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친절하게 방까지 와서 모든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저녁도 준단다. 또 차도 끓여먹을 수 있도록 해놨고 떡도 있었다. 정말 고급스럽게 보였다. 일단 저녁을 먹기전에 탕에 함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것도 안입고 겉에 가운만 걸치니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모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신발도 줬는데 일본식 나막신을 줬다. 발가락에 끼우고 성큼 걸어서 욕탕까지 갔다. 일본에는 여탕과 남탕이 하루하루 바뀐다고 하던데 내가 있는 동안 내가 있는 탕이 여탕으로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남탕에 도착해서 일단 몸 한번 씻고 탕에 들어갈려고 했는데..와우..
료칸 자체가 산 중턱에 있어서인지 유후인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았다. 문닫은 곳이 많기도 했지만 가로등, 자동차로 인해 약간의 불빛이 보이는 시골마을. 게다가 다른 료칸에서 올라오는 듯한 수증기연기. 굉장히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탕에 앉아서 이렇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니. 이렇게 자연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려살아가는 삶. 그냥 그 속에 섞여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삶. 그런 삶을 원하던 나였는데. 여기 오니 그 기분을 좀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된다고 해서 나왔다. 나와서 좀 걸으니 차를 주는 센스. 아리가토고자이마시타.
밥을 먹으러 올라갔더니 저녁메뉴가 화려하다. 그냥 대충 일식 몇개 있을 줄알았는데 고기구이에 초밥, 튀김 등 여러가지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왔고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도 하나하나 주인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설명해주었다. 약간의 한국말과 영어,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어로 설명해주었는데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설명이 너무나도 쉬웠고 그래서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음식은 좀 싱거운 편이었지만 다 맛있었다. 게다가 음식 모양, 색의 어울림 자체가 고급이었다. 평생 먹어본 음식 중 가장 고급처럼 보이는 음식이었다. 먹고 방에 들어가서 티비를 봤다. 뭔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데 웃겼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웃겼다. 왜 웃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웃겼다. 들어와서 과자도 먹고 떡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리고 12시가 되어 또 탕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가족탕인데 혼자 들어가려니 여간 이상한게 아니었다. 가족탕답게 일단 약간의 칸으로 막아놓았는데 뭐..괜찮았다. 물은 아까 거기보다 훨씬 뜨거운것도 같고..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온천같이 뜨거운 물에 사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던데..혹시 그 놈도 있는지 살펴봤는데 다행이지 뭔지 그런거는 없었다. 탕에 들어갔다 나오니 세상에..몸이 새빨개졌다. 목부터 아래로. 얼마나 지지고 있었던 거야..오늘 잠은 진짜로 잘오겠구만 싶었다. 오늘은 여행중 정말 많이 걷지 않은 날이라 그렇게 피로는 없었지만 벌써 오래 여행을 한 터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 어디에서나 잘 자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자는 나는 오늘도 정말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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