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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4. 01:01 잡담

붕어빵 3개

대학 다닐 때 일이다.
학교 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마을버스를 타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세븐 일레븐이 있었다. 고 바로 앞에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엔 항상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있었다.

우리 집은 그 쪽이 아니라서 거길 자주 가진 않았었다. 가끔 역 쪽에 누굴 데려다 주거나 데릴러 갈 때 그 붕어빵 쪽을 지나가는데 그 때마다 그 붕어빵 위에 적힌, 사과박스 골판지에  친절하지 않게 매직으로 휘갈기듯 쓴 글.


붕어빵 1개 300원, 3개 1000원.


몇달 동안 지나가면서 그 글을 보고 난 굉장히 의아했었다. 아니 규모의 경제가 되어야하는데 왜 많이 팔면서 가격이 비싸져야하나. 이 아줌마는 업셀링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이 아줌마의 마케팅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그것을 고민했고 그 때마다 함께 있던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누었었다.

당시 우리 동네 쪽 시장 어귀의 붕어빵집은 한마리에 백원이었다. 그니까 10마리를 사야 천원인데 이 붕어빵은 그것보다 통통하지도, 그렇다고 팥말고 슈크림이나 생크림도 아니고, 잉어빵이나 국화빵도 아닌데 왜 한마리에 3백원이며 더 의아한 것은 왜 4마리에 천원이 아닌 3마리에 천원인걸까. 자릿세 때문에? 세븐일레븐 점주와의 업무제휴로 인해 가격 결정권을 붕어빵 주인이 갖지 못한 것일까? 정말 많은 생각을 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그 붕어빵 가게는 생각보다 오래 장사를 하였다. 위치가 기가 막혔던게 마을버스 기다리는 줄 딱 옆에 있어 절묘하게 기다리면서 사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버스카드가 아니어서 현금주고 버스를 타야했다. 그러다보니 현금으로 한마리씩 많이도 사먹었다. 특히나 비오는 날 버스를 기다리다 옷이 젖어 추운 날에는 젖은 붕어빵의 따듯한 온기가 그리워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눈내리는 추운 날은 어떤가. 붕어빵의 배를 가르면 어김없이 터지는 붉은 팥앙금은 나로 하여금 손과 입, 그리고 몸을 따스하게 데펴주었다.

특별히 맛있는 붕어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먹는 타이밍이 버스를 기다리는, 짧지만 지루한 그 시간이었기 때문에 잘 되었을 수도 있다. 확실히 맛있는 붕어빵은 아니었지만 그 붕어빵을 먹는 시간은 참 소중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음식은 맛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랑 먹는지, 어디에서 먹는지, 언제 먹는지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음식의 맛, 느낌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그 붕어빵의 맛은 그 것을 먹는 타이밍이 아주 주효했었다.

하지만 나의 의문은 계속 커져만 갔다. 맛은 차이가 없고 품질도 대동소이한데 이 아줌마가 결정한 가격. 특히 한 개 300원, 3개 천원 전략은 어디서 나온 걸까. 골판지 메뉴판이 오랜 시간 빛바랜 흔적으로 보아 오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케팅 고수 아줌마의 비법이 따로 있을 터. 그것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 날은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흰색 털 잠바를 입고 있었다. 난 매일 거의 같은 옷을 입고 다녔기때문에 소매부분에 때가 좀 많이 탄 채로 그냥 입고 다녔다. 그러다 그 옷을 세탁소에 맡기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그 붕어빵 가게와 마주치게 되었다.

살짝 긴장되었다. 비법을 전수받기위해 스승님을 찾는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붕어빵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아줌마는 분주하게 붕어를 굽고 계셨다. 이미 만들어진 붕어 3마리가 위에 올려져 있었고 붕어빵 틀에는 흰색 반죽의 밀가루에 아줌마가 팥앙금을 숟가락으로 퍽퍽 리드미컬하게 넣고 계셨다. 난 그 앞으로 다가가 아줌마에게 붕어빵을 주문했다.

"붕어빵 3개요" 떨렸다. 과연 얼마라고 할까.

"천원"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분명 천원이었다. 3마리에 천원. 그것은 일단 진짜였다. 난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근데요. 한마리에는 300원인데 왜 3마리는 천원이에요?" 라고 묻자 앙금을 넣던 아줌마의 숟가락 질이 멈춰지고 나를 밑에서 위로 훑어보면서 아주 한심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3마리 싸가면 종이값 들잖아! 거기다 난 3마리 담아줘야하고. 그럼 그만큼 노동력들고!"

그랬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종이봉투는 비쌌다. 나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공부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신성한 노동력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었다. 그렇네. 한마리 먹을땐 비치되어있는 종이 한장으로 셀프로 집어먹으면 되는데 3마리를 시키면 아주머니의 노동력을 사용하게 되니까 그 만큼의 돈을 더 지불해야하는 구나. 정말 큰 깨달음을 얻은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두마리만 먹을께요"

하고 두마리를 손으로 집고 600원을 주고 왔다. 그 때 아줌마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뭐 이런 병신이...라는 눈빛.

규모의 경제는 어찌보면 아주 쉬운 경제학 원리이다. 노동력의 댓가는 돈으로 지불하게 하는 것이 맞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비스로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 아줌마는 4마리에 1천원으로 붕어빵을 팔았다면 훨씬 더 좋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암튼 그 의문은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그 붕어빵 가게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 사라지게 되었다. 버스의 배차가 짧아져 줄이 길지 않게 되었고 학교버스가 투입되면서 사람들이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들리는 소문으로는 시장 골목 안쪽에서 또 붕어빵을 팔고 있단 말을 들을 적은 있지만 정확히 그 분인지는 확인되지않았다.

오늘 저녁으로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어 재료를 사러 나갔는데 홈플이 일욜이라 문을 닫아 동네 순두부 가게에서 포장을 해가기로 했다. 식당에서 혼밥을 해본적이 없어 포장주문을 했는데 밥먹는 사람들을 보니 순두부찌개에 테이블마다 올려져있는 날계란을 마구 넣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식탁마다 올려져있는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 그것도 국내산 고등어. 해물순두부에 계란이 무제한 가능. 거기다 고등어구이가 메인 반찬인 순두부찌개의 가격이 7천원. 완전 혜자인 이 순두부의 포장을 난 서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윽고 아주머니께서 검정색 비닐봉투에 담긴 플라스틱 국그릇에 담긴 내 순두부를 주셨다. 그런데 계란도, 고등어도 없었다. 심지어 집에 가서 끓여서 먹으란다. 데펴먹는 것도 아니고 끓여먹으라니.. 가격은 똑같이 7천원. 갑자기 혜자가 창렬로 성전환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내가 여기서 먹지않고 집에서 먹으면 설거지거리도 없어져, 반찬도 안나가, 자리 차지도 안하니 손님도 더받을 수 있지, 물을 마시나 고등어가 나가나 계란이 나가나. 심지어 가스도 안쓰고 후식으로 나오는 매실차도 안마셨구만 가격은 똑같이 7천원이라니. 근데 이 가게는 망할 수는 없을 거다. 와서 먹는 사람들은 이 만큼 만족감을 크게 느낄테니까. 나도 여기서 먹은 적이 있는데 맛있게 먹었었으니까. 그래서 또 온거니까.

검은 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10여년전 그 붕어빵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아줌마는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붕어빵을 팔고 계실까. 기적의 경제학자여..

암튼 순두부는 나름 맛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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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1. 00:45 잡담

짜장맨

어렸을 때부터 난 짜장면이 좋았다.

국민학교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른편에 청룡회관이라고 해병대가 운영하는 위락시설이 있었다. 목욕탕도 있었고, 이발관, 노래관, 식당이 함께 있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왠지 음침한 기분이 들어 들어가기 꺼려지긴 했으나 워낙 주변에 비해 가격이 쌌기에 가끔 가서 음식도 먹고 목욕도 했다. 머리를 깎은 적은 없다. 아마 깎았다면 해병대 돌격머리로 깎아줬을 듯.


기억나는 청룡회관의 짜장면 가격은 500원이었는데 맛은 평범했고 완두콩 3개를 올려줬던 기억이 있다. 항상 정확하게 완두콩이 3개였다. 모두 다. 갯수를 정확하게 세어서 넣었는듯..

청룡회관은 사실 꿈과 같은 곳이다. 목욕탕도 500원이었으며 짜장면도 500원이었다. 원래 그 때 일반 목욕탕의 목욕값이 1000원(소인 500원)이었는데 약간만 걸어서 청룡회관으로 가면 목욕에 짜장면까지 먹을 수 있으니 진짜 짱좋았었다. 노래방은 코인 노래방이었는데 당시에도 한곡에 500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비쌌다. 정말 옛날 노래밖에 없었으나 중2때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 4명과 함께 가서 손지창의 "사랑하고 있다는 걸"을 부른 기억이 난다. 그 때 선생님이 나보고 잘했다고 칭찬했었다.

마송에는 참 여러 중국집이 있었다. 전통의 동해반점(친구네 아버지가 했던...), 우리 집 옆에 있던 배달 안해주던 중국집 향원, 금천루 등 전통의 중국집이 있었다. 6학년 때는 소방서 앞, 만달리 옆에 르네상스라는 경양식집(4층)이 있었는데 그 집 지하에 다래원이라는 중국집이 생겼다. 지하라서 좀 음습할 기운이 들 것 같았으나 당시 가장 최근에 생겼기 때문에 인테리어도 최신식이었고 그릇이 보통 중국집의 둥근 모양이 아니라 약간 길쭉하게 생긴 그릇에 나왔다. 다른 곳보다 짜장이 더 환한 갈색이었으며 아주 약간 단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 다른 중국집의 맛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으며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루트에 딱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가끔 갔던 기억이 있다. 가격은 역시 고급답게 1500원이었다. 6학년 때 윤정아라는 친구의 생일에 남자4명, 여자4명(생일자 포함) 이렇게 초대를 받았는데 그 다래원에서 짜장면을 단체로 8명이 먹었다. 그리고 우리 8명은 모두 윤정아네 집에가서 방에서 남자 대 여자로 말뚝박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진짜 험하게 놀았던 것 같다.

자꾸 그 때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가 딴데로 새는데 다래원의 짜장면은 단 맛으로 어린애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동해반점은 전통의 중국집으로 내게 딱 짜장면, 하면 생각나는 곳이다. 여기 아들이 내 친구인데 걘 지네 집에서 짜장면을 절대 먹지 않았다. 이유는 질려서 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약간 느끼해서 그런 것 같다. 그 놈은 지네 집 짬뽕은 고등학교때까지도 잘 먹었다. 우리는 가게 주인의 아들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집에 가면 짜장면을 시켜도 탕수육이 서비스로 나왔었다. 하지만 진짜 돈이 없지 않으면 애들끼리는 그 집을 잘 가지 않았다. 동해반점은 어른들의 입맛에 맞춘 중국집이기 때문이었다. 

동해반점의 짜장면은 너무 짠 맛이었다. 게다가 돼지고기 중 비계의 함량이 다른 중국집 보다 많아서 사람들에게 느끼하다는 평이 많았다. 나야 느끼한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지만 그것으로 유명한 집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먹었을 때는 또 먹을만 했다. 나름 클래식한 짜장면의 맛이랄까. 기름진 짜장의 고소한 맛. 딱 기본 짜장면이다.

마송에서 맛으로 가장 유명한 집은 역시 향원이었다. 우리 가게 바로 옆에 있는 중국집이었는데 마송에서 유일하게 배달을 안하던 집이었다. 가까운 곳만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철가방도 아닌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해주던 곳. 리모델링을 해서 2층까지 있었는데 그 전에 한 층일 때부터 장사가 잘돼서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향원의 짜장면은 맛이 진짜 좋았는데 다래원과 동해반점의 중간 맛이었다. 약간 단맛은 있지만 짜지는 않았던 그런 맛. 단무지(어렸을 때는 단무지를 먹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잘 안먹게 됨)와 함께 짜장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약간 달달하면서 짠 단무지와 짜면서도 깊은 향이 배어나오는 짜장면. 난 짜장면을 진짜 빨리 먹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향원 짜장면은 온도도 뜨겁지 않게 나와서 진짜 나오자마자 후루룩 먹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스무살에 공장 알바를 하고 첫 월급 받은 날 친구들 3명이랑 여자친구랑 같이 향원에 가서 이것 저것 시켜 먹었는데 그 때 너무 많이 시켜서 음식이 남았다. 이 때 내가 짜장면을 진짜 급하게 빨리 먹었는데 이 때문인지 탕수육같은 요리를 잘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이정일이 진짜 미친 듯 많이 먹은 날이었었는데 ㅎㅎ. 향원은 특히 볶음밥이 맛있었다. 돼지기름에 고슬고슬하게 볶은 볶음밥에 짜장을 적당히 끼얹어 내놓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해반점 볶음밥에 나왔던 후라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참 맛있는 볶음밥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금천루는 맛으로 유명한 중국집은 아니었지만 당시 유일하게 시장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지나가다 먹는 곳이었다. 특히 탕수육을 시키면 양을 너무 많이 줘서 항상 남기고 왔던 곳으로 기억이 난다. 아직도 거긴 진짜 양을 많이 준다. 근데 이건 향원도 마찬가지다. 탕수육 소짜가 다른데 대짜같은 그런 느낌이다.

고등학교 때는 요리왕이라는 중국집이 학교 바로 옆에 생겨서 수업시간에도 막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구과학 시간에 내가 간짜장하나를 시켜 교실 뒤에서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나쁜 학생이었다. 지구과학 선생님이 만만하니까 그 때 시켜먹은거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선생님이었으면 그런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짜장면을 시켜먹을 정도로 별난 놈이라는 세간의 관심을 얻고 싶어서 진짜 별 지랄을 다 했었다. 암튼 요리왕이 생긴 이후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른데는 가지 않고 요리왕만 갔었다. 짜장이 맛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그 옆에 인터페이스라는 마송 최초의 PC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이유를 떠나서 요리왕의 간짜장은 정말 맛이 있었다. 다른 곳보다 양파를 진짜 많이 넣어줬는데 갓볶은 양파가 하도 많아서 수북히 쌓일 정도였다. 거기다 고기도 많이 넣어줘서 진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약간 단맛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짠맛이 강했고 돼지기름을 많이 써서인지 면을 후루룩 입에 넣었을 때 돼지맛이 강하게 났다. 무엇보다 요리왕에서 짜장면을 먹으면 양파냄새가 진짜 강하게 났었다.  

모름지기 중국집이라 함은 문을 열면 플라스틱 발같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서 처음 맡는 짜장내음, 그리고 바닥은 금색 라인이 그려져 있는 쎄맨 바닥. 빨간색으로 칠해진 벽면. 그런 클래식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릇도 플라스틱 그릇으로 나오고 젓가락은 플라스틱 젓가락이면 금상첨화다. 요새 되게 좋은 그릇에 잘 담겨져 나오는 짜장면도 좋지만 가끔은 그런 중국집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중국집도 체인점이 많이 생기면서 이제는 동네 중국집을 잘 안가게 된다. 아무래도 맛에서 모험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요새는 홍콩반점에 자주 가는데 이 곳은 짜장면은 그냥 그렇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탕수육이다. 가성비로 따지면 끝판왕이고 그냥 단순히 맛으로만 따져도 탑티어의 탕수육이다. 거기다 은근 양도 많아서 아무것도 안시키고 그냥 탕수육 하나만 싸와서 집에서 혼자 먹을 때도 많다. 쫄깃하고 달달하니 딱 내 취향이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포장을 하면 소스를 너무 조금 줘서 불만이다. 난 부먹 스타일인데 부을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찍어 먹게 된다. 이러다보니 탕수육의 본연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 반쯤은 돼지고기 튀김으로 먹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맛있다는 것!

오늘도 짜장면을 먹었다. 사실 올해가 시작하고 나서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그걸 깬 것도 짜장면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상당수가 밀가루 음식이다. 만두, 짜장, 파스타, 빵, 케익 등등. 그러다보니 진짜 피할 수가 없다.

사실 이제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데도 계속 먹게 된다. 왜냐면..맛있으니까! 단순하다. 맛있으니까 먹게 된다. 또 내가 밀가루를 안먹으니 나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의 선택권도 좁아져서 피해를 주게 되니 그것도 꺼려지게 되고. 밀가루를 안먹고 오래 사는 것 보다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을 실컷 먹고 행복하게 짧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러면 오히려 더 행복하고 즐거워서 오래 살 수도 있지. 난 밀가루를 먹으면 도파민이 생성되니까! 

암튼 난 오래 사는 것 보단 행복하게 사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밀가루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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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eative JD

2017. 4. 19. 22:02 잡담

만두맨

난 만두를 좋아한다.

6학년 때 동네에 "만달리"라는 만두집이생겼다. 소방서와 목욕탕(수보탕)옆에 생겼는데 15평 정도 되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밖을 지날 때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만두 찌는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끝구석자리에 자주 앉았다. 만달리는 셀프라서 물은 떠마셔야했기 때문에 뜨거운 것을 못먹는나는 항상 물을 떠놓고 만두를 기다렸었다.
먼저 나오는 단무지를 먹고 있다 보면 주문한 떡라면과 만두3판이 나왔다. 학생 신분에 6000원(만두1500원, 떡라면 1500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만달리의 만두는 충분히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쫄깃한 만두피에 부추와 돼지고기로 야무지게 꽉 채워 만든 속. 만두피는 밀가루와 계란노른자가 적당이 섞여서 매우 쫄깃했는데 그 이전, 이후로도 그런 만두피를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요새 나오는 감자만두들이 그정도 되는 것 같긴하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것 같다. 아직까지는..
피에 계란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살짝 노란끼가 있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만둣속은 부추와 파, 돼지고기가 적당히들어가는데 신기한건 짜지않으면서도 짜게 만들었다는거다. 그러니까 만두피와 함께 먹지않으면 짤거다. 근데 만두피와 함께 먹게되니까 짭조름하니 적당히 짜고 맛있게 느껴지게 되는거다.

그렇게 잘빚어진 만두피와 속을 조물조물해서 길쭉하니 이쁘게 빚어 10개를 찜판에 넣어 8분을 찌면 딱 먹기 좋은 만달리 찐만두가 된다.

그리고 만두는 무조건 고기만두다. 새우도 고기의 일종이니까 인정하겠지만 김치만두나 두부만두, 기타 이상한 속을 넣은 만두는 정말 날 화나게 한다. 그건 만두라는 이름을 쓰면 안된다. 김치밀가루찜이라고 하던가... 가끔 만두라고 하고 김치만두를 주는 곳이 있는데, 만둣국을 시켰는데 김치만두를 넣어주는 곳이 있는데 그 땐 밥상을 뒤집어엎어도 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설사 장모님의 만두라도 김치만두라면 맛이 있어도 쉽게 맛있다는 말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맛있다고 말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숨기지 못할 것이다. 이쁜 색시라도 남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서 김치만두를 빚으면 그것은 ㄴㄴ. 만두는 무조건 고기만두다.

만두 세판을 한꺼번에 3단으로 주는데 일단 그걸 흩어놓는다. 한판은 먹고 두판은 식기를 기다리면서 만두와 떡라면을 먹는다. 첫 만두는 뜨겁기 때문에 천천히 먹게 되지만 첫만두기 때문에, 입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만두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정말..두근두근.. 입에 넣고 만두를 씹으면 육즙이 좍 나오는데 살짝 뜨거운 느낌이 들지만 기름지고 짠 그 느낌, 쫄깃하게 씹히는 고기와 만두피는 가히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너무 급하게 먹어서 뜨거울 때 물을 마시는 것 보단 노란 단무지와 함께 먹으면서 식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깊은 맛을 계속 느낄 수 있다. 만두를 급하게 먹으면서 중간에 떡라면도 한 젓가락씩 한다. 아직 살짝 뜨겁기 때문에 후후 불어가면서 주황색 국물에 담긴 라면을 먹으면서 곧있으면 시작할 만두와의 2차전을 기다린다.

이제 두번째 판을 먹을 차례다. 만두 3판을 시켰을 때 가장 싫은 상황은 같이 간 친구가 만두 한판만 시켰을 때다. 친구도 나와 같은 속도로 만두를 먹기 때문에 내두번째, 세번째판은 친구의 표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번째, 세번째 판은 진짜 미친듯 빨리 먹으면서 친구의 젓가락까지 방어해야한다. 보통 한두개 정도는 포기하고 나머지거를 다 먹기 위해 두개씩 먹는것도 마다하지 않아야한다. 이쯤되면 만두가 적당히 식어 두개씩 먹을 수도 있다.

몇 번 두 개씩 먹다보면 이제 드디어 세 판째가 된다. 세 판 쯤 되면 어느정도 적당히 배가 부르다. 만두 스무개에 라면도 반넘게 먹었으니 배부를만 하지. 그 때는 아주 적당하게 만두가 식었을 시간이기 때문에 몇개는 얼른 집어 먹고 더 뺏길 거 같은 만두 몇개는 라면 그릇으로 집어 넣는다. 그럼 떡만두 라면을 즐길 수 있다.

살짝 만두가 터져 흐른 육즙이 라면 국물에 스며들면 그만큼 풍부한 맛의 라면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짧은 15분. 만두 세판과 떡라면을 먹고 나면 만족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만달리를 나와 오락실 조이랜드로 향하는 발걸음은 정말 너무 너무 즐거웠다.

애석하게도 지금 그 "만달리"는 문을 닫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주방장님이 만두피 빚는 곳에 에어컨을 놓아달라는 걸 주인이 거절해서 도망을 가서 그렇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돈 많이 벌면 그 아저씨 수소문해서 우리집에서 평생 만두만 만들게 하고 싶다. 올드보이처럼.

암튼 이만큼 살면서 만두집을 수백개는 가봤을텐데 아직 만달리만한 만두집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추억보정도 영향이 있겠지. 그때보다 맛있는 걸 많이 먹으니까. 그런데....

요새 비비고에서 나온 냉동만두, 감자만두가 엄청 맛있다.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 맛있어서 진짜..

하지만 난 아직도 만달리 만두가 그립다. 그 맛, 그 식감. 난 참 모든 걸 기억하는데 그게 이럴 땐 참 좋지 않다.

난 참 많은 걸 기억하는 것 같다.
그립다. 많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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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9. 00:47 잡담

작년에는 운좋게 비올때 밖에 나다닌 적이 없다.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살아서 비오는 날도 우산 안갖고 댕기고 걍 막 뛰어댕기고 그랬다. 그렇게 작년은 우산을 제대로 쓰고 걸은 적도, 비를 맞은 적도 없었다.


올해는 벌써 3번째 비를 맞는다. 여전히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고 비오면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데 유난히 비오는날 걷게 되는 상황이 잦은 느낌이다.


비오는 날은 그냥 비가 오는대로 맞고 다니는 게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몸과 옷이 싹 젖은 채로 집에 들어가자 마자 샤워를 하면 개운하고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버릇을 잘못들였다.

조만간 비올때 휴대폰도 없이 몇시간이고 비맞고 걸어보고 싶다. 아주 오래 전 그날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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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8. 01:23 잡담

고양이랑 강아지

강아지가 좋았다.

항상 키우고 싶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4년이 걸렸다. 뿡이라는 이름을 먼저 지어놓고 지금의 뿡이를 찾으러 다닌 기간도 3개월이나 됐다.
뿡이는 그렇게 나의 자식이 되었다.


그러다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를 원래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유치원 때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서 며칠 뒤 내 방 창문가에서 날 노려보고 난 후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고양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큰 눈. 도도하지만 새침한 표정. 그리고 개그감. 먹성. 첫눈에 반했고 고양이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다.

고양이를 데릴러 간날. 고양이는 일리라는 이름을 정해주었다. 12월12일생 인 고양이에게 일리라는 이름은 딱 맞는 이름이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고양이의 이름을 정해주었다.


일리와 뿡이가 만난날. 난 둘이 첨부터 되게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주 작았던 일리는 첨부터 강하게 뿡이에게 대들었고 착한 뿡이는 항상 당하고 있었다. 바보처럼. 그러면서도 일리가 울면 다가가서 위로를 해준다. 4살이나 많은 언니가 동생을 위로해주는 것 처럼.

일리는 점점 살이 쪘다. 5키로가 넘었다. 4키로가 넘었던 뿡이는 어느새 2키로대로 내려왔다. 아무래도 받는 사랑의 양이 적어져서 그런지. 그렇게 강아지는 말라가고 고양이는 살이 찌게 되었다.


원래 큰놈, 작은놈 개념으로 큰놈아, 작은놈아. 이렇게 불렀는데 원래 큰놈이었던 뿡이가 이제 작은 놈이 되고 작은 놈이었던 일리가 이제 큰놈이 되고 말았다.

원래 고양이가 살이 잘 찌는 타입인가보다.

딱 15년만 더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평생 살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인 수치가 더 맘에 와닿고 절실해 지고 그러더라.

15년. 딱 15년만 더 살자. 큰놈 작은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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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7. 19:30 잡담

봄비

봄비가 내린다.
좀 지나면 따듯해지겠지.
라고 생각이 들만하면 또 비가 와서 춥고 춥고 하다.

얼른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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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6. 02:26 잡담

삶은 공평하지 않아

삶이 공평하지 못한 건

내 운명을 선택하지 못해서 받아야 하는 고통이 너무 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난 스스로 내 삶이 다른 사람의 그것에 비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약간 큰 사건들이 많아서 특이하다 생각했긴 했지만 그것이 부모를 원망할 정도의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을 기점으로 내 삶이, 다른 사람에 비해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약간이지만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데, 그것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더라. 성장에 한계가 있더라.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고. 난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말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평균 이상이다. 난 스스로 세상 1%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근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0.1%라 덜 행복해 보일뿐. 근데 이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왜 남들과 나를 비교하나. 그러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나. 그런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원하는 것 못 얻어도, 난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삶이 즐거운 사람이지.


인터넷을 하다보면 참 재미있는 것도 많지만 참 눈물나는 순간이 많다. 특히나 나같은 경우는 공감능력이 좋아서 엄청 몰입을 순식간에 잘하는 편이라 눈물이 많다.


세상엔 자신이 선택한 운명이 아닌데도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시리아 폭격으로 인해 소년이 동생을 구조해 대피하고 있다. 이 소년이 잘못해서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지구의 암적인 존재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무장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소녀다. 백린탄을 쏘면서 웃는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매번 당해야만 하는 팔레스타인. 어떤 나라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니 수가 있는가. 스스로 지켜야지. 이 여자애의 심정은 어떨까? 이 여자애도 꿈이 있겠지.  


시리아 반군 7살 꼬마. 무장에 담배까지 피면서 포즈를 잡고 있다. 저 꼬마가 30년은 살까? 아니. 앞으로 1년은 더 살 수 있을까? 쟤는 저러기 위해 태어났을까? 삶은 고(苦)이다. 이 소년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IS에게 도망쳐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휴식을 취하는 야디지족 소녀. 이 소녀는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고통을 당할까. 

그냥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게 삶이다. 개인적으로 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신이 있어도 신은 착한 놈이 아니다. 진짜 그지같은 새끼지. 이것도 그지의 비하로 보일만큼 나쁜 놈이다.


알콜중독자와 그의 아들.

개인적으로 술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다. 술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자기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술은 절대로 하면 안되는 것이다. 술 때문에 많은 사고가 생기고 술 때문에 힘든 일이 생긴다. 저 어린 애는 차라리 아버지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럴 거면 살지 말아라.

맨날 술이나 쳐먹어야 하는 삶이라면 개인적으로 안 사는 게 낫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준다고? 지랄하지 말아라. 약간의 술은 괜찮다고? 지랄하지 말아라. 그게 널 좀먹고 있다.


장애가 있는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는 2살 아들.

전쟁의 피해로 팔을 잃은 어머니, 아들은 앞으로도 힘든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힘내라 아들아. 너에게는 너에게 헌신하는 어머니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아이는 참 반듯하게 자랄 것 같다. 꼭 그렇게 자라라.

졸업한 아들과 아버지.


아들은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그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산다. 저 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 저 아들은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돈이 전부가 아니다. 아버지가 신발을 신고 있지 않지만 너무나도 자랑스러워보인다. 존경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그의 고생이 보인다.


삶은 공평하지 않다. 그것을 인정하면 편하다. 그것을 인정해야한다. 받아들여야한다.

그렇게 때문에 치열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도 있다. 그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럼 또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 고귀하신 분들 건드리지 말고.


그럼 행복할 수 있다. 그럼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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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6. 01:57 잡담

화를 참는 방법

난 운이 좋은게

세상 살아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때가 그리 많진 않다. 진짜 힘들어 죽고 싶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뭐 이제 그만 살고 싶다거나, 앞으로 내가 굳이 살아갈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을 했지.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난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안을 구성하는 인간들이 X같을 때가 있지. 그래도 난 사람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지는 사람이나 싫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대하고자 노력하기는 한다.


그런 놈(이나 년)들은 지들은 아주 친절한 척, 착한 척, 잘사는 척 온갖 지랄을 해가면서 지들이 행복함을 자랑하는데 그런 꼴을 보면 예전에는 짜증나고 그랬는데 요샌 짠하고 안쓰럽고 그렇다. 


'그래... 니들은 그렇게 살아라. ㅄ같은 것들 ㅋㅋㅋ' 


이런 마음이랄까. 나쁜 마음이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복수하는 길이랄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인데 뭘.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반 급훈이 "역지사지(易地思之)"였는데 그 때 그 담임 선생님께 매일 같이 세뇌를 당하듯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 그 후 나는 상대방의 입장,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보는 버릇을 들이게 됐다. 그 날 이후로 화가 나는 상황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근데 요 근래, 정확히 몇 년전부터 내 활동반경이 많이 넓어지기 시작한 이후 그런 내가 화가 나는 상황이 조금씩 생기더라고. 화라고까지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이해가 안가는 상황인거지. 인사를 안하는 사람, 부딛히고도 사과를 안하는 사람. 나쁜 짓을 해놓고도 당당한 사람들. 말로는 미안하다고 해놓고 그런 짓을 계속 하는 사람. 지금도 있지 그런 사람들. 미안하다고 하면서 남의 가슴에 대못박는 짓 계속하는 사람들.


그게 역지사지로도 이해가 잘 안될 때가 있는데 몇 달 고민해보니까 그런 사람들은 이해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


'아. 얘는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구나. 그냥 뭐 그 자체로 쓰레기인 사람이구나'

'아. 이런 사람은 그냥 상대할 가치가 없구나. 생각할 필요가 없구나. 걱정할 필요가 없어.'

하고 생각을 안하게 되면 그만이더라.


난 정말 사람을 안 놓는 사람이었다. 기대가 많은 사람이었고 사람의 포텐을 생각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람을 되도록 늦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평을 내리지 않는다고 할까. 또한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는 것이었다. 사람을 볼 때 장점은 되게 잘 캐치하는 편이다. 단점을 잘 보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콩깍지가 빨리 씌였다. 남자건 여자건 간에 빨리 반한다고 해야하나. 푹 빠지는 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기도 좀 당하고 호구처럼 이것저것 퍼주다가 당하기도 하고. 그랬다. 난 내가 뭘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라.


이렇게 사는 건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살면서 난 뭘 딱히 받아본 적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기대를 접었다고 해야할까.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기대를 접을 수록 행복이 크다는 거다. 기대를 전혀 안하다 보니 아주 작은 받는 것에 굉장히 크게 감동하고 소중하게 생각이 들더라. 원래 기대가 크면 만족시키기 더 어려운 법.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만족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달까. 근데 난 언제나 맛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더 만족을 쉽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맛에 대한 관대함도 커서 어딜가도 평타 이상이라 스스로는 상당히 뿌듯하고 행복하다. 어딜 가도 맛있게 먹고 나올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내가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과 반대로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더라. 상대방은 아무런 기대없이, 순전히 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받고 좋아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데 마치 그 사람이 뭘 바라고 준다고 생각하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 그런 사람도 있더라. 이런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입장 바꿔 나도 그럴 수 있으니까 충분히.


이게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엄청 이야기가 새서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데 암튼.


이해를 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나는. 이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직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이해를 하는 단계에서도 그랬었는데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어렵게 이해했던 사람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선을 긋게 된다.


'그래. 있는 그대로의 널 받아들이겠어. 그래. 하지만 대신 넌 여기까지야.'라고 선을 그어버리게 된다.


이해할 필요도 없이 내 사람인 사람들이 있다. 이해를 해서 내 사람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를 하지만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있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가장 큰 원 밖에 놓고 그만큼만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그게 편하다. 나이드니까 그게 편해.


어떤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정말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 원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원 밖에 놓이게 된 사람들이 원 안으로 들어온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난 사람을 오래 놓고 보니까. 원 밖으로 나가긴 어렵다. 대부분 원 안에 있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사람은 아닌거지 뭐.


언제가 되면 원 밖의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척'이 아닌 친절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 사람들에게 친절해야지 뭐. 이미 그 사람도 날 원 밖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아니면 이미 아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야.


원의 크기를 늘려나가고 싶었는데 더 이상은 그럴 생각은 없다. 억지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뭔가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은 피곤한 일이야. 있는 내 사람들에게 잘 할래. 내 사람들이 된다고 해서 딱히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아닌데 뭘 ㅋ


결국 화를 참는 방법은 나는 나, 너는 너. 아주 간단한 이걸 깨달으면 되더라고. 가끔 니가 나인 줄, 니가 내 사람인 줄 착각해서 니가 하는 행동, 니가 하는 모든 것들이 짜증날 때가 있는데 사실 니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니가 무엇을 하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잖아. 그런거 있잖아. 지나가는 사람, 혹은 인터넷에서 보는 사람이 ㅄ짓 하면


ㅋㅋㅋ ㅄ ㅈㄹ하고 있네.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것. 생각해봐. 모든 것에 열받을 필요없잖아.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 뭔 ㅈㄹ을 하건 내가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내 원 밖에 있는 사람들인데.


맘이 편해. 날 나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걸 왜 신경써. 누가 날 나쁘다고 생각하건 말건, 그 사람의 평가에 왜 신경써. 왜 다른 사람의 옷차림에 신경써. 왜 다른 사람의 말투에 신경써. 피곤한 일이지. 니나 잘살아 ㅄ아.


이것만 명심하면 화가 안난다. 나는 나, 너는 너. 너는 ㅄ같이 살아라. 개인주의적인 생각이지만 그게 나를 좀먹지 않고 화가 안나는 방법이더라고. 이렇게 20년 넘게 사는데 괜찮아. 살만해.


남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 살아.


그럼 행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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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5. 01:01 잡담

고양이와 강아지

고양이랑 강아지를 키우다보면
둘이 성격이 정말 다른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잘해줘도 도망가버리고 지 좋을 때만 와서 얼굴을 부비는 고양이는
되게 잘해주고 싶다가도 얄밉고
사람으로 보면 엄청 밀땅을 잘하는 녀석같다.

반면에 강아지는 정말 끝도 없이 애교를 부린다. 마치 주인이 없으면 죽을 것 처럼. 매일 보는데도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어대고 계속 안아줘도 헥헥 거리고 좋아하며 핥아댄다.

사실 개같은 성격은 연인 관계에서 좋지 않다. 맨날 잘해주기만 하면 받는 입장에서 당연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고양이처럼 하는게 답이다.

하지만 어쩌나.나는 개로 태어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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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4. 22:29 잡담

나이가 먹으니까 별 볼 일 진짜 없다

예전엔 정말 많이 있던 별이 지금 와서 없는 것도 아닐텐데 하늘에 별이 없다니.

그만큼 세상이 더러워서 그런가보다. 세상도 드러워지고 미세먼지도 생기고.

사람도 똑같다.

나도 좋은 사람인데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때가 끼면서 더러워진건가. 원래 별같지않았던, 별 볼 일 없던 놈이었었나.

예전에 참 반짝였던 것 같은데 빛을 잃은 느낌이다. 빛이 있긴했었나 생각도 들고.

난 내가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진않은 것 같다. 남들 비춰주고 그러는 것도 좋아서.

한참 빛을 주고 나서 많이 머금은 빛으로 밝게 빛나서 날 떠나는 것도 좋다.

그래라. 난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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