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체코, 프라하

Creative JD 2012. 6. 22. 19:56

비오는 날의 프라하는 정말 매력적이다.

안개가 자욱할 때의 도시 전경은 마치 구름위에 있는 도시라고나 할까.



구름위에 불쑥 불쑥 솟은 붉은 지붕은 언제봐도 프라하에 온걸 후회하지 않게 해줄 만큼 매혹적이다.

여기 도착한지 2주째이다. 3일 계획으로 와서 프랑코씨네 머문 이후 떠나지 않고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때마침 한국에서 친구 하나도 드레스덴으로 학술회를 온다고 해서 겸사겸사 머물게 되었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고 국경을 넘어야 하지만 오랜만에 기차도 타는 거고 게다가 한국에서의 친구도 2년정도만에 보는거라 상당히 설렌다. 그리 친한 녀석은 아니었어도 타국에서 보는 그 느낌은 한국에서와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제레미와 함께 보슬비를 맞으며 시내로 향했다. 랄프는 오늘은 안나가고 방 안에서 책을 읽겠다고 했다. 하긴 어제 늦게 와서 피곤할 만도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랄프 방은 2층인데 지붕이 낮고 창문이 밖으로 열리는 구조라 이런 보슬비에 창가에 앉아 책을 읽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저번주 금요일에 랄프방에서 드레스덴에서 사온 잡지 하나를 본 적이 있는데 창가에 놔둔 커피가 식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잡지에 빠졌었다. 그만큼 그 장소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구조인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내 다락방을 그렇게 꾸미고 싶다. 낮은 지붕에 테이블로 쓸수 있는 창가. 경치 좋은 곳의 2층집. 모든 것이 꿈만 같은데 프라하에서는 그런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제레미는 밖에만 나왔다 하면 카메라를 가져간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방수천을 둘둘 감고 그걸 굳이 가져가겠단다. 필요없을 거라고 말렸지만 뭐 프라하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해서 나중에 정말 예쁠때 못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가져가는데 동의 했다. 하지만 나에게 삼각대를 들게 하는건 무슨 의미인 것인가..이것때문에 싫다. 체코까지 와서 삼각대 셔틀을 시키다니. 이녀석..


일단 비가 와서 반바지에 반팔. 그 위에 우비를 입었다. 장화를 신으면 좋겠지만 팔자 좋은 얘기다. 여기 사람들은 부츠 같은 걸 많이 신고 하는데 베를린에서 산 장화(거금 78유로ㅠㅠ)를 역에서 놓고 오는 바람에 그냥 슬리퍼를 신었다. 사실 비가 폭우처럼 내리면 그냥 젖을 생각으로 막 다니면 좋은데 이런 날씨는 슬며시 젖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근데 막상 나와보니..음..생각했던 것 보단 확실히 비가 더 오는 것 같다.


구름 낀 오전에 바쁘게 걸어다니는 프라하 사람들 사이로 어떤 가게에 길게 줄이 서 있는 걸 보았다. 사실 그 쪽을 지날때 마다 저 집앞에는 줄이 서 있는데 뭘 파는 지 궁금하기도 했다. 맛집이 많다는 프라하고 물가도 아주 좋지만 아직 맛있는 걸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한 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쁘기만 한 프라하에, 여유롭기만 한 프라하에 저렇게 줄 서서 뭘 기다린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가서 보니 별 것 없었다. 그냥 핫도그. 콜라랑 같이 주는데 70코루나 였다. 뭐 그정도면 핫도그+콜라가 4000원이면 그리 싼 가격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였으나 어차피 아침 때 늦게 일어나서 먹지 못했기 때문에 브런치 개념으로 먹고 점심을 제끼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세트 하나만 샀다. 제레미가 카메라만 챙기고 돈을 안챙겨서 (이새끼가..ㅠ) 제레미것도 사줬다. 나중에 족발로 받아야지 ㅋㅋ 프라하 족발은 정말 맛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해가 들었다. 날씨 참 요상하다. 런던 이후로 이런 그지같은 날씨는 오래간만인다. 근데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고 해야하나? 우중충한 색의 옷이 대부분이었던 프라하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우산을 접고 겉옷을 벗으니 화사하게 바뀌었다. 바쁘게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 동양에서 온 내가 신기한 건지 계속 쳐다 보았다.

 "뭐야 이건.."


제레미도 날 쳐다 보면서 한마디 했다.

"제이디. 너 입 주변에 소스.."

어제 저녁에 늦게 들어가서 배가 고팠던 탓일까. 큰 소시지를 제대로씹지도 않고 넘겼더면 소스가 입에 잔뜩.. 일단 핫도그 껍데기로 대충 닦았는데 더 번졌다. 결국 손으로 쓰윽 닦고 바지로 ㄱㄱ. 다행히 청반바지라 그리 티는 안났지만 제레미가 보고 웃는다. 이자식이 사진도 찍었다. 이 놈 정말..

원래 프라하 대 성당으로 가려고 했으나 그리 땡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관광지는 가 봤자 다 똑같다. 사진 스팟은 정해져 있고 그냥 제대로 도시를 즐기려면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낮이고, 프라하고 하니 치안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치한 보다 지도가 오래된 거라 길이 좀 바뀌고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길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