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침내 남미의 끝 리우 데 자네이루. 여기선 길고 간 이름대신 짧게 "리우"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생각이 났다. 아니 바다가 있는 걸로 봐서는 서울보다 부산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암튼 정말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도시다.
새벽 4시에 도착해서 몸이 지칠대로 지쳤다. 리우에서는 숙소를 잡은 것이 아니라 친구 집에서 묵기로 해서 일단 그녀석을 찾는게 제일 급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녀석한테 지금 4시밖에 안됐는데 전화하는 것도 그렇고(이녀석은 전화하라고 했지만) 해서 일단 항구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리우브랑크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지도가 아예 없어서 하나 사기로 했다. 근데 아직 문연 책방도 없고 해서 일단은 표지판 대로 걷기로 했다. 짐이 무거워 터미널에 맡길까 하다가 좀 있으면 친구집에 갈껀데 돈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메고 다니기로 했다. 우루과이에서 넘어올때 빨래를 널어놨는데 비가와서 젖은 빨래를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넣어놨는데 걱정이 많이 됐다. 쉰냄새도 나는것 같고. 이거 오늘 다시 빨아서 말려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걷는 내내 들었다.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금방 항구에 도착했다. 말이 금방이지 한시간은 걸은 것 같다. 그나마 해가 빨리 떠서, 또 새벽이라 그리 덥지 않아서 그렇지 한낮에 걸었으면 정말 무더울 날씨다. 오늘 날씨는 41도까지 올라간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썬크림도 하나 또 사야겠다. 이제는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항구에 도착하니까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이야~"라고 하자 브라질리안이 날 보고 "이게 바로 리오야~!"라는 뜻의 미소를 보냈다. 이녀석은 5시밖에 안됐는데 여긴 왜 온건지? 암튼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치 부산처럼 그냥 항구가 아니라 도시와 자연이 아주 적절하게 조화된 항구라고 할까? 바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발전을 거듭한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무튼 바다를 보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도시의 롤모델로 삼아도 될 만큼 아름다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침임에도 브라질리안들은 분주하다. 관광도시이기 때문에(사실 관광도시 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항구 주변)은 모두 관광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나오기 전에 미리 나와서 장사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니 6시 반정도에 여는 조그만 가게에서 리우 지도를 하나 샀다. 싼 값은 아니었지만 관광지니까..에이..우루과이 터미널에서 살껄.하는 후회가 들었다.
상당히 큰 도시였다.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으니 당연히 그럴만도 하고 북반구의 겨울인 지금이 리우를 찾는 관광객이 제일 많을 시기라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았다. 원래 브라질 자체에도 백인, 흑인, 황인에 히스패닉이 많아서 차별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바람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뿐이지만 여기는 관광객이 많아서 영어를 많이 알아듣는다.
8시쯤에 마테우스한테 전화를 했다. 이 놈이 두번이나 전화를 안받더니 세번째에 받았다. 그것도 상당히 졸린 말투로.
"알로~"
"얌마 나 왔어!"
상당히 좋아하는 목소리이긴 한데 졸린 목소리도 섞여있어서 그런지 완전 반가워하지는 않은 듯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번 전화도 했었고 한국에서 이메일도 했던 터라 내가 올 줄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설마 진짜 왔나?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녀석을 만나는 것은 벌써 15년 전이다. 중학교때 미국에서 두달 같이 산 녀석인데 야한 것만 밝혀서인지 가슴팍에 털이 무지 많이 난 녀석이었는데. 축구는 무지 잘했지만 미국에서는 못해서 아쉽다고 말한 그녀석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어쨋든 그녀석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너 지금 어딨어?"
"여기 항구인데 어딘지 잘 몰라. 보타포고인가?"
"아 그렇구나 여기 벤피카인데 올 수 있어?"
"지하철 있지? 지하철 있으면 갈 수 있어"
"버스타는게 편할텐데.. 지하철타고 오면 내려서 또 버스타야하거든"
"아 그러냐? 지랄말고 지하철 역에 나와있어."
"-_-;; OK"
"롸져~"
그녀석은 쿨하게 온다고 했다. 역시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한테는 욕이 최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오 마테우스. 축구 선수인 마테우스와 성이 같아서 축구 잘하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녀석.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이름도 리오 란다. 미국에서는 나와 함께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그동안은 이메일로 1년에 한두번 연락하다 이번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15년 전에 같이 영화도 보러다니고 같이 학교도 다니고 했던 녀석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 지 상상이 안간다. 보나마나 얼굴과 가슴에 털이 잔뜩나서 괴물처럼 변했겠지.
일단 사진을 몇방 박았는데 잘 나올지 모르겠다. 태양이 막 뜨기 시작해서 사진이 어둡다.
이제 지하철을 타러 가야하는데 이게 좀 복잡하다. 일단은 지하철부터 타고 벤피카 쪽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