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에는 표범이 없었다. 또한 눈도 없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킬리만자로는 만년설이 꼭대기 층에 있고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대 장관이었지만.
어제 내가 올라갔던 킬리만자로는 내가 예전에 생각했었던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17번을 쉬며 올라간 보람이 덜해서 서운했다.
제리는 내가 미쳤다고 했다. 이게 아름답지 않다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난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야 라고 대답했다. 내가 기대했던 킬리만자로는 눈이 깊게 쌓인 길에 표범이 어슬렁 어슬렁 대는 거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러지 않아서 였었나. 상당히 서운했다.
다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어깨도 음보우가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프다. 고산병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중간에 내 산소 다 써버려서 보우든의 산소를 써서 보우든도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 다른 애들은 다 나갔는데 우리 둘만 숙소에 남아 있다. 이렇게까지 내가 약하지는 않았었는데. 군대에서도 이러진 않았는데..늙어버리긴 했나보다. 보우든 저놈은 지가 괜찮다고 끄덕업다면서 뛰어갈 수 있다고 뛰어가놓고선 한번 쉬고 가니까 거기서 헉헉대고 있다. 아 이넘의 시키 뛰어가지 말라니까..말을 안들어..보면 백인들은 동양인 말을 잘 안듣는 것 같다. 에베레스트때도 그러더만..애런은 에버레스트 끝까지 올라갔을까? 호기있게 끝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만..난 그 때 못올라간 설움에 며칠 준비해서 3일만에 올라간 킬리만자로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몸이 안좋아 지다니.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쉬는 날은 일기를 쓰는게 가장 좋다. 생각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국말도 이렇게 쓸 수 있게 되고. 여행온 후로 한국말은 답답할 때 말고는 써본 기억이 별로 없다. 가끔 만나는 한국인들도 피해다니니까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야. 처음에는 피해다녔는데 아프리카 오니까 찾을래도 없다. 한국말 한번 신나게 해보고 싶은데 전화비도 비사고..그나마 이집트까지는 한국사람들 많았는데.. 슬슬 그리워진다~
벌써 1년째이다. 돌아가려면 1년 남았다. 남아공에 비행기타고 브라질 들어가서 아메리카를 7개월안에 돌아야 하는데..과연 할 수 있을까 싶다. 유럽이야 대충 보면 되고. 일단은 돈이 문제긴 한데. 중간에 어디서 일이라도 좀 해야 하나..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어떻게든 ㅋㅋ