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7. 16:16 취미/영화
패신저스(Passengers, 2016)
[패신저스]
영화는 그냥 보고 즐기는 영화가 있고, 어떤 메시지를 던져줘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게 되면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면서 며칠을 고민하게 된다. <패신저스>는 나에게 이런 선택거리를 주었다.
영화에는 출연자가 상당히 적다. 대사가 있는 출연자가 단 4명 뿐.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주인공이고 다른 둘은 조연이다. 조연 중 하나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많이 늙었더라. 매트릭스를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상당하다. 고3때 고동진이랑 신촌에 있는 그랜드 백화점에 위치한 극장에서 보았는데 둘이 극장 나오면서 아무 말 없이 버스 타는 곳으로 왔던 기억이 있다. 고동진이랑 모피어스랑 닮았다.
1.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아서 배경이 우주선인지도 몰랐다. 사실 SF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냥 막 보다보니 요새 SF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다 괜찮게 재미있었다. 배경은 SF지만 내용은 전혀 SF스럽지 않은 영화라 더 좋은 것 같다.
2. 120년을 날아가야 할 우주선에서 동면하고 있던 짐(크리스 프랫)이 30년 지나서 선체 이상으로 깨어나서 우주선 안에서 혼자 90년을 살아가야 하는 내용. 처음 몇 개월은 이렇게 저렇게 잘 살았지만 그 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잠자고 있던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깨우게 된다. 잘 자고 있던 오로라는 순전히 짐 때문에 인생을 망치게(?) 된 것. 그렇게 둘이 깨어나서 우주선에서 90년을 살아야 한다.
3. 나라면 누군가를 깨웠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깨우면 그 사람은 평생 다시 잠들지 못한다.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나랑 우주선에서 살아야 한다. 90년이니까. 짐은 오로라를 깨울지 말지를 몇 달을 고민한다. 그 상황에서 사람들을 깨운다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잠든 상태로 도착하면 그 나이 그대로 깨어나서 새 삶을 살 수 있는데 깨우면 우주선에서 그냥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나라면 깨웠을 것 같다.
4. 그렇다면 몇 명을 깨웠을까? 영화에 짐은 오직 오로라 한 명만을 깨운다. 오로라가 자신의 이상형이기 때문이다. 나는 몇 명이나 깨웠을까?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최소한 어느 정도 말 동무는 있어야 좀 살 맛이 나지 않을까. 일단 한 명 깨우고. 그래도 좀 북적북적 거려야 좋지 않을까? 하면서 한 명 두 명 깨우다 보면 금방 열댓 명은 깨웠을 것 같다. 인생은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못할 말이 가슴 속에 있다면 그 사람은 속병이 나고 말 것이다. 인간관계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로선 너무 힘든 순간일 것 같다.
5. 나머지 5200여 명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할 것 같은데 영화에서처럼 내가 안하면 다 죽고, 하면 나만 죽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본다. 내가 안하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면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본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꼭 지킬 각오가 되어 있다. 제발 안 왔으면 좋겠지만.
'취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간다(2001) (0) | 2017.02.27 |
---|---|
가장 따듯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ur, 2013) (0) | 2017.02.27 |
폰부스(Phone Booth, 2002) (0) | 2017.02.27 |
냉정과 열정사이(冷静と情熱のあいだ, 2001) (0) | 2017.02.27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0) | 2017.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