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이 좋은게
세상 살아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때가 그리 많진 않다. 진짜 힘들어 죽고 싶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뭐 이제 그만 살고 싶다거나, 앞으로 내가 굳이 살아갈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을 했지.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난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안을 구성하는 인간들이 X같을 때가 있지. 그래도 난 사람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지는 사람이나 싫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대하고자 노력하기는 한다.
그런 놈(이나 년)들은 지들은 아주 친절한 척, 착한 척, 잘사는 척 온갖 지랄을 해가면서 지들이 행복함을 자랑하는데 그런 꼴을 보면 예전에는 짜증나고 그랬는데 요샌 짠하고 안쓰럽고 그렇다.
'그래... 니들은 그렇게 살아라. ㅄ같은 것들 ㅋㅋㅋ'
이런 마음이랄까. 나쁜 마음이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복수하는 길이랄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인데 뭘.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반 급훈이 "역지사지(易地思之)"였는데 그 때 그 담임 선생님께 매일 같이 세뇌를 당하듯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 그 후 나는 상대방의 입장,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보는 버릇을 들이게 됐다. 그 날 이후로 화가 나는 상황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근데 요 근래, 정확히 몇 년전부터 내 활동반경이 많이 넓어지기 시작한 이후 그런 내가 화가 나는 상황이 조금씩 생기더라고. 화라고까지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이해가 안가는 상황인거지. 인사를 안하는 사람, 부딛히고도 사과를 안하는 사람. 나쁜 짓을 해놓고도 당당한 사람들. 말로는 미안하다고 해놓고 그런 짓을 계속 하는 사람. 지금도 있지 그런 사람들. 미안하다고 하면서 남의 가슴에 대못박는 짓 계속하는 사람들.
그게 역지사지로도 이해가 잘 안될 때가 있는데 몇 달 고민해보니까 그런 사람들은 이해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
'아. 얘는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구나. 그냥 뭐 그 자체로 쓰레기인 사람이구나'
'아. 이런 사람은 그냥 상대할 가치가 없구나. 생각할 필요가 없구나. 걱정할 필요가 없어.'
하고 생각을 안하게 되면 그만이더라.
난 정말 사람을 안 놓는 사람이었다. 기대가 많은 사람이었고 사람의 포텐을 생각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람을 되도록 늦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평을 내리지 않는다고 할까. 또한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는 것이었다. 사람을 볼 때 장점은 되게 잘 캐치하는 편이다. 단점을 잘 보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콩깍지가 빨리 씌였다. 남자건 여자건 간에 빨리 반한다고 해야하나. 푹 빠지는 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기도 좀 당하고 호구처럼 이것저것 퍼주다가 당하기도 하고. 그랬다. 난 내가 뭘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라.
이렇게 사는 건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살면서 난 뭘 딱히 받아본 적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기대를 접었다고 해야할까.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기대를 접을 수록 행복이 크다는 거다. 기대를 전혀 안하다 보니 아주 작은 받는 것에 굉장히 크게 감동하고 소중하게 생각이 들더라. 원래 기대가 크면 만족시키기 더 어려운 법.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만족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달까. 근데 난 언제나 맛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더 만족을 쉽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맛에 대한 관대함도 커서 어딜가도 평타 이상이라 스스로는 상당히 뿌듯하고 행복하다. 어딜 가도 맛있게 먹고 나올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내가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과 반대로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더라. 상대방은 아무런 기대없이, 순전히 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받고 좋아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데 마치 그 사람이 뭘 바라고 준다고 생각하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 그런 사람도 있더라. 이런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입장 바꿔 나도 그럴 수 있으니까 충분히.
이게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엄청 이야기가 새서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데 암튼.
이해를 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나는. 이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직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이해를 하는 단계에서도 그랬었는데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어렵게 이해했던 사람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선을 긋게 된다.
'그래. 있는 그대로의 널 받아들이겠어. 그래. 하지만 대신 넌 여기까지야.'라고 선을 그어버리게 된다.
이해할 필요도 없이 내 사람인 사람들이 있다. 이해를 해서 내 사람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를 하지만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있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가장 큰 원 밖에 놓고 그만큼만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그게 편하다. 나이드니까 그게 편해.
어떤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정말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 원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원 밖에 놓이게 된 사람들이 원 안으로 들어온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난 사람을 오래 놓고 보니까. 원 밖으로 나가긴 어렵다. 대부분 원 안에 있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사람은 아닌거지 뭐.
언제가 되면 원 밖의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척'이 아닌 친절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 사람들에게 친절해야지 뭐. 이미 그 사람도 날 원 밖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아니면 이미 아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야.
원의 크기를 늘려나가고 싶었는데 더 이상은 그럴 생각은 없다. 억지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뭔가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은 피곤한 일이야. 있는 내 사람들에게 잘 할래. 내 사람들이 된다고 해서 딱히 그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아닌데 뭘 ㅋ
결국 화를 참는 방법은 나는 나, 너는 너. 아주 간단한 이걸 깨달으면 되더라고. 가끔 니가 나인 줄, 니가 내 사람인 줄 착각해서 니가 하는 행동, 니가 하는 모든 것들이 짜증날 때가 있는데 사실 니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니가 무엇을 하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잖아. 그런거 있잖아. 지나가는 사람, 혹은 인터넷에서 보는 사람이 ㅄ짓 하면
ㅋㅋㅋ ㅄ ㅈㄹ하고 있네.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것. 생각해봐. 모든 것에 열받을 필요없잖아.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 뭔 ㅈㄹ을 하건 내가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내 원 밖에 있는 사람들인데.
맘이 편해. 날 나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걸 왜 신경써. 누가 날 나쁘다고 생각하건 말건, 그 사람의 평가에 왜 신경써. 왜 다른 사람의 옷차림에 신경써. 왜 다른 사람의 말투에 신경써. 피곤한 일이지. 니나 잘살아 ㅄ아.
이것만 명심하면 화가 안난다. 나는 나, 너는 너. 너는 ㅄ같이 살아라. 개인주의적인 생각이지만 그게 나를 좀먹지 않고 화가 안나는 방법이더라고. 이렇게 20년 넘게 사는데 괜찮아. 살만해.
남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 살아.
그럼 행복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