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6. 01:36 취미/영화
남과 여(2016)
[남과 여](2016)
이윤기 감독 작품. 이 감독은 찍는 영화마다 족족 망하는데 또 영화를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대표작으로는 <여자, 정혜>(이 영화는 극장에서 봤는데 농담 아니고 서울 극장에서 나 혼자 봄. 전국 총 관객 4만명),<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임수정이랑 현빈 데리고 6만...),<멋진 하루>(최고 흥행작 39만, 하정우, 전도연 주연) 그리고 <남과 여>(20만) 이런 커리어를 갖고 있다. 총 9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총 관객이 100만 명이 안 되는 대단한 감독. 하지만 영화 자체를 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호감인 감독.
얼마 전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봐서 그런지 이런 장르가 보고 싶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것도 불륜영화이다. <남과 여>를 극장에서 조조로 봤는데 참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일어서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운이 굉장히 강하게 남는 영화.
1. 핀란드의 헬싱키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핀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깨끗하고 너무 너무 아름다워서 이 영화를 보고 핀란드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을 생각했을 정도로 좋았다. 예전에 일 때문에 핀란드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낮이 길어서 좋았었다.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별도 많이 보이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청나게 길고 평탄해 보이는 길가도 아름다웠었다. 이런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영화 속에서 기홍(공유)과 상민(전도연)도 각각 자신의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서 왔다가 서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아이들이 머무는 캠핑장을 따라가기 위해 3시간을 운전해서 간다. 그렇게 몇 시간을 같이 한 공간에 있다 보면 없던 감정도 생기기 마련. 둘은 어느새 스파크가 튀고 사랑을 나눈다.
2. 공유는 공유다. 그냥 반코트에 청바지, 그리고 어그부츠 같은 걸 신었는데 드럽게 멋있었다. 2012년인가. 겨울에 베어 무슨 브랜드에서 어그부츠 사이즈 큰 거를 만원에 팔길래 사서 신고 다녔는데 그 때 같이 교육받던 어떤 여자애가 나보고 영의정 룩이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지금 뭐하는 지 모르겠네...
3. 공유는 뭔가 확실한 성격이 아니다. 굉장히 애매한 성격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건지 저건지 불분명하다. 굉장히 우유부단하고 애매한 성격이라 사실 영화 중간부터 둘이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그래도 난 주장이 강한 편이긴 하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부분 맞춰주자는 주장. 그러다보니 싸울 일이 없다. 사실 무엇을 하건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이 나도 좋으니까 말이다. 애매하면 이렇게라도 하면 좋을 텐데 공유는 그런 것도 아니다.
4. 하지만 공유는 공유다. 그래도 여자들이 좋아한다. 애매하게 말하고 수염을 깎지도 않고 막 나타나고. 스토커 짓도 하고. 거기다 하는 말은 항상 진지하고 목소리 톤도 낮아서 재미가 없다. 근데도 다들 좋아한다. 나 같은 놈은 진짜 쉴 새 없이 웃겨야하는데 말이다.
5. 가정이 있는 두 사람 다 서로의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원래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한다. 사실 자신이 선택한 사랑 앞에서 불륜이든 뭐든 간에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든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6. 기홍은 상민을 졸졸 쫓아다닌다. 일을 하는 건지 뭔지 맨날 상민을 쫓아다니며 상민 주변에서 맴돈다. 그러면서도 일은 또 잘 처리한다. 이게 프로지. 그러면서 사랑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러는 거다. 상민은 부산까지 따라오는 기홍에게 “도대체 일은 언제해요?”라고 묻는다. 그런 상민을 바라보는 기홍. 아무리 맨날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아도 다 자기 일은 하고 따라다니는 겁니다. 그게 어른이지요. 심지어 어떤 행사가 끝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기홍. 이윽고 그녀가 나타나고 기홍을 만나려 내려가는데 갑자기 남편과 아들을 만난다. 예고 없이 나타난 것. 그렇게 상민은 남편과 아들과 행사장을 빠져나가게 되고 기홍은 혼자 남아 몰래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나마 빈손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라떼라도 두 잔 사들고 기다렸으면 더 마음아팠을 것이다. 가면서 라떼 두잔 먹고 그날 밤에 잠도 못 잤을 테니까.
7. 사실 기홍은 지친 상태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울증이 있는 아내, 그리고 엄마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있는 딸. 그 둘을 책임지면서 사는 기홍은 이런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민에게 어느 정도 의지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민도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과 함께 살며 고생하고 있다. (사실 그 둘은 그랬기에 핀란드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핀란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국내보다 덜 차별받으면서 자랄 수 있으니까. 그 이유 때문에 두 가족은 핀란드를 갔던 것이다.) 애초에 번지수가 틀린 만남이었다. 기홍의 생각과는 달리 상민은 기홍을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상민 또한 기홍에게서 그런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받아 줄 여력이 없었다. 포기하면 할 수 있다. 기홍이 아내와 딸을 포기하면, 상민이 남편과 아들을 포기하면. 그렇게 둘은 만날 수 있었지만 이미 가진 것들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용기를 냈던 상민은 그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기홍을 택했지만 우유부단했던 기홍은 끝내 자신의 아내를 선택한다. 자신에게 기대려 하는 새로운 여인보다 이미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여자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한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기홍이 잘했다. 옳았다. 사실 이런 선택은 올인을 한 사람이 항상 더 많은 상처를 입고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한 용기도 당연히 높게 사야한다.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올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니까.
8. 이 영화를 불륜영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어른들이 가져야 할 용기와 책임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보고 싶다. 결혼은 서로 간의 약속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다른 이성을 만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지키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걸 다 알면서도 실제로는 판타지를 꿈꾸게 된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하지만 갑자기 생긴 책임감에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들긴 할 것이다. 그런 판타지를 실제 예를 통해 한번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너, 결혼하고 바람피면 실제로는 이렇게 돼.”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영화. 적어도 이 영화는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그것을 미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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