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9. 22:02 잡담

만두맨

난 만두를 좋아한다.

6학년 때 동네에 "만달리"라는 만두집이생겼다. 소방서와 목욕탕(수보탕)옆에 생겼는데 15평 정도 되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밖을 지날 때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만두 찌는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끝구석자리에 자주 앉았다. 만달리는 셀프라서 물은 떠마셔야했기 때문에 뜨거운 것을 못먹는나는 항상 물을 떠놓고 만두를 기다렸었다.
먼저 나오는 단무지를 먹고 있다 보면 주문한 떡라면과 만두3판이 나왔다. 학생 신분에 6000원(만두1500원, 떡라면 1500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만달리의 만두는 충분히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쫄깃한 만두피에 부추와 돼지고기로 야무지게 꽉 채워 만든 속. 만두피는 밀가루와 계란노른자가 적당이 섞여서 매우 쫄깃했는데 그 이전, 이후로도 그런 만두피를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요새 나오는 감자만두들이 그정도 되는 것 같긴하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것 같다. 아직까지는..
피에 계란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살짝 노란끼가 있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만둣속은 부추와 파, 돼지고기가 적당히들어가는데 신기한건 짜지않으면서도 짜게 만들었다는거다. 그러니까 만두피와 함께 먹지않으면 짤거다. 근데 만두피와 함께 먹게되니까 짭조름하니 적당히 짜고 맛있게 느껴지게 되는거다.

그렇게 잘빚어진 만두피와 속을 조물조물해서 길쭉하니 이쁘게 빚어 10개를 찜판에 넣어 8분을 찌면 딱 먹기 좋은 만달리 찐만두가 된다.

그리고 만두는 무조건 고기만두다. 새우도 고기의 일종이니까 인정하겠지만 김치만두나 두부만두, 기타 이상한 속을 넣은 만두는 정말 날 화나게 한다. 그건 만두라는 이름을 쓰면 안된다. 김치밀가루찜이라고 하던가... 가끔 만두라고 하고 김치만두를 주는 곳이 있는데, 만둣국을 시켰는데 김치만두를 넣어주는 곳이 있는데 그 땐 밥상을 뒤집어엎어도 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설사 장모님의 만두라도 김치만두라면 맛이 있어도 쉽게 맛있다는 말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맛있다고 말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숨기지 못할 것이다. 이쁜 색시라도 남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서 김치만두를 빚으면 그것은 ㄴㄴ. 만두는 무조건 고기만두다.

만두 세판을 한꺼번에 3단으로 주는데 일단 그걸 흩어놓는다. 한판은 먹고 두판은 식기를 기다리면서 만두와 떡라면을 먹는다. 첫 만두는 뜨겁기 때문에 천천히 먹게 되지만 첫만두기 때문에, 입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만두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정말..두근두근.. 입에 넣고 만두를 씹으면 육즙이 좍 나오는데 살짝 뜨거운 느낌이 들지만 기름지고 짠 그 느낌, 쫄깃하게 씹히는 고기와 만두피는 가히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너무 급하게 먹어서 뜨거울 때 물을 마시는 것 보단 노란 단무지와 함께 먹으면서 식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깊은 맛을 계속 느낄 수 있다. 만두를 급하게 먹으면서 중간에 떡라면도 한 젓가락씩 한다. 아직 살짝 뜨겁기 때문에 후후 불어가면서 주황색 국물에 담긴 라면을 먹으면서 곧있으면 시작할 만두와의 2차전을 기다린다.

이제 두번째 판을 먹을 차례다. 만두 3판을 시켰을 때 가장 싫은 상황은 같이 간 친구가 만두 한판만 시켰을 때다. 친구도 나와 같은 속도로 만두를 먹기 때문에 내두번째, 세번째판은 친구의 표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번째, 세번째 판은 진짜 미친듯 빨리 먹으면서 친구의 젓가락까지 방어해야한다. 보통 한두개 정도는 포기하고 나머지거를 다 먹기 위해 두개씩 먹는것도 마다하지 않아야한다. 이쯤되면 만두가 적당히 식어 두개씩 먹을 수도 있다.

몇 번 두 개씩 먹다보면 이제 드디어 세 판째가 된다. 세 판 쯤 되면 어느정도 적당히 배가 부르다. 만두 스무개에 라면도 반넘게 먹었으니 배부를만 하지. 그 때는 아주 적당하게 만두가 식었을 시간이기 때문에 몇개는 얼른 집어 먹고 더 뺏길 거 같은 만두 몇개는 라면 그릇으로 집어 넣는다. 그럼 떡만두 라면을 즐길 수 있다.

살짝 만두가 터져 흐른 육즙이 라면 국물에 스며들면 그만큼 풍부한 맛의 라면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짧은 15분. 만두 세판과 떡라면을 먹고 나면 만족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만달리를 나와 오락실 조이랜드로 향하는 발걸음은 정말 너무 너무 즐거웠다.

애석하게도 지금 그 "만달리"는 문을 닫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주방장님이 만두피 빚는 곳에 에어컨을 놓아달라는 걸 주인이 거절해서 도망을 가서 그렇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돈 많이 벌면 그 아저씨 수소문해서 우리집에서 평생 만두만 만들게 하고 싶다. 올드보이처럼.

암튼 이만큼 살면서 만두집을 수백개는 가봤을텐데 아직 만달리만한 만두집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추억보정도 영향이 있겠지. 그때보다 맛있는 걸 많이 먹으니까. 그런데....

요새 비비고에서 나온 냉동만두, 감자만두가 엄청 맛있다.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 맛있어서 진짜..

하지만 난 아직도 만달리 만두가 그립다. 그 맛, 그 식감. 난 참 모든 걸 기억하는데 그게 이럴 땐 참 좋지 않다.

난 참 많은 걸 기억하는 것 같다.
그립다. 많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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