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2. 19:47 여행기

브라질, 벤피카

벤피카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역은 ~입니다. 라고 방송이 나오는데 그게 잘 안들려서 그렇지. 영어로 나오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특히 역이름이 잘 안들린다. 젠장.

그래도 겨우겨우 알아듣고 벤피카에서 내렸다.벤피카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이상하게 쳐다봤다. 서양인과 히스패닉은 많지만 동양인은 그리 많지가 않아서 그런가보다. 돌아다니면서 동양인 많이 본 것 같은데. 혹시 옷이나 머리, 가방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런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 마테우스한테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했다. 나왔다고 했는데 아직 여기까지 안 온걸로 봐서는 버스를 타고 있거나 걷고 있나보다. 시간이 한 9시쯤 되었고 새벽에 도착해서 좀 걷고 그래서인지 배가 고팠다. 이 녀석이 만나면 밥은 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끈이 너무 헤져서 신발끈을 바꿔야 하나?생각을 하면서 다시 고쳐메고 있는데 드디어 친구가 도착했다.


"제이디~"


정확히 15년만이다. 이렇게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리오는 너무나 반갑게 악수를 청하곤 포옹을 했다. 큰 개 한마리를 끌고 나왔는데 그녀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놀라운 건 결혼도 했고 애도 있다고 한다. 둘씩이나.

이녀석은 그대로 였다. 15년 전에도 너무 늙어보여서 동갑이라곤 생각도 안했었는데 역시나 똑같이 나이먹어보였다. 굵은 곱슬머리파마에 수염. 게다가 흰색반팔나시에 카키색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나왔는데 영락없이 도인같았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배가 고픈 걸 깨달았다.


"밥줘"


내가 진지하게 꺼낸 첫 마디였다. 그녀석은 흔쾌히 내 짐을 들어서 자기 등에 메고 개를 끌었다. 집에다 짐을 놓고 밥을 먹고 나와서 리우를 돌자고 했다. 버스나 그런걸 타고 왔는줄 알았는데 자동차를 끌고 왔다. 이녀석 -_-;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면서 마테우스는 지금껏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조경일을 한다고 했다. 같이 조경을 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했는데 이름이 알렉산드라란다. 그런데 그냥 짧게 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여자나이는 이제 겨우 23살인데 애가 둘이라니. 이 도둑놈.암튼 오래간만에 군대동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리오의 집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집은 월세 1500헤알이라고 한다.우리나라돈으로 한 80만원 정도? 암튼 내가 묵을 방은 없었고 거실에서 자라고 한다. 썩을..하지만 뭐 거실도 아늑하니 전혀 나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브라질은 식료품값은 무지 싼데 전자제품값은 무지하게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도 컴퓨터 마련하는데 엄청 힘들었다고..초고속인터넷 얘기를 해주니까 무진장 부러워한다. 짜식. 아직 한국 따라오려면 멀었구만~

앨과 인사를 했다. 23살인데 생각처럼 어려보이지는 않았고 그냥 한 27살 처럼 보였다. 애를 둘이나 낳아서 그런지 좀 늙어보였다. 다른 나라사람들은 나이를 판단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아이들과도 인사를 했다. 큰애는 피노, 남자애고 둘째는 여자앤데 이름이 밀레나였다. 3살, 한살. 진짜 어린 애기들이다. 3살짜리는 엄마옆에 꼭 붙어서 지 손가락 빨면서 엄마뒤에서 날 쳐다보고 웃고 그랬다.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었으나 아직 환전한게 없었다. 달러라도 줄껄.


아침은 간단한게 샐러드같은걸 먹었다. 먹는데 애기가 하도 울어대서 앨은 제대로 밥을 먹지도 못했다. 오늘이 휴일이라 앨과 리오 둘다 집에 있어서 다행이지 평일이었으면 난 혼자 모할 뻔했냐;

아침먹고 나가려는데 마테우스가 나보고 총이랑 물만 챙기란다. 난 처음에 총(gun)을 껌(gum)으로 듣고 이자식이 내 껌은 또 언제 본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총이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 자체가 치안이 너무 안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자기랑 있으면 없어도 상관없지만 혼자 다닐때에는 좀 위험하다고 한다. 특히 동양인들이 표적이 많이 된다니 조심하란다. 젠장...지하철에서 느낌이 이상하더라니..암튼 무서운 게 많다.난 차 얻어타고 다니니까 그렇게 무서운 일은 없겠지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었다. 여름이라 더운데 어제 밤에 버스를 타고 오느라 모기때문에 긴바지를 입었는데 아직도 갈아입지를 못했다. 바지도 갈아입고 젖은 옷들을 봉지에서 꺼내서 말릴 데를 찾고 있는데 앨이 와서 손수 널어준다고 했다. 난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자기가 벌써 다 널고 있다. 참 착한 아가씨다. 암튼 녀석. 운도 좋네~그래서 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마테우스와 같이 나시티에 카키색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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