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했었다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고.
어쩌면 우리에게 이 젊은 시절이 벅차거나,
혹은 아련한 추억이 될 수도 있었을 것들이
어떤 시점부터 너에겐 고스란히 상처로 새겨졌고,
또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에 대해,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간의 시간이 조금은 허망하고,
또 따지고 보면 당연한 그 어색함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또 눈물겹기도 하여,
스스로를 자조하고 한줌의 허탈한 웃음으로 넘겼다.
오늘 힘든 그 짧은 순간,
나에게는 영원이었다,
내 가슴에 수천,수만의 폭풍이 몰아쳤음을
넌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360가지의 감정들이 넘쳐흘렀다.
수습도 못할 거면서..
비틀거리는 내 모습에 나 자신 어이없어 웃었다.
나의 마음이,
나를 믿지 못하는 너의 마음과 나를 믿을 수 없었던 너의 마음이,
시간의 속도를 이겨낼수록,
그리하여 내가 참 벅찬 마음을 키울수록,
너는 네 안에서 그 크기만큼 자라나는 두려움,
헛헛함과 싸웠을 것이다.
시간의 속도를 이겨낼수록,
나에겐 생의 추동력이 되고,
또 비할 바 없이 크고 깊은 위안이,
그것이 아니라 해도 적어도 좋은 추억이라도 되지만,
그 믿음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나에게는 과거까지 소급하여 상처가 된다.
우리 또 만날 수 있지? 라는 너의 물음에,
나는 죽어도 너를 만나겠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은,
네가 던진 그 질문의 무게와 깊이를 잘 알아서이다.
쉽게 새끼손가락을 내어줄 수 있는 약속이란 얼마나 가벼운 것이냐.
너의 그 질문에 담긴 마음이 너무 크고 소중하고 깊어서이다.
그래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매번 이렇게 반복되는 나의 걱정들과 욕망들을 볼 때마다,
나는 결코 내뱉어질 수 없는 두려움에 떤다.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너의 말에서 막연한...
다시 잡을 길도 없는 나의 무력감과
빈 마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너의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