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6. 01:37 취미/영화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라라랜드](La La Land, 2016)
눈물 흘린 양으로 인생최고의 영화는 <노트북>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 영원히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바로 <라라랜드>이다. 영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내가 좋아하는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 사실 요새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는 것도 이 영화 때문이다. 고슬링이 3개월간 배워서 쳤다는 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들어서 일단 시도해 보는거다. 3개월간 하루 4시간을 빠지지 않고 최고의 선생이 붙어서 쳤다는데 지금 실력이 느는 속도로 보아 3년간 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재미있게 치고는 있다.
1. <라라랜드>는 아카데미에서 역사상 최고로 많은 분야에 노미네이트되었다.(14개, 타이타닉과 동률) 2016년에 아카데미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없어서 ‘빈집털이’였다는 비난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6개 부문에서 수상함으로서 2016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 작품상에서 상을 탔다가 번복까지 되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진짜 황당한 일이다. 그 사고에 관련된 담당자 2명은 끝내 해고되었다.
2. 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85년 생이다. 위플래쉬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위플래쉬 주연이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을 해고한 재즈바 주인)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감독 대열에 올랐다. 라라랜드를 보면 느끼겠지만 카메라 촬영기법, 색감, 표현력이 진짜 예술이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맨 처음에 나오는 노래와 떼창은 원테이크로 보일만큼(원테이크같지만 사실 원테이크가 아님)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노래가 끝나고, 영화 중에 연신 몸을 흔들어대고 영화가 끝나면 콧노래로 OST를 따라부를만큼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감독.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3. 세바스찬은 용기있었다. 세바스찬의 재즈에 대한 열정은 엄청났다. 동네에 재즈바를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재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까지도 재즈의 매력을 설명하며 엄청나게 사랑했다. 미아(엠마 스톤)에게 처음으로 정색을 했던 것도 미아가 사실 재즈를 싫어한다는 말을 하고 나서이다. 재즈는 세바스찬에게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이 무시받는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세바스찬에게 재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아였다. 미아의 남자친구로서 꾸준하게 돈버는 직업을 갖지 못한 세바스찬은 껄끄럽던 관계였던 키이스(존 레전드)에게 다가가 밴드의 일원으로의 초대를 받아드린다. 자신이 사랑하던 전통적인 재즈를 키이스는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변형시킨 음악을 하는데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미아를 위해서 키이스의 제안을 받아드린 것이다.
4. 미아도 꿈이 있는 배우지망생이다. 수없이 오디션에 탈락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옆에 자신과 함께 꿈을 키우던 세바스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아는 세바스찬이 성공하기도 바랐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바랐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기가 어려웠던 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안정적인 길로 나아가자 그를 비난한다. 자신은 아직도 홀로 연극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배우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데 세바스찬은 쉬운 길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둘 사이는 벌어져간다.
5. 사실 둘은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는 관계였다. 세바스찬은 재즈의 부활을 꿈꿨다. LA에서 재즈바를 하면서 사랑하는 재즈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꿈이 있었다. 미아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무대를 많이 사람들이 봐주길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일했던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서 나가는 꿈도 꿨을지 모른다. 이 둘은 서로의 꿈을 지지하면서 사랑을 해 나갔다. 하지만 서로의 사랑이 커질수록 서로의 꿈은 달라져갔다. 미아는 여전히 배우가 되는 것을 꿈꾸지만 세바스찬은 어느새 재즈보다는 미아의 행복을, 미아와의 행복을 자신의 꿈으로 설정하게 된다.
6. 세바스찬은 재즈보다 미아라는 더 큰 꿈을 꾸었다. 그것을 위해 바쁜 투어 시기(세바스찬이 지 말로 계속 투어-앨범제작-투어 이런 식으로 활동한다고 말함)에 시간을 내서 미아가 오디션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계속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오디션에 참여하기 싫다는 그녀를 계속 설득한다. 애초에 세바스찬이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간 이유도 미아 때문이었다. 미아를 사랑하니까. 그녀와 있고 싶어서. 그래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을 택함으로써 미아에게 비난을 받는다. 결국 그렇게 미아에게 응원을 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힘을 나게 해준 건 누구인가. 자신이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고 힘들 때 위로해준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누구였던가. 꼭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해줬던 기억은 잊는다. 미아가 힘들 때 영감을 주고, 함께 고생하면서, 행복하게 데이트하고, 같이 꿈을 이뤄나갈 때 옆에 있어줬던 세바스찬의 노력은 현재의 행복한 미아에게 그냥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이다.
7. 유명한 배우가 된 뒤 미아는 남편과 함께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바를 찾게 된다. 원래 다른 이름으로 재즈바를 내려했던 세바스찬은 미아가 지어준 이름과 디자인해준 로고를 그대로 쓰게 된다. 그녀를 아직 잊지 못한 듯. 세바스찬은 무대 위에서 미아를 본 후 당황하지만 관객들에게 하는 말처럼 이렇게 말한다.
“Welcome to Seb’s”
그리고 미아에게 처음 들려줬던 바로 그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연주하는 동안 둘은 과거로 돌아가고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가 만약 계속 사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무지갯빛 미래를 상상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남남인 관계. 미아는 남편과 바를 떠나게 되고 떠나기 직전 뒤를 돌아보면서 세바스찬과 눈을 마주한다. 잠시간의 정적. 이윽고 세바스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미아도 함께 미소를 짓는다.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한다는 표정. 아마 세바스찬은 그 때까지 미아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8. 세바스찬은 용기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의미로 미아가 용기가 없었다거나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최고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바스찬이 조금만 더 미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었더라면, 미아가 조금만 더 세바스찬의 입장을 헤아려줬다면 둘은 계속 사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끝나버린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둘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9. 둘은 죽을 때까지 아마 그 재즈바에서의 만남을 잊지 못할 것이다. 후회와 그리움 두 감정 모두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나도 <라라랜드>를 보았던 그 날, 그 날 밤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채 평생을 살아가겠지. 내게 <라라랜드>는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었던 그런, 그런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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