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전기차 절대로 빌리지마라
주말동안 친척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제주도에 있었다.
결혼을 마치고 차를 렌트하여 제주도 여행을 하였는데 차를 전기차를 빌렸다.
나름 업계가 흘러가는 것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 전기차를 체험하려고 했으나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5년안에 전기차를 빌리거나 살 일은 없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나름 BMW i3라는 현존 전기차 중 최고 기종을 렌트했다. 연료비가 무료라고 해서 더 혹한 것도 있었는데 이 선택이 엄청나게 후회가 됐다. 암튼 이틀동안 전기차를 끌어보며 느낀 점을 좀 나열해볼까 한다.
1. 충전소가 별로 없다.
이게 진짜 크리티컬한데 이게 시작이다. 제주도가 전국에 충전망이 가장 잘 갖춰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충전할 데가 없다. 애써 충전소를 찾으면 달랑 한두개, 많아봤자 5개인데 전기차마다 충전하는 잭이 달라서 쓸 수 없는 곳이 많다. 게다가 5개가 있어봤자 그 중 2~3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 꼴랑 1~2개 있는데 그것도 다른 차가 충전 중이다.
2. 충전시간
기름을 넣는 차의 연료 충전시간은 기껏해야 3분 남짓이다. 전기차를 80% 채우는 시간은? 전기차를 타기 전에는 한 10분 정도로 예상했으나 예상은 보기좋게 틀렸다. 80%채울려면 약 30분이 걸린다. 그것도 급속 충전기의 경우. 일반 충전기로 꽉 채우려면 한 2시간은 걸릴 듯. 실제로 급속충전기로 꽉채우는데 1시간 반정도 걸리는 것 같더라.
3. 효율성
어쩌면 1, 2번을 합친 이야기인데 위의 내용이 이러다보니 여행을 간 건지 차를 충전하러 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충전소만 찾아다녔다. 가보면 차가 충전하고 있고, 다른 데 가보면 6시라고 문 닫는다고 충전말고 나가라고 하고. 그렇게 몇군데 돌아다니다가 결국 전기가 다 돼 차가 멈췄다. 충전소를 100미터 앞에두고. 이게 일반 기름차면 기름통에 1리터 받아와서 기름이나 넣지. 전기차는 얄짤없다. 무조건 견인이다. 견인비? 제주도는 기본이 35000원이란다. 게다가 ㅄ같은 대 BMW i3님께선 시동이 꺼지면 무조건 뒷바퀴가 락(lock)되는 상태라 뒤에 바퀴를 껴서 달려야해서 5만원 추가다. 그러니까 총 85000원. 거리에 따라 요금은 추가된다. 전기차 빌리면 웬만하면 50키로 남았을때부터 충전해라. 아니면 차를 4일 빌린 것 보다 많은 비용을 내게 된다.
4. 여행?
기본적으로 이게 여행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충전소 주변을 탐방하는 식으로 되어버렸다. 충전소를 먼저 찾고 차를 충전하면서 그 시간에 밥을 먹고 그 시간에 구경을 한다. 실제로 유명 관광지마다 충전할 곳을 약간 마련해놓기는 했으나 고작 2개니 다른 사람 충전하면 아예 하지도 못한다. 이게 뭔가;;; 게다가 우도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 (물론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 많이 있긴 하더라) 무조건 기름차를 렌트해야 목적지, 충전소 신경안쓰고 편하게 놀 수 있다.
5. 운전감도
일단 전기차답게 기본적으로 조용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저속일때 얘기고 고속일때는 정말 모기소리같은 굉음이 난다. 아주 거슬리는 소리. 게다가 엔진브레이크가 너무 잘 작동하는 나머지 악셀을 밟다가 띠면 아주 서서히 정차하는 일반 차와는 달리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빠르게 정지상태가 된다. D를 놓은 상태에서 악셀을 안밟으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좀 어색하기도 하다. 힘도 강하지 않아서 덜덜거리는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덕길 올라갈 때도 힘에 부치는 듯 했고.
6. 기타
일단 전기차를 타면 계기판에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거리가 표시되긴 하는데 이것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분명 20키로 남았는데 갑자기 뚜뚜 거리더만 차가 멈췄으니 하는 소리다. 게다가 전기차라 전기가 빨릴 것이 불안해 에어컨도 키지 않고 음악도 안듣고 휴대폰충전도 안했다. 차가 멈췄으면 그 자리에서 급속 충전하는 어떤 방식이라도 있던가 무조건 견인이라는 미친 방식도 그렇고 앞으로 제주도에선 절대로 전기차를 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약하면
제주도에서 절대로 전기차 빌리지 마라. 그 순간 여행은 종료고 나는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마리의 미친 개가 될 것이다.
전기차만 아니었어도 좋은 여행이 되었을 법했는데 전기차가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려서 아쉽다. 오랜만에 그리 가고싶었던 제주도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