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음악

악동 뮤지션(사춘기 下, 오랜날 오랜밤, 2017)

Creative JD 2017. 2. 27. 16:47

이미지: 사람 1명, 텍스트


악동 뮤지션은 참 짜증나는 놈들이다.

악동 뮤지션의 이번 앨범 중 "오랜 날 오랜 밤"이란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도입부엔 잔잔하게 캐논 변주곡이 들어간다.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원랜 파헬벨이지만 다들 조지 윈스턴으로 알고 있으니..)말이다. 영화 "Nothing to lose" 에서 범죄자가 라디오에서 캐논 변주곡이 나오니 라디오를 꺼버린다. 이유는

"이 노래를 들으면..슬퍼진단 말야"

캐논 변주곡은 사람을 우울하게 몰아가는 힘이 있다. 파헬벨부터 이후의 캐논들도 몇몇 버전도 그런 게 있긴 했지만 조지 윈스턴 이후로는 거의 변함없는 멜로디로 여기 저기 삽입되어 사람의 감성을 흔들어 놓는다.

악동 뮤지션은 "오랜 날 오랜 밤"은 도입부와 간주에 캐논이 들어가 첨부터 마음을 가라 앉힌다. 그냥 노래만 들어도 충분한 사람에게 "잠깐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 노래를 들어줘" 라는 메시지처럼. 그렇게 마음을 차분하게, 감성적이게 만들고 나서 찬혁, 수현의 목소리가 귀로 들어와 심장을 때린다. 아주 아프게.

반칙이라고 할까.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첫이야기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번째 이야기로 마음을 때리고..

더 놀라운 건 앨범 전체를 들으면 느낄 수 있다. 이 전 노래가 더블 타이틀 곡인 "리얼리티"다. 신나는 노래이다. 그러니까 이 노래를 듣고 바로 "오랜 날 오랜 밤"을 들으면 아직 감성이 어두워지지 않을테니 캐논으로 먼저 마음을 가라앉힌거다. 마치 정찬 이전에 나오는 에피타이저처럼.. 한마디로 약았다.

두번째. 이찬혁 나이가 96년생 스물두살이다. 그런 놈으 쉐끼가 걸핏하면 어른을 젖게 만드는 가사를 쓴다. 이수현은 좀 나은가. 걘 99년생 19살이다. 그런 주제에 감정을 제대로 담은 소리를 낸다. 마치 예순이 넘은 뚱뚱한 흑인 여가수가 재즈클럽에 나와서 노래를 하듯, 그 감성, 그 느낌, 그 감정을 나도 느껴봤다는 듯 까불고 있다. 그런 어린놈들에게 놀아나고 있다 내가. 1집 "얼음들"에서 부터 알아봤다. 이 놈들이 날 얼마나 가지고 노는지..

이찬혁은 가사나 라임에 비해 랩이 좀 약하다. 그런데 욕심이 있다. 이찬혁이 Dok2처럼 되는 것은 원하진 않지만 Swag이 부족한 건 사실인데 쪼금만 더 성장해서 보는 맛도 있었으면 좋겠고 이수현은 더 이상 바랄게 없다. 계속 날 짜증나게 해줬으면 좋겠다.

암튼 얘넨 짜증나는 놈들이다.

사랑한다 악동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