만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사람을 불량식품에 끌리는 법. 둘은 진짜 미친 연애를 한다. 찻길에 누워있기, 강에 빠지는 것, 배타기, 운전도 알려주면서 앨리는 노아에게 빠져든다. 노아는 꿈이 있는 청년이었다. 언젠가 동네에서 폐가처럼 있는 노저택을 구입하여 그곳에서 앨리와 알콩달콩 살 계획을 꾸민다. 앨리도 그 방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앨리는 이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아와 계속 만나기를 원하지만 노아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와 멀어지기를 결심한다. 그리고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렇게 앨리는 노아를 떠나게 된다.

3. 떠나고 나서 노아는 앨리에게 1년 동안 하루 한 장의 편지를 매일 쓴다. 하지만 앨리의 엄마가 그 편지를 모두 숨겨놓는다. 앨리는 몇 달을 울면서 잠을 이루지만 결국 극복해 내고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한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다. 한편 전쟁에서 돌아온 노아는 아버지의 유산과 전쟁 보상금을 모아 꿈에 그리던 그 저택을 구입하여 수리하게 된다.

4. 결혼을 앞둔 앨리는 우연히 뉴스를 통해 노아의 소식을 알게 되고 약혼자에게 잠깐 동안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한다. (이런 바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약혼자는 쿨하게 앨리를 믿고 보내준다.(ㅠ.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노아를 만난 앨리. 하지만 7년 만에 본, 그것도 자신과의 약속을 모두 지켜내고 성장한 노아를 보고 다시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게 되고 결국 그와 함께 지내기를 결심한다. 결국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상당히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5. 이 영화는 액자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초반에 노인 둘이 등장한다. 치매 걸린 할머니에게 글을 읽어주는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이 둘이 바로 노아와 앨리이다. 결혼해서 행복해서 살다가 앨리가 치매에 걸려버린 것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도 건강이 안 좋으면서 매일 같이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글을 읽어주는 것이다. 심지어 그 글을 쓴 사람은 할머니 앨리이다. 그만큼 둘은 그 사랑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6.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⓵앨리를 보내줬을 것인가? ⓶앨리를 기다렸을 것인가? ⓷치매가 걸린 앨리를 매일같이 보살폈을 것인가? 일단 ⓵, ⓶는 definitely yes인데 문제는 ⓷번이다. 가장 눈물이 많이 났을 때는 둘이 연애하는 과정이 아니라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때이다. 나를 기억 못하는 아내, 그리고 자식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만큼 사랑한다면 난 ⓷번에서 보살피다 결국은 둘 다 세상을 마감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 같다. 그만큼 너무 마음이 아팠다.

7. 작년 영화가 재개봉되었을 때 혼자 몰래 극장에 가서 봤었다. 펑펑 울까봐. 예상대로 정말 너무나 펑펑 울어 창피했는데 영화 끝나고 나니 관객들 대부분 울고 있어서 그리 창피하진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정말 처절하게 울었다.

8. 좋은 영화에는 좋은 대사가 많은 법. 좋은 대사 퍼레이드

“유머 있는 남자가 좋아? 우수에 젖은 남자? 
스마트한 남자? 미신적인 남자? 용감한 남자? 
아님 춤 잘 추는 남자? 뭐든 말만 해. 말만 하면 다 돼 줄게.”
“실없긴!”
“그렇게도 될 수 있어!”

-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노아

9. “정말 대저택인 걸?” 
“대저택은 무슨, 폐가지. 언젠가 내가 사서 수리할 거야. 
바닥만 새로 깔면 돼. 벽하고 지붕도 해야지”
“그럼 끝이야?”
“배관이랑 전기 공사에...”
“가구도”
“맞아”
“강이 옆에 있어. 저쪽 헛간은 작업실로 바꿀 거야”
“그럼 난? 난 안 끼워 줄 테야?”
“여기서 살고 싶니?” 
“그럼!”
“넌 뭐가 좋아?”
“하얀 색 외벽에 덧문은 파란 색...강이 내려다보이는 화실을 갖고 싶어”
“또 있어?”
“응 베란다가 집 전체를 둘렀으면 좋겠어 거기서 차를 마시거나 해지는 걸 보는 거야”
“알았어”
“약속할 거야?”
“약속해”

- 앨리의 요구를 모두 기억해서 약속을 지킨 노아.

10.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데.. 또 하자”

- 노아와 만난 앨리

11. “한 가지만 해 줄래?”
“응?”
“네 인생을 상상해 봐. 30년, 40년 후...누구와 함께야? 그게 론이라면 가! 가! 널 한 번 잃어 봤으니 난 다시 할 수 있어! 네 맘이 정 그렇다면! 단, 쉽게는 결정 마!”
“쉬운 게 뭔데? 쉬운 길은 없어 누구든 상처 주게 되니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어!”
“나나, 론, 네 부모님이 원하는 건 접어둬!”

- 론에게로 돌아가려는 앨리를 설득하는 노아

12.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이 소망하게 하고 
가슴엔 열정을, 마음엔 평화를 주지. 
난 네게서 그걸 얻었고, 
너에게 영원히 주고 싶었어”

- 앨리에게 노아가 쓴 편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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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람 1명, 텍스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요새 너무 좀 우울한 영화만 본 것 같아 좋아하는 동물 영화를 보기로 하고 고른 영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제목에 낚여 또 질질 짜게 만든 영화. 아니 고양이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나 보여줄 것이지 왜 그거에 관련된 사람에 대한 추억이니 뭐니 해싸서 또 슬프게 하나..

여튼.

시한부를 살게된 주인공이 삶을 연장하기 위해 세상에서 한가지씩 무언가를 없애고 그거에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까지 없애 결국 죽기 전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

조금이나마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지라 충분히 공감되어 더 슬프긴했다. 역시 정보없이 본 영화라 여자주인공으로 나온 친구가 좋아하는 배우인 미야자키 아오이.. 꼬부기를 닮은 외모로 <나나>, <좋아해>, <소라닌> 등에서 연기 좋았었다. 특히나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도 좋았었고.. 이혼하고 인기도 떨어지고 성격탓에 안티도 많지만 오랜만에 보니 좋았다. 남자배우는 관심없고..

암튼 일본영화는 잔잔한 스토리 라인이 참 좋아서 한번 보면 또 계속 연달아 비슷한 풍의 일본 영화를 찾게 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본지도 3개월이 넘은 것 같은데 그 영화나 조만간 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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