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Notebook, 2004)
[노트북]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영화 단 1개를 고르라면 난 아무 망설임 없이 <노트북>을 고를 것이다. 두 번째는 <라라랜드>. 공교롭게도 두 작품 다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날 울린 영화가 여명 주연의 <불초자 열혈남아>인데 가장 많이 울린 영화라고 한다면 바로 이 <노트북>이다. 볼 때마다 눈물이 줄줄 나오는 영화인데 오늘은 꼭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울어버렸다.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는 실화가 가진 힘이 있다. 그렇기에 진부한 사랑얘기라고 해도 더 풍부한 감동을 준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감동은 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처음 이 영화제목을 보았을 때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제목을 텍스트로 읽었을 때 <노트북>에서 난 해커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보고나서 제목을 왜 이따구로 지어서라는 원망이 컸다. 차라리 국내에는 <다이어리>라든지 이런 이름으로 나왔다면 더 흥행했을 텐데. 하지만 명작은 역시 재개봉 하는 법. 작년 10월에 재개봉해서 작년 재개봉작 관객 1위를 차지했다. 그 만큼 이 영화가 매니아 층이 많다는 것이다.
1. 시골마을에 사는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도시에서 시골로 잠깐 머물러 온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에 놀이동산에서 한 눈에 반한다. 하지만 앨리는 데이트 상대가 있던 상태.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노아는 앨리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아낸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 호감이 있으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는 인간에게 엄청난 행복을 준다. 이 도파민은 사람이 흥분을 할 때 발생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때도 발생된다. 그렇기에 첫 데이트는 심장이 뛸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곳이나 놀이동산 이런 곳에서 흥분되게 놀아야 성공한다고 연애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봤다. 그렇게 하면 흥분돼서 나오는 도파민을 오해해서 상대방 때문에 나오는 줄 몸이 착각하기 때문에 데이트가 성공한다고 한다. 놀이동산에서 서로를 만난 노아와 앨리는 진짜 자기들이 좋아하는 지 착각을 했을 수 있다. 이런 전략을 써야하는데 한 번도 그러질 못한 것 같다. 그렇게 며칠 밀당을 하다 친구들의 푸쉬로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한다.
2. 사실 노아와 앨리는 당시 시대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업타운 걸 앨리는 시골에서 목공일을 하고 있는 노아와 잘 되기가 힘들었다. 사실 앨리에게 노아는 불량식품이었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아. 변변찮은 직업에 시골에 사는 노아는 앨리에게 조건만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사람을 불량식품에 끌리는 법. 둘은 진짜 미친 연애를 한다. 찻길에 누워있기, 강에 빠지는 것, 배타기, 운전도 알려주면서 앨리는 노아에게 빠져든다. 노아는 꿈이 있는 청년이었다. 언젠가 동네에서 폐가처럼 있는 노저택을 구입하여 그곳에서 앨리와 알콩달콩 살 계획을 꾸민다. 앨리도 그 방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앨리는 이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아와 계속 만나기를 원하지만 노아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와 멀어지기를 결심한다. 그리고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렇게 앨리는 노아를 떠나게 된다.
3. 떠나고 나서 노아는 앨리에게 1년 동안 하루 한 장의 편지를 매일 쓴다. 하지만 앨리의 엄마가 그 편지를 모두 숨겨놓는다. 앨리는 몇 달을 울면서 잠을 이루지만 결국 극복해 내고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한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다. 한편 전쟁에서 돌아온 노아는 아버지의 유산과 전쟁 보상금을 모아 꿈에 그리던 그 저택을 구입하여 수리하게 된다.
4. 결혼을 앞둔 앨리는 우연히 뉴스를 통해 노아의 소식을 알게 되고 약혼자에게 잠깐 동안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한다. (이런 바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약혼자는 쿨하게 앨리를 믿고 보내준다.(ㅠ.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노아를 만난 앨리. 하지만 7년 만에 본, 그것도 자신과의 약속을 모두 지켜내고 성장한 노아를 보고 다시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게 되고 결국 그와 함께 지내기를 결심한다. 결국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상당히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5. 이 영화는 액자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초반에 노인 둘이 등장한다. 치매 걸린 할머니에게 글을 읽어주는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이 둘이 바로 노아와 앨리이다. 결혼해서 행복해서 살다가 앨리가 치매에 걸려버린 것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도 건강이 안 좋으면서 매일 같이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글을 읽어주는 것이다. 심지어 그 글을 쓴 사람은 할머니 앨리이다. 그만큼 둘은 그 사랑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6.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⓵앨리를 보내줬을 것인가? ⓶앨리를 기다렸을 것인가? ⓷치매가 걸린 앨리를 매일같이 보살폈을 것인가? 일단 ⓵, ⓶는 definitely yes인데 문제는 ⓷번이다. 가장 눈물이 많이 났을 때는 둘이 연애하는 과정이 아니라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때이다. 나를 기억 못하는 아내, 그리고 자식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만큼 사랑한다면 난 ⓷번에서 보살피다 결국은 둘 다 세상을 마감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 같다. 그만큼 너무 마음이 아팠다.
7. 작년 영화가 재개봉되었을 때 혼자 몰래 극장에 가서 봤었다. 펑펑 울까봐. 예상대로 정말 너무나 펑펑 울어 창피했는데 영화 끝나고 나니 관객들 대부분 울고 있어서 그리 창피하진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정말 처절하게 울었다.
8. 좋은 영화에는 좋은 대사가 많은 법. 좋은 대사 퍼레이드
“유머 있는 남자가 좋아? 우수에 젖은 남자?
스마트한 남자? 미신적인 남자? 용감한 남자?
아님 춤 잘 추는 남자? 뭐든 말만 해. 말만 하면 다 돼 줄게.”
“실없긴!”
“그렇게도 될 수 있어!”
-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노아
9. “정말 대저택인 걸?”
“대저택은 무슨, 폐가지. 언젠가 내가 사서 수리할 거야.
바닥만 새로 깔면 돼. 벽하고 지붕도 해야지”
“그럼 끝이야?”
“배관이랑 전기 공사에...”
“가구도”
“맞아”
“강이 옆에 있어. 저쪽 헛간은 작업실로 바꿀 거야”
“그럼 난? 난 안 끼워 줄 테야?”
“여기서 살고 싶니?”
“그럼!”
“넌 뭐가 좋아?”
“하얀 색 외벽에 덧문은 파란 색...강이 내려다보이는 화실을 갖고 싶어”
“또 있어?”
“응 베란다가 집 전체를 둘렀으면 좋겠어 거기서 차를 마시거나 해지는 걸 보는 거야”
“알았어”
“약속할 거야?”
“약속해”
- 앨리의 요구를 모두 기억해서 약속을 지킨 노아.
10.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데.. 또 하자”
- 노아와 만난 앨리
11. “한 가지만 해 줄래?”
“응?”
“네 인생을 상상해 봐. 30년, 40년 후...누구와 함께야? 그게 론이라면 가! 가! 널 한 번 잃어 봤으니 난 다시 할 수 있어! 네 맘이 정 그렇다면! 단, 쉽게는 결정 마!”
“쉬운 게 뭔데? 쉬운 길은 없어 누구든 상처 주게 되니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어!”
“나나, 론, 네 부모님이 원하는 건 접어둬!”
- 론에게로 돌아가려는 앨리를 설득하는 노아
12.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이 소망하게 하고
가슴엔 열정을, 마음엔 평화를 주지.
난 네게서 그걸 얻었고,
너에게 영원히 주고 싶었어”
- 앨리에게 노아가 쓴 편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