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호수는 아름답다. 정말로.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아침에 목이 너무 말랐다. 외국녀석들은 술을 우리나라애들처럼 떡이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 혼자 어제 그 많은 술을 다 마신 꼴이 되었다. 우습게도.

티티카카처럼 아티틀란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어제 밤에는 잘 몰랐는데 아침이 되고 호수에 안개가 낀 걸 보니까 내가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발을 담그고 싶은데 내가 이곳을 더럽힐까봐 겁이 난다.

내가 혼자 6시에 나와서 호수에 있는데 케이코가 와서 모하냐고 물어봤다. 내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는지 상당히 조심히 물어봤다. 별 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었는데 하도 조심히 물어보길래 왜 그렇게 조심히 물어봐?평소처럼 물어보지~그랬더니..


"JD 나 너 세번이나 불렀어."


이랬다. 내가 그렇게나 빠져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거아니라고 했지만 환하게 웃지 못했다. 호수의 안개가 나의 어색한 미소를 좀 가려주어 다른 사람들은 내 표정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케이코도 내 표정을 봤는지 어색하고 씁슬하게 미소만 보이고 이내 내가 보는 쪽을 같이 봤다.


몇분이 지났을까? 몇명이 더 나왔고 우리 일행이 아닌 사람들도 나왔다. 한 10명 정도. 우리는 함께 말 없이 호수를 바라보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물을 손에 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암묵적인 약속처럼 모두가 한마디 말을 하지 않았다. 다 나와 같은 기분일까? 무언가에 압도된 기분.

세상은 참 넓다. 여행 막바지가 되어가니 더 이렇게 사색적이 되는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아티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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