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2. 19:54 여행기
그리스, 미코노스2
지중해 빛은 정말 파랗다. 이렇게 파란 물결을 그대로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데..포토샵에서 처럼 스포이드로 폭~떠다가 뿌리고 싶다. 이게 바로 지중해의 바다빛이라고..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넘실대는 파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비치로 가고 있었다. 탄지 15분 까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다. 프랑스인 여자애는 벌써 저 쪽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있다. 저 남자놈은 관심도 없는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모리는 아주 아무렇지 않게 프랑스남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아주 친절히 지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정신
나간놈. 말 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넉살 좋은 애는 진짜 처음이다. 난 정말 여행하면서 그나마 말 조금 한거지 여행 오기전에는 모르는
사람과는 말도 안 섞었는데.. 아테네에서 미코노스 오는 배도 저 녀석 아니었으면 엄청 헤메다 구했을 거다. 저런 놈 하나 조수로 부리고 있으면
수족이 고생을 안한다. 대신 머리가 고생을 하고 있지만. 뭐..저녀석은 나름 나를 자기 조수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나한테 오더니 사진 하나 같이 찍잔다. 귓속말로 프랑스인 녀석 이름이 파비앙이라고 말해줬다. 잘 부탁해요 파비앙~ 이렇게 말하자
그녀석이 씨익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꽤 쿨하고 재미있는 녀석인 것 같다. 나이는 좀 들어보이지만. 암튼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배가 한번 울렁 거려서 엄청 웃긴 각도로 찍히고 말았다. ㅋㅋ 이런것도 추억이겠지. 이놈의 영감..뷰리풀 보트는 얼어죽을..그냥 통통배구만..
아침에 하늘만 맑았어도 주인집 진짜 뷰리풀 보트를 타는 건데 말야. 아 미친다 진짜. 일이 꼬이니까 별.. 암튼 이것도 뭐 나쁘지는 않은 일정인
것 같다. 덕분에 뭐. 힘 안들이고 비치에 도착하게 되니까. 그리고 이런 곳에서 울렁거리는 배를 타 본 한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위안을 삼고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리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
<Fish!>
가보니 깨끗한 바다에 물고기가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으아..수경이랑 호스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쿨링을 하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쿨링용 수경을 오늘 쓸 일이 없을 줄 알고 챙겨 오질 않았는데..이건 뭐 그거 프랑스에서 사고 한번도 못쓴다. 그 전에는 맨날 빌리다
큰 맘먹고 샀더만..정말 후회가 된다. 이제 일정에 바다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중간 중간에 큰 물고기도 있는데 아는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죄다 모르는 어종이고 그냥 열대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만 가득했다. 그래도 참 신기했다. 갑자기 배주인 할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We have sharks>
일단 말이 그냥 꽂히지 않아 웃었다. 샤크가 있다고? ㅋㅋㅋ 근데 모리랑 파비앙의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았다. 샤크? 상어? 이런..
잠깐이나마 쿨링을 생각한 내가 미친 놈이지..그런데 어떻게 저 영감은 샤크가 있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지? 정말 이상한 지역이다
여기는..ㄷㄷㄷ 상어라면 그 이빨이 날카로운 물고기를 말하는게 아니던가 ㄷㄷㄷ 저쪽에서는 프랑스여자가 다리를 모으고 쭈그려 있는데 파비앙은 가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ㅋㅋㅋ 저러다 이제 헤어지고 난리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뭐 한국이나 프랑스나 남자놈들 다 똑같구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거 보면 한국여자들 진짜 반성해야 한다. 다 똑같은데 항상 뭐 멋진 프랑스인, 매너있는 영국신사..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만
하고..뭐..확실히 외모는 훨씬 낫지만..역시 남자건 여자건 외모로 판단하는 이 더러운 세상 ㅠㅠ
자책하고 있는데 모리가 소리를 질렀다.
<JD, There is the beach!>
어느새 비치에 다 왔다. 이제서야 고개를 드는 여자. 파비앙을 째려보는데 그러던지 말 던지 이녀석은 바다에서 본 비치를 연신 찍어대고만
있다. 속으로 넌 이제 내려서 죽었다. ㅋㅋㅋ 이러며 웃으며 그 녀석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뭐가 좋은지 날 보며 같이 사진을
찍잔다. ㅋㅋ 얼씨구.
뭍으로 내리는 건 참 쉬웠다. 멀리서 내려준 줄 알고 엄청 쫄면서 수영으로 가기는 빡세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모리가 다이빙으로 폴짝 뛰는
걸 보니 엄청 얕은 것 같다. 이렇게 해수면이 낮은 해수욕장이 있다니.. 참 놀랍다. 마치 망상이나 옥계해수욕장 같은 분위기이다. 암튼 내려보니
허리에서 가슴 사이에서 물이 왔다갔다했다. 큰 파도가 불어도 얼굴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썬크림을 준비 안해왔는데..하는 생각도 잠시. 어차피
까맣게 된 얼굴 뭐 어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보니 이제서야 파비앙이 자기 부인을 내려주고 있다.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다. 손을 잡고
내려선 자기 혼자 뭍으로 막 향한다. 어리둥절하는 파비앙. 저 바보 같은 놈. ㅋㅋ 어리버리하다 정말.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이게 무슨 ㅋㅋ
암튼 우리한테 잘 놀라는 말을 하고 얼른 그녀를 쫓아가는 모습이 참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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