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봄날은 간다(2001)

Creative JD 2017. 2. 27. 16:21

이미지: 사람 2명, 실외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작품. 그 뒤의 작품인 <외출>이 터지진 않았지만 <행복>, <호우시절> 등의 좋은 멜로영화를 많이 만들어 낸 감독. 개인적으로 허진호의 미장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절정이 바로 이 <봄날은 간다>라고 생각한다. 한적한 강릉을 배경을 한 이 영화는 배우가 아닌 것 같은 강릉 노인분들이 소리를 담기 위해 출연하는데 그것이 영화와 매우 잘 어우러져 소소한 감동을 준다. 유지태의 할머니가 치맛속에서 꺼내주는 100원, 박하사탕. 이영애의 전화를 기다리는 유지태가 벨소리를 여러번 바꾸는 모습 등은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어제 <500일의 썸머>를 오랜만에 보고 썸머의 재발견을 했다. 그래서 썸머에 버금가는 국내 대표 ㅆㄴ 이영애를 재발견하기 위해 이 영화를 봤다. 결론은 이영애는 그냥 ㅆㄴ이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ㅆㄴ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도 전체적으로 남자의 입장에서 보여지다보니 더 ㅆㄴ으로 그려진 것 같긴 하다.

1. 소리를 담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와 지방 방송국 PD인 은수는 일로 만나게 된다. 며칠 동안 같이 일하게 되며 성실하고 묵묵히 일을 하는 (잘생기고 키가 188인)상우에게 반하게 된 은수. 한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은수에게 반하게 된 상우. 둘은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500일의 썸머>의 썸머처럼 이 영화에서도 여자인 은수가 먼저 상우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그 유명한 대사 

“라면.. 먹을래요?”

라면이나 먹을 것이지...

2.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상우와 은수. 둘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사랑은 나눈다. 술먹고 취한 상우가 택시기사인 친구를 불러 새벽에 강릉에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런 친구가 참 진국인 친구다. 하지만 헤어지고 난 후 친구가 상우를 위로해 준답시고 하는 말.

“상우야 그 여자 잊어. 그 여자 할머니 됐다고 생각해봐. 머리도 하얗고 주름살도 많고 그러지 않냐. 그런 생각하면 좀 도움되지 않냐?”

개인적으로 이 대사는 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할머니가 되도 예쁠 것 같은데 말이다. 너무 이상적인가...?

3. 은수는 이혼을 했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해 두려움이 있을 만 하다. 사랑하지만 또 한 번의 결혼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애인있으면 데려와보라는 아버지의 말을 전하는 상우에게 “상우씨, 나 김치 못 담가”라는 말로 에둘러 거절하는 은수. 은수는 썸머와 마찬가지로 둘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는다. 회사에도 알리지 못하고....회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말에 서운해 하는 상우를 달래는 은수. 하지만 은수는 상우 이후에 만나는 남자는 당당히 방송국에서부터 데이트를 하고 그 남자의 친구들과 더블 데이트를 하는 등 어느 정도 관계를 드러내는 행동을 한다. 상우가 은수의 차를 긁은 것도 차가 싸구려 마티즈여서 수리비가 싸게 먹힐 것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신은 철저히 타인에게 숨기고 다른 남성은 타인에게 소개하는 데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감정은 남자에게 엄청난 상처로 다가올테니까.

4. 은수의 감정은 영화 내내 갈팡질팡한다. 다른 남자를 만나 상우와 그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상우에게 짜증을 낸다. 계속 받아주다 폭발한 상우의 짐을 싸놓고 집에서 나가라는 은수. 그렇게 둘은 헤어지지만 며칠 뒤 은수는 상우를 찾아온다.(개인적으로 이 씬에서 이영애가 무진장 예쁘다) 그렇게 은수와 상우는 다시 만나서 밤을 보내지만 그 날 밤 은수는 상우에게 한 달 간 시간을 갖자고 한다. 어느 날, 상우는 몰래 은수를 찾아가고 은수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상대는 함께 일하던 남자.(하여간에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이렇게 된다. 은수는 남자에게 장난을 치며 끼를 부린다. 보통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남자와 은수가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이를 지켜보던 상우는 몰래 숨게 된다(ㅠㅠ). 그 날 밤 술을 먹고 은수의 집에 찾아온 상우를 재워준 은수. 다음 날 은수는 상우에게 이별을 고한다. 여기서 나오는 명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은수는 상우를 찾아간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나게 되어있는 것이다. 상우에게 다시 만날 것을 제의하지만 그는 끝내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듯 갈팡질팡하는 은수를 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수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는 할 수 있다. 사실상 반백수로 생활하면서 치매든 할머니, 홀아버지와 고모와 함께 사는 상우, 그리고 뭔가 있어 보이는 썬글라스에 그랜저, 골프장 데이트를 즐기는 다른 남자.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후자를 고르는 것에 대해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한 번의 상처가 있는 은수는 더 그렇다. 

5. 상우의 할머니가 상우에게 건네는 대사 

“힘들지?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도 아직 별로 와닿지 않는다.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뭐 이미지 관리할 필요있나 싶다. 그 상대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어떻게든 노력은 해봐야지. 노력은 안하고 체념한다고 상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건 뭐건 최소한 노력은 해보고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잡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그 노력을 했으면 잡았을 수도 있다. 그 노력을 안 해서 못 잡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르면 미친놈이고..)
버스도 진짜 열심히 뛰어가면 다음 정류장에서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시내버스 기준, 고속버스 ㄴㄴ)

6.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치매든 할머니, 젊어서 아내를 잃은 아버지, 그리고 고모. 제대로 된 사랑을 모르고 순수하지만 저돌적인, 그리고 은수 밖에 모르는 상우. 한 번의 상처가 있는, 상우보다 인생을 더 살고 현실적인 안정적인 방송국 PD 은수. 둘은 처음부터 힘든 사랑을 했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이겨나가서 1년 간 만났고 헤어졌다. 그냥 그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은수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흔한 이별인 것이다. 

세상에 우아한 이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