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칠레, 토코피야

Creative JD 2012. 6. 22. 19:42

어제 찢어진 신발 때문에 신발을 사러 아침부터 일찍 나갔다. 일어나기는 빨리 일어났는데 밥먹고 뭐하고 하다보니 정작 나간건 9시 쯤? 메리존의 신발을 잠깐 신는다고 했더만 지랄지랄을 해서 자존심때문에 그냥 맨발로 나왔다. 어차피 여기는 도로만 빼고 다 흙이라 맨발로 다녀도 뜨겁지는 않았다. 다만 조그만 돌 때문에 따갑고 그런 건 있었지만 나름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따가움이 심해져서 신문지로 발을 감싸서 임시신발 처럼 만들었다. 한 6장 정도를 사용해서 걸으니 발바닥도 안아프고 괜찮았다. 내 반바지도 약간 신문 모양처럼 생겨서 인지 상당히 잘 어울렸다. 패션은 참.


토코피야는 시내에 나가면 그래도 사람이 꽤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시내까지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조금 빨리 걸으면 금방 신문지가 찢어질 것 같아서 천천히 걷기로 했다. 어기적어기적 걷는데 저쪽에서 칠레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나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 그지 아니야~" 애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뭔지 신기하다는 듯 옆에 엄마를 쿡쿡 찌르며 내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신발을 가리켰다. 못된 놈들..

어렵사리 어제 탔던 버스를 타고 토코피야로 나섰다. 어제 지나갈 때 신발가게를 본 것 같은데 거기서 그냥 걷기 편한 마라톤화 같은 신발 하나를 사기로 했다. 어제 내렸던 라 스 따르도 정류장에서 내려 뒤로 걸어갔는데 빨래방 옆에 신발 파는 데가 있었다. 빙고~


신발가격..장난 아니다. 칠레의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신발도 모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차라리 볼리비아에서 찢어졌으면 돈도 아끼는 건데 이건 메이커도 아닌 것이 4만페소 이상이다.(한화 8만원 이상)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도 발이 편해야 여행도 편한 법. 밥 두번 안먹는다 셈치고 마라톤화 제일 싼거 하나를 샀다. 칠레에서 비싼 거 먹나봐라 이제. 쥑일 넘들. 아..어제 수레에 발 까지만 않았어도..


바닷가로 향했는데 이것도 태평양이다. 여기서 대각선으로 쭉 가면 한국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한국사람들이 많은 서부쪽에는 해변에서 술을 마시며 우는 동양인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 때문일 것이다. 이 바다 끝에 우리나라가 있는데..라는 생각에 그리움이 생기기 때문? 하지만 난 떠나온지 2년도 안됐기 때문에 그리움이란 전혀 없었다. 보고싶은 사람은 있어도 나라가 그립고 모 그러진 않았다. 글쎄..애국심이 없는 건가? 여기까지 와서도 항상 난 한국사람이고 약간의 한국기념품도 선물로 주면서 홍보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애국심이 없다고 말하는 건 좀 말이 안되고. 그렇다고 애국자는 아니고. 애매했다.

칠레에는 한국사람이 많다. 산티아고에는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다는데 여긴 지방에 있는 너무 작은 도시라 아직까지는 한국사람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 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없지 않아 있어서 각종 정보를 얻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산티아고보다 물가도 싸다고 하니 이게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고.(싸봤자 볼리비아보다는..)


칠레와인이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이따가 밤에 다시 나가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좋은 와인은 산티아고 쪽에 다 납품이 되고 질 안좋은 것만 있다는 사람도 있고. 진짜 질 좋은 와인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일단은 먹어봐야겠다.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명하다니까..그리고 무엇보다 싸니까..그러니까 한번 시음 정도의 개념으로 마셔줘야지 ㅋㅋ

와인의 맛과 빛깔은 만약 내가 와인을 마시고 취하지 않는다면 상세하게 내일 쓰겠다. 취하면 내일은 제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