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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四月物語, 1998)

Creative JD 2017. 3. 6. 01:34



[4월 이야기] (四月物語, April Story, 1998)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조용한 멜로 영화의 대가. 좋은 감독이지만 최근에 괜찮은 작품이 안나와 약간 아쉬운 감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의 특징을 꼽자면 여주가 좀 귀여운 편이다. 우리나라보다 언어에 높낮이가 좀 현란해서 그런 것도 있고 톤이 반음 정도 높다보니 좀 발랄해보이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다. 또한 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말투나 과장된 행동이 극을 좀 가볍게 보이게 할 만큼 개성 있어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4월 이야기>는 짧은 영화로 굉장히 유명하다. 런닝 타임이 67분인데 실제 영화 내용은 딱 60분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잠깐 영화가 보고 싶을 때 가끔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동생이 이 영화를 김포극장에서 보고 왔는데 나보고 이런 말을 한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형 4월 이야기 보지마. 진짜 짧아. 영화 이제 시작했다 하더만 끝났어. 근데 영화비는 똑같은 거야?”

진짜 짧긴 짧다. 한 시간 짜리 영화라니. 게다가 중간에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는 사무라이 영화(이와이 슌지가 직접 연출)까지 들어있어 더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영화 중간 중간에 여운을 주는 요소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러브레터보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난 아직 러브레터가 훨씬 좋은 것 같다.

4월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벚꽃이 무지하게 떨어진다. 눈오는 것 보다 많이 떨어지는 벚꽃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주인공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홋카이도에서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으로 온 대학교 신입생이다. 엄청 이쁘게 나온다. 특히나 비가 왔을 때 빨간 우산을 쓴 영화 포스터의 모습은 정말 싱그럽게 예쁘다.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터에 낚여 영화를 보았지. 무작정 짝사랑을 동경하여 무사시노 대학에 진학했고 아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학기 초를 보낸다. 그녀는 아주 평범한 학기 초를 보낸다. 주변 친구들에 이끌려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고(친구한테 진짜 낚임) 혼자 공원에서 책을 보면서 지낸다. 자기 앞집의 여자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영화가 뭔가 제대로 마무리 되는 것 없이 심심하게 그려진다. 우즈키의 낚시 동아리는 어떻게 되는지, 낚시 동아리로 꼬신 그 친구와는 어떻게 되는지, 앞집 여자와는 진짜 친해지는 지, 영화는 왜 보았는지, 영화관에서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짝사랑하던 선배와는 잘 되는지.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영화가 허무하게 끝난다. 

처음에 봤을 땐 이게 너무 황당하고 이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런 것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주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나도 대학 초에 사람들이랑 엄청 어색하게 지냈으며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했었다.(순전히 내 실수지만). 무언가를 딱 결정해주는 것이 과거에는 되게 좋았는데 이것을 공백으로 남겨두니 영화가 끝난 후 여운이 되게 강하게 남았다. 그와는 어떻게 됐을까? 낚시 동아리는 탈퇴했을까? 앞집 여자와는 어떻게 될까? 등 이것 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줬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정답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가끔은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한 것 같다. 완전 허무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바로 이 <4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를 거라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 짝사랑하는 선배와 조우한 후 우즈키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