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제 괜히 수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역시 밤수영은 위험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차라리 수영만 하고 밤에 술은 마시지 않는 건데.. 오래간만에 만난 한국인들과 괜히 객기를 부리다가 이거 어쩌면 오늘 하루 종일 머리아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안대를 풀고 밖을 보니 날씨가 상당히 맑다. 어제만 해도 뉴스에 구름이 많을 거라고 해서 배가 안 뜨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배는 뜰 것 같다. 어차피 저녁 배(22시40분)라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약간은 걱정이 된다. 킹스턴으로 가는 배는 커다람 유람선인데 배가 몇편 없어서 참 고생을 많이 해야한다. 아이티에서 조심해서 위험한 일은 없었는데 또 좀 위험하다고 하는 자메이카를 가게 되니 걱정은 되지만 큰 도시만 낮에 다니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설레인다. 배는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밤에 타면 킹스턴에 7시 쯤에 도착하는데 그러면 또 밝은 낮이니까 바로 숙소를 잡고 이틀만 자고 온두라스나 파나마로 가면 되니까 그 동안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딱 50시간. 밝은 곳으로만 다니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을려고 1층에 내려갔다. 도밍게즈와 친구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침밥은 주인아줌마가 해줄 줄 알았는데 이걸 아들을 시키다니..근데 또 시킨 것 보다 당연하다는 듯이 능숙하게 후라이팬을 돌리는 녀석을 보니 나도 초등학교때 이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밍게즈의 친구들은 요리하는 것 지켜보는 것 처럼 하면서 계속 우리가 밥먹는 걸 보고 있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다시 2층에 올라가 짐을 챙겼다. 산것도 없고 한데 옷이 습기가 차서 좀 축축해 진건지 배낭이 이전보다 엄청 무겁다. 어제 말리려고 내놨던 옷들이 죄다 바닷바람때문에 눅눅해졌다. 젠장..낮에 말렸어야하는데 어제 밤에 수영하느라..아니..술만 안마셨어도..


남미에서는 정말 한국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던데 어떻게 우연히 이 사람들과 한 숙소를 쓰게 되서 오래간만에 한국말로 재밌게 대화를 했다. 이 형들은 브라질에서 출발해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대로 쿠바를 거쳐 멕시코로 들어가 LA에서 한국행을 탄단다. 벌써 8개월이나 돌아다녔다는데 믿겨지지가 않는다. 8개월이라..중간에 위험한 곳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일단 페루와 콜롬비아를 조심하란다. 소매치기가 문제가 아니고 까딱하면 납치 당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생각보다 가보면 한국교민들이 많아서 여행하는데는 별 무리 없을 거라는 말도 했다. 파나마에 있는 소망식당이라는 곳의 전화번호와 명함도 줬다. 주인이 참 좋다고하면서 꼭 가보라고 했다. 형들꺼 론리도 받았는데 그것만 봐도 얼마나 고생하고 돌아다녔는지 알것같다. 이책을 얼마나 사용했으면 라면국물 자국이 벌서 커버에..세상에나 몇장은 뜯겼는데 보니까 화장실에서 사용한것 같기도 하고..물어보니까 에콰도르에서 만난 이탈리아인을 줬다는데 믿어지지가 않는다. 왜냐면 그럴려면 한 나라나 한도시가 찢어져 있어야 하는데 보니까 페루의 중간부터 칠레의 두장까지 찢어져 있었다. 그것도 한번에.. 나의 눈썰미는 피할 수가 없다.


짐을 챙겨서 포르토프랭스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배낭메고 어리버리해 보이는 여행객들을 노린 범죄가 많기때문에 배낭은 일단 집에 맡겨두고 나왔다. "노 프라블름~"하면서 흰 치아를 보이며 씩 웃으며 인사하는 곤잘레스와 친구들이 못미더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겠냐는 생각에 가벼운 가방 하나에 중요품만 넣어서 복대만 차고 나왔다. 섬나라는 좋은 점이 어딜 가나 조금만 가보면 해변이 있어서 어디서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는데 있다. 쿠바의 해변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좀 더 덜 다듬어졌다는 것 정도? 나머지는 완전히 같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 바다가 그 바다니까. 해변가에 있는 술집모양만 다를 뿐 사람들도 비슷하고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수온은 언제나 따스하다. 그렇다고 차갑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 들어가서 아~차거!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정도? 난 너무 찬 물은 싫어하는데 여기는 밤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수온이 좋고 물이 깨끗하다. 물론 지정된 곳에서 수영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지만 말이다.

상어출몰구역이라는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다가 그냥 꽥 될까봐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실제로 상어는 영화에서처럼 등에 지느러미를 보여주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안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어떤 한 가족이 어제도 보았던 진흙쿠키를 먹고 있다. 정말 흙을 씹는 기분일텐데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에서 양분을 섭취하다니..식물도 아니고 참..

이럴때 느끼는 것이 단순한 일시적인 도움보다는 이렇게 여행객이 되어 이나라에서 소비를 많이 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여행객을 어떻게 다룰 줄 알고 어떻게 해야만 이들이 돈을 소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만 조금이라도 이들의 벌이가 나아져서 진흙쿠키를 안먹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겠지. 단순히 그냥 구걸하는대로 돈을 줘버리면 이들은 평생 이렇게 살 것이 뻔할 테니까. 그래도 지금 주지 않으면 이들은 순간은 나를 원망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네다섯살 되어보이는 꼬마가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진흙쿠키를 먹고 있었다. 나도 참 안쓰러웠지만 어쩌랴..


조금 생각한 후에 이곳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찾아 먹기로 했다. 워낙 물가가 싼편이라 뭘 먹어도 정말 쌌지만 그래도 여기는 여행지라 비싼 것은 조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통음식도 아니고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를 이 가격에 여기서..게다가 별로 질이 좋아보이지도 않는 스테이크를 먹기에는 뭣하고..그러자고 전통음식을 먹자니 찾기도 힘들고..그나마 찾은 음식점에서 우리는 뭐라고 써있는지 알수도 없는 음식들을 막 시켰다. 숫자 하나만 보고.


일단 아이티 음식들은 색이 이뻤다. 냄새는 그저 그랬지만 먹을 만한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타이음식과 비슷했는데 이 음식도 먹는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쳐다보던지..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급하게 먹어서인지 배가 무지 아팠다. 화장실이라고 딱히 정해진 곳이 없기에 아까 먹었던 식당에 가서 볼일 좀 볼려고 하니까 밥먹고 가서 안된단다. 여기 모 이래.. 아까 갈껄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젠장. 그거 좀 나갔다 왔다고 안된다냐..야박한 넘들..


아이티는 흔히 북한과 비교될 정도로 먹을 것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던데 느게 느낌이 너무 강하게 온다. 북한에 가보진 않았지만 가보면 이런 느낌일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다른나라로의 불법이주. 때문에 나라를 나가는 것은 엄격한 통제하에 이루어 진다고 한다. 한국에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내는 정말 시내답지 않았다. 태국에 있는 작은 마을 정도?의 느낌이 났다. 가본 나라가 별로 없다보니 비교할 데가 태국밖에 없다. 태국한테도 미안하다. 이렇게 여행하는 것은 절대 관광이 아니다.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커가게 하는. 양분같은. 비록 이 양분이 진흙쿠키에 있는 그것과 다름없다 할 지라도 이 양분을 발판 삼아 앞으로 갈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에 가게 되는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 마주치는 어린이들의 두 눈망울을 똑바로 쳐다보기에는 나는 너무 살이 찌고 배부르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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