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7. 16:04 취미/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92년에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95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과 감독, 그리고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나이가 65세 정도 되었고 메릴 스트립이 46세 정도 되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를 보면 아버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많이 닮아서. 연기는 잘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메릴 스트립이다. 메릴 스트립의 섬세한 연기, 특히나 영화 후반부에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차 손잡이를 잡고 고민하는 장면에선 정말 전율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는 배우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의미가 많이 없을 것 같다.
1. 맞다. 불륜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도 보수적인 미국 내에서 많이 비판받았고 심지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중 하나(그 동네에 그렇게 생긴 다리가 여러 개 있어서)도 미친놈이 불태워버렸고 또 메릴 스트립이 살았던 그 집도 불태워졌다. 하여간 세상에 미친놈들이 참 많다. 불륜이 물론 사회적으로 좋게 여겨지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랑이 아닌 것은 또 아니다.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흘러가는 걸 어떻게 하나...
2. 영화는 액자구조로 만들어져있다.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고향을 방문한 아들과 딸은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어머니가 화장을 해서 다리에서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과 일기장을 보고 어머니의 의중을 깨닫는다는 내용.
3. 배경은 1965년. 사진 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이오와의 시골에 유명한 다리를 사진 찍으러 온다. 그러다 우연히 프란체스카의 집에 들러 다리의 위치를 물어보게 된다. 마침 남편과 두 아이가 자리를 비운 프란체스카는 그에게 다리의 위치를 알려주게 되고 그러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4. 당시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일이 뭔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요새도 그렇고. 무엇을 앵글에 담는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일이다. 뭔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또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평범하게 시골에서 주부로 지내고 있던 프란체스카의 일상에 로버트는 갑자기 찾아온 fancy한 나비와 같았다. 거기다 로버트는 쓸데없이 끼를 부린다. 꽃을 꺾어서 프란체스카에게 준 것. 암튼 이런 호의가 꼭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일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 프란체스카를 집에 데려다 줬는데 이젠 프란체스카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만다.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했던 것처럼. “아이스티 한잔 하실래요?”
5. 프란체스카는 그렇게 로버트를 집으로 들이고 아이스티를 마신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고 2층에 올라가서 귀걸이를 하고 내려온다. 사실 여기서 모든 것은 결정됐다고 본다. 아이스티까지는 호의였을지 몰라도 저녁...게다가 그 상황에 귀걸이는 특정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여기서 벌써 넘어 간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한 로버트는 이야기꾼이다. 평범한 주부에게 그런 경험담은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다. 아주 평범한 자신과는 달리 특별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 프란체스카. 역시 불량식품이 더 달콤한 법이다. 로버트는 확실히 여자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여자를 끊임없이 칭찬하며 요리든 무엇이든 도우려고 한다. 게다가 프란체스카의 꿈을 묻는다. 꿈이 있었어도 이미 포기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꿈을 물어봐주고 용기를 준다. 프란체스카를 아내 혹은 엄마로 봐 주던 일상에서 벗어나 그녀를 다시 한 번 여자로 봐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여자는 계속 여자로 남고 싶지 누군가의 아내 혹은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엄마로 남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먹어도 여자니까.
6.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사실상 밝히기 어렵다. 불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골인 아이오와에서 그들의 관계가 밝혀지면 바로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집에서, 혹은 아주 멀리서 데이트를 하며 사람들의 눈을 피한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숨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슬픈 사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하지만 정말 여러 번 고민하던 프란체스카는 결국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 사랑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이 일궈왔던 많은 것을 포기하기 힘든 것이다. 갖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포기하기 힘들다. 프란체스카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면 처음에는 행복하겠지만 그 후 닥쳐올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는 현명하고도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게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의 가슴 속에 커다란 불씨를 남겨놓게 되고 그 불씨는 평생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까맣게 태운다.
7. 가족들이 돌아오고 비오는 날의 평범한 일상에 남편과 장을 봐오는 프란체스카는 비 오는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로버트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아마 1분의 시간, 아니 10초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고 달려갔을지 모른다. 그 때 프란체스카의 감정을 메릴 스트립이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오고 몇 십년이 흘러 남편을 하늘로 보낸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찾지만 그를 찾을 순 없었다.
8.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소포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바로 로버트의 유언과 유품. 그는 끝까지 그녀를 사랑한 것이다. 물론 그녀도 그를 만난 후 단 하루도 그의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불륜이 비난받지만 그래도 자꾸 이렇게 아름다운 소재로 작품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러한 금기를 깨면서까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금기를 깨는 사랑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까지 사랑을 하는 것은 정말 절실하게 서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진정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애절하고 좀 더 진실되곤 하다. 혹자는 결혼보다 더 진실한 사랑을 불륜이라고도 하더라.
9.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유언장에 화장을 해서 다리에서 뿌려달라고 한다. 그것은 로버트의 유언과 같았다. 그녀는 삶을 가족과 함께 했으니 죽은 이후부터는 로버트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남편이 묻힌 묘지가 아닌 다리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아들과 딸은 처음에 완강히 거부했던 어머니의 유언을 들어주게 된다.
10. 이 영화는 워낙 명대사가 많아서..
“내 인생을 내 가족에게 바쳤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사람에게 주고 싶구나”
-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하루도 그의 생각을 안하고 살아간 적이 없었다. 우리가 둘이 아니라는 그의 말은 맞는 말이었어.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우린 하나였던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난 농장에 남을 수 없었을 거야”
- 어머니의 편지 中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In a universe of ambiguity, this kind of certainty comes only once, and never again, no matter how many lifetimes you live.”
- 프란체스카와의 마지막 밤, 로버트의 고백.
정말 단 한번 오는 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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