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대리운전을 할 시기였다. 사업이 망하고 몸도 안좋아 집에 있기 뭐해 사업말미에 할 수밖에 없었던 대리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사실 운전을 좋아하는 내게 대리운전이라는 건 천직이었다. 평소 엄두도 못내던 차를 몰 수도 있었고 거기다 신나게 달릴 수도 있었다. 난 운전을 잘 한단 소리를 자주 듣는데 다 그때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운전을 하다보면 가끔 차주한테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느니, 젊은놈이 왜 이딴 걸 하냐느니.하면서 뒤통수 때리는 아저씨도 있고, 가끔은 나보다도 어려보이는 애들도 때릴 때 있다. 그럴때 생글생글 웃으면서 멋쩍게 뒤통수를 만져주면 힘내라는 듯 만원을 나중에 주고 가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다.

여러 차를 몰아봤는데 가끔 차를 몰때 변하는 나를 보곤 했다. 예를 들어 고급차를 몰 때 나는 작은 차를 무시하곤 했다. 작은 차가 껴들거나 경적을 울리면 쪼끄만게 왜 저래?란 식으로 쳐다보았고 괜히 우쭐 거리고 그랬다. 난 그냥 대리기사일 뿐 인데도 뭐라도 된 거 마냥 뻐겼다. 사실 고급차를 가졌다고 해도 뭐가 된 건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콜이 들어올때 작은 차를 몰게되면 이상하게 그 차 주인이 미웠다. 얘는 왜 이런 똥차를 모는거야 진짜. 이런 생각도 하고. 웃긴게 좋은 차는 내가 잘 나가는 느낌이고 똥차면 내가 아닌 주인을 욕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그 후로 그런 점을 크게 깨닫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조금 더 인간을 성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숙이나 성장이 꼭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뉘앙스 상 긍정적인 느낌이 나서 좋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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